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다는 것의 찬란함
세상엔 참 예쁜 것들이 많다.
무심코 스쳐 지나치던 순간들도,
조금만 천천히 바라보면
어디에나 고운 빛들이 숨어 있다.
하늘에 흩어진 구름 조각도,
길가에 피어난 이름 모를 들꽃 한 송이도,
따스한 햇살도, 전깃줄 위의 참새도,
길모퉁이의 안내표지판마저
오늘따라 하나하나 더 선명히 들어온다.
이렇게 예뻤던가,
저것도 참 곱구나 하며
발걸음이 자연스레 느려지고,
눈길은 사방의 풍경에 더 오래 머문다.
살다 보면 우리는 종종 잊게 된다.
바쁘다는 이유로, 익숙하다는 이유로,
세상은 너무나도 아름답다는 사실을.
하지만 마음의 속도를 조금만 늦추면,
그동안 놓쳐온 빛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살아 있음이란,
이 모든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
그 사실만으로도,
삶은 이미 찬란하고 감사하다.
나는 무너지는 둑에 혼자 서 있었다.
기슭에는 채송화가 무더기로 피어서
생(生)의 감각(感覺)을 흔들어 주었다.
김광섭, 생의 감각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