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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셩혜 Mar 09. 2020

잘못된 블로그 정보, 여행에 대참사를 부르다

금요일 밤, 와이키키에서 펼쳐지는 불꽃놀이

많은 사람이 여행을 준비하며 참고하는 것이 가이드북보다 블로그나 관련 지역 여행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다. 가이드북도 가이드북 나름이고 블로그도 블로그 나름일 테지만 우후죽순처럼 쏟아지는 블로그 정보가 실제 여행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 전-혀 안된다고 할 수 없겠지. 하지만 블로그 운영자의 여행 경험과 수준에 따라 여행의 질, 블로그의 정보가 달라지는 것이 명백한 사실이다.     

얼마 전 가이드북 개정판 작업으로 하와이 출장을 다녀왔다. 출장에서 겪은 에피소드 하나.

금요일 밤 오아후 힐튼 하와이안 빌리지 앞 비치 쪽에서 불꽃놀이가 펼쳐진다(인공 라군에서 할 때도 있음). 오아후를 여행하는 이들이라면 대부분 기다리는 작은 이벤트 중 하나이다. 국내에서 펼쳐지는 크고 작은 불꽃놀이에 비하면 초라해 보일 수도 있지만, 낯선 여행지에서 만나는 불꽃놀이는 또 다른 감정선을 부여하기 마련이다. 불꽃놀이가 펼쳐지는 비치는 와이키키에서 도보로 접근하기 좋고, 2~3분가량 짧게 펼쳐져 시간 소요도 적은 편이다. 그렇다 보니 금요일 밤이 되면 같은 시간, 각기 다른 장소에서 불꽃놀이를 관람하는 여행자들이 터지는 불꽃 수만큼이나 많다. 짧은 시간이지만 불꽃놀이 하나로 설레고, 폭죽 한 발 한 발 터질 때마다 감탄을 멈출 수 없다.      

카하나모쿠 비치에서 불꽃놀이를 기다리는 사람들

그날도 역시나 많은 사람이 모였다. 인공 라군 앞 주차장은 불꽃놀이 시작 훨씬 전부터 만차였고, 사람들도 서둘러 저녁 식사를 마치고 카하나모쿠 비치에 자리를 잡았다. 불꽃놀이가 열리는 비치 주변으로 사람이 걸터앉을 수 있는 곳은 이미  만석이다. 이 와중에 장사하겠다며 레이를 판매하는 셀러들은 금요일 저녁 흥분된 여행객의 지갑을 살짝 열고 있다.   

   

저녁도 먹고 불꽃놀이도 볼 겸 6시 20분부터 힐튼 하와이안 빌리지 내 ‘트로픽스 바 앤 그릴’에서 대기했다. 운 좋게 7시경 레스토랑에 착석해 피자와 햄버거, 거기 칵테일까지 곁들여 먹었고, 포만감이 느껴질 때쯤 불꽃이 터지기 시작했다. 오아후 세 번째 방문 만에 불꽃놀이를 본다는 친구 역시 만족스러워했다. 짧은 불꽃놀이가 끝나고 사람들은 우-르르 자리를 떠났다. 시끌벅적하던 카하나모쿠 비치가 한산해졌다. 우리도 8시 5분경 레스토랑을 나섰다.   그러던 중 들린 한국어. 오아후로 첫 여행을 온 부부의 대화 내용은 이랬다.


     “블로그에서 8시에 한다고 했으니깐 15분까지만  기다려보자.  하겠지?”


뭣이라! 그랬다. 불꽃놀이가 8시에 시작한다고 알고 온 것! 하지만 이들이 도착했을 때는 불꽃놀이가 다-끝난 후다. 조심스레 “불꽃놀이 7:45분부터 시작했어요.”하고 말문을 열던 순간 망연자실하던 그들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블로그에서 본 건 잘 알겠다. 하지만 그 부부가 본 블로그 주인이나 그 부부가 놓친 것이 있다. 불꽃놀이는 시즌마다 진행 시간이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불꽃놀이는 1~5월, 9~12월 저녁 7시 45분 / 6~8월 저녁 8시에 열린다.      

해당 블로거가 잘못된 정보를 준 건 아닐 테다. 왜냐면 자신이 여행했을 때는 저녁 8시에 했을 테니. 다만 정확한 정보를 주진 못한 것이다. 어찌 되었건 블로그만 보고 온 그 여행객은 오아후에서 누릴 수 있는 금요일 밤 소소한 즐거움을 놓치는 대참사를 겪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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