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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세계를 바꿀 테크놀로지 2025

혁신이 만드는 파라다이스, 양과 음, 우리의 미래

by 까막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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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가지 테크놀로지가 미래의 지형을 얼마나 역동감 있고 혁신 가득하게 바꾸어줄 지 상상하기만 해도 얼굴에 미소가 떠오른다.


빈칸에 어떤 질문을 던져도 척척 답을 내놓은 AI부터, 사람의 근력으로 할 수 없는 일을 해내는 로봇, 핵분열이 아닌 핵융합으로 고효울 저위험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기술.


오랫동안 영화나 소설에서 꿈꾸던 공상의 나래가 현실로 등장하기 시작한 21세기 초는 어느 때보다 미래에 대한 확신이 확실로 변하는 시대이다.


물론 부작용을 간과할 수는 없다.


세상 이치는 양과 음이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을 내포하며, 테크놀로지에도 예외는 없다.


인공지능이 인간이 할 일을 더 빠르고 더 완벽하게 해내는 양의 영역 이면에는 그로 인해 일자리가 소멸되고 정보 격차가 빈부 격차로 이전되는 음의 영역도 발생한다.


둘 사이이 간극을 좁히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인공지능이 아닌 인간이기에 이 또한 해낼 수 있고 어쩌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고유영역이 바로 이런 밸런스와 중용을 찾아가는 감각 아닐까 싶다.




닛케이가 선정한 100가지 테크놀로지는 1-2년 내에 가능한 아이디어도 있지만 2030년을 넘어서야 실현될 수 있는 항목들도 있다.


실현가능성과 유용성이라는 관점에 상업성 의견까지 곁들여진 기술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독자에게 무한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열심히 새로운 영역에 도전장을 내미는 이들의 과감한 도전 뒤에 우리는 변형되거나 발견되지 않은 미세 영역에 새로운 힌트를 얻어낼 수 있다.


또한 서로 다른 산업군이나 영역의 믹스를 통해 전혀 새로운 형태의 영감을 얻고 미래 변혁의 작은 축을 담당하게 될 수도 있다.


트렌드를 넘어 기술의 발전 방향에 주목할 당위성이 확보되는 순간이다.




8가지 영역에 대한 기술의 제안은 쉽게 다가서는 항목도 있지만 이게 도대체 뭔 소리인지 머리를 쥐어뜯게 만드는 항목도 있다.


하지만 길지 않은 분량으로 가볍게 터치하며 조금 더 심도 깊은 이해가 필요할 경우 자신만의 학습도구를 꺼내 들고 심층 분석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인상 깊었던 몇가지를 꺼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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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장 업무 지원 AI




유통업에 몸을 담고 있는 만큼, 이 기술이 바로 와 닿는다.


매장에서 고객들이 던지는 질문은 대부분 답변이 가능한 범위에 있지만 때로는 매니저가 나서도 해결하지 못할 영역의 궁금증을 던지는 경우도 많다.


일상품을 취급하는 상점이라면 그나마 모범 답안과 FAQ가 마련되어 있겠지만 책에 사례도 등장하는 농민을 위한 전문샵이라면 난이도가 달라진다.


작년에 파종한 옥수수가 제대로 성장하지 않는데 뭐가 문제냐는 질문이 들어오면 오랫동안 일을 해왔던 점원이라도 섣불리 정답을 내놓기는 어려울 수 밖에.


이때 헤드 셋으로 연결된 AI 도우미가 고객 질문을 인식하고 써칭과 분석을 통해 답변을 내놓는다면 난관을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고객이 chatGPT를 통해 궁금증을 해소할 수도 있지만, 수많은 고객들의 질문을 분석하고 정리한 전문 AI의 답변은 보다 구체성을 가지고 고객이 처한 개별 문제점을 상세히 파악하고 대안을 제시하지 않을까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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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냉 GPU 쿨러




인공지능 시대에 새롭게 등장한 문제는 과도한 전력 소비다.


마이크로 칩을 노예처럼 부려먹어야 우리가 원하는 결과물을 내놓기 때문에 해당 필드의 사업자들은 데이터 센터의 원활한 운영이 중요한 화두 중 하나다.


전력을 잡아먹는다는 건 그만큼 칩들이 열기를 내뿜는다는 말이고 발열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하면 언제 서비스가 중단될 지 모르는 공포 속에 살아야한다.


데이터 센터는 공기의 순환을 이용하여 열을 낮추는 공랭식이 아직까지 효과 있는 발열 대책으로 활용했지만, 이제는 수냉식으로 대체되고 있다.


PC 매니아들이 각양 각색의 형광 램프까지 집어넣어 이게 PC야 수족관이야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영롱한 “물이 이용한” 수냉식 쿨러가 GPU의 용광로를 잠재우는 대안이 된 셈이다.


물론 사용하는 액체는 수돗물은 아니다. 점성이 별로 없는 전문 액체를 사용하여 발열을 잡게 된다. GPU 기판 자체를 액체 속에 집어넣는 형태라 대단한 기술이 들어갈 거 같다.


발열을 저지하기 위한 작업에 또다른 전력이 소비 되야 하는 상황에서 수냉식이 절감효과를 가져온다고 하니, 이쪽 분야의 기술 발전 속도는 직접 비용 절감 효과로 이어지는 만큼 경쟁도 심하고 개선 속도도 빠르리라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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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내시경 닥터




직장 건강검진을 2군데 병원에서 받게 되면 미묘한 차이가 발생한다.


예컨대 한 병원은 위 내시경을 하면 용종이 한 두개 꼭 발생하고 생검을 위해 체취를 한다. 물론 추가 비용 10만원 카드 쓱.


다음 해에 병원을 바꿨는데 위 내시경 결과, 특별한 용종 체취 없이 위염 증세가 있으니 약 먹으라고 하고 다음 해에 다시 한번 검사해보라는 소견.


어, 뭐지?


병원마다, 의사마다 위벽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른건가. 아니면 후자의 병원은 엉터리로 진료를 보는걸까? 1년 사이에 몸이 굉장히 좋아진건가?


별의별 생각과 의심이 또아리를 튼다.


이럴 때 누적된 데이터와 정확한 이미지 센싱을 통해 용종 여부와 생검 필요성을 판단해준다면 조금 더 의사의 말에 신뢰감이 가지 않을까?


이런 상상을 한 적이 있는데 실제 상용화되고 있단다.


물론 아직은 의사의 판단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내시경 실제 화면과 별도의 디스플레이로 영상이 제공되며 최종 판정은 사람의 몫이다.


하지만, 정밀도나 실제 효과가 검증된 사례가 누적된다면 의사 없이도 최종 판단할 수 있는 레벨까지 도달하리라는 예측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사실 이미 어느 정도 그 단계까지 왔으리라 짐작된다.)


의료진도 사람이기에 오류에 빠질 수 있고, 경험이 많이 쌓여도 오판 가능성이 높은 만큼 숫자로 신뢰구간을 높인 AI의 판단에 환자들은 손길을 뻗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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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육



건강에 대한 우려는 식량 시장의 기술 발전에도 아직까지는 거대한 장애물이 되어 있다.


동물의 세포를 활용하여 인위적인 기술로 고기를 대체하는 발상은 앞으로 닥칠 식량 위기에 효과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알 수 없는 찜찜함과 유전자 조작 식품에 대한 위해성 논란 등으로 아직 시장에 정착되지 않았다.


하지만 건강보조제 상품이 대형마트에서도 날개 돋는듯 판매되는 시장 상황과 가공식품이 식료품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한다면 식품 시장에 대체육이 본격 등장했을 때, 저렴한 가격과 확실한 기능을 전면에 내세울 때 성공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는 형국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더욱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같이 국지전이 오래되 지속되며 식량 무기화가 전세계의 기조로 자리잡는 불행한 상황이 도래할 경우, 자연 재배되는 식물과 양육되는 동물의 공급망은 혹독한 가격 상승에 휩싸일 수 밖에 없고, 어려운 경제상황과 맞물려 인공 식품 시장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러운 예측을 하게 된다.


아직 닭고기 수준의 상품이 시장에서 어느 정도 안전성을 담보하고 있지만, 책에 소개된 바와 같이 소고기나 메추리 알 같은 육류까지 영역이 확장되어 소비자의 선택 폭도 넓어진다면 상업 성공의 가능성 또한 유의미한 숫자로 나타날 것이다.


매머드 DNA를 활용한 상품까지 개발 가능하다는 대목은 깜작 놀라게 했다.


어쩌면 모 햄버거 프랜차이즈에서 꽤나 인기를 끌었던 T-Rex 햄버거 패티에 진짜 티라노가 들어갈 지 누가 알겠는가? 얼큰한 닭고기 맛 일거다.




앞서 이야기했듯, 기술 100가지가 길지 않은 분량으로 제시되어 세계를 선도하는 기술의 흐름과 동향을 넓게 훑어보는 좋은 기회이다. 관심있는 분야에 대한 맛보기 정도의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지만 신문이나 미디어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영역을 훨씬 벗어난 각자의 분야에서 혁신은 쓰나미처럼 밀려오고 있다는 가슴 떨리는 광경을 목도할 수 있었다.


이래저래 혼란스러운 대한민국 2024년도 말.


대한민국호는 거대한 파도를 제대로 뚫고 파라다이스로 항해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지만 잘만 위기를 혜쳐나간다면 따뜻한 남쪽 나라의 모히또 한 잔 즐기는 국민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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