지난 12월, 34일간 남편과 함께 이탈리아를 여행하며 아침마다 끄적인 몇 개의 여행 이야기.
남편보다 일찍 일어나는 내가 그 시간을 보내기 가장 좋은 방법은 한 잔 내린 모닝커피를 옆에 두고 여행에서 느낀 점을 몇 자 글로 적어 내려가는 것이었다. 남편은 잠에서 깨 타이핑에 열중인 나를 보며 행복하다 했다. 그렇겠지! ‘얼른 일어나 봐’라는 잔소리가 없고 혼자 시간을 보내게 해서 미안해하는 자책감도 덜할 테고. 뭐 아무튼 서로에게 편안 시간이고 적어도 나에겐 효율적인 시간임은 분명했다.
여행 이야기의 절반이 ‘별로였다’ ‘아팠다’ 뭐 그런 뉘앙스의 내용이지만, 어디 여행기가 꼭 좋다거나 찬양을 하거나 해야 하는 법이 있나? 꼭 즐겁고 유쾌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재미없고 약간은 따분하거나 별로인 이야기도 필요한 법, 사실 이런 걸 염두하고 쓴 이야기는 아니다. 부천에 있는 한 독립서점에서 진행한 강의에서 “독립출판 시장에는 사고의 전환으로 시작된 책이 꽤 많아요.”라는 사장님의 이야기를 듣고 ‘아~그럴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며 이 짜증 만발하고 싫었던 여행기를 브런치에 옮겨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여행 중 쓴 원고가 스무 편 가까이 되었고, 노트북에만 가둬 두기 아쉬운 마음에 또 한 편 한편 씩 정리해본다.
이 여행기로 독립출판을 생각하는 건 아니다. 그럴 생각은 단 일도 없다. 그저 그 사고의 전환, 그게 ‘재미없던 이탈리아 여행기’의 첫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