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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벌거벗은 세계사 과학편

우리가 알고 있던 과학, 우리가 몰랐던 과학

by 까막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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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 과학편 : 우리가 알고 있던 과학, 우리가 몰랐던 과학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역사는 눈 앞에 놓인 대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라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엔 변수가 많지만, 어쨌든 그들에게 유리한 서술

의 범주에 대부분 머물러있다.

따라서 조금은 한 발 물러서서 다른 방향으로 가늠해볼 기회를 만들 수록 얻는 지혜의 양도 증가한다.


과학이 종교의 영향력을 넘어서면서 인류는 속도감 있는 진보의 결과물을 양산할 수 있었다.

감정이나 바램을 담은 사회변혁을 치워버리고, 이론, 증거, 그리고 실험을 통해서 지금까지의 인구가 발전시킨 시간을 농축한 비상이 가능했다.

과거 100년전 한 사람이 평생동안 습득할 정보의 양을 현대인은 하루만에 습득할 수 있을 정도로 과학기술이 인간의 인지를 확대시킨 점은 그만큼 미래를 위한 발걸음도 장대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한다.

그렇기에 역사 되돌아보기를 통해 엉뚱한 산으로 향해가던 전진의 오류를 사전에 방지하고, 행복한 나라로 행군할 수 있는 기회도 찾을 수 있다.


역사의 한 장면과 무대 이면의 숨겨진 조심스러운 비밀까지 입체적으로 다루어 왔던 시리즈는 과학편에 이르리 강사들의 멋진 글솜씨와 그 안에 담겨있는 흥미로운 주제 덕분에 콧노래를 부르며 페이지 안의 지식들을 뽑아내어 머리 속에 저장하기 시작한다.


시작은 우리가 그토록 좋아하는 과거의 제왕 “공룡”부터 시작이다.


공룡은 오랜 세월 인류의 상상력을 자극해왔다.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쯤 공룡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고, 스티븐 스필버그의 '쥬라기 공원' 시리즈는 이런 거대 생물을 스크린에서 생생하게 부활시켜 우리에게 더욱 친근한 존재로 다가오게 했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공룡의 모습은 과학적 발견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해왔는데, 이제는 티라노사우루스가 깃털을 가진 모습으로 재구성되고 비주얼 쇼크를 던져주었고, 공룡이 멸종한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 주변에서 새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맞습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용가리 치킨의 작명은 사실주의에 입각한 결과물이라는 신박함에 감탄도 한다.


'공룡(Dinosaur)'이라는 용어가 탄생한 것은 1842년이었다. 영국의 해부학자 리처드 오웬(Richard Owen)이 메갈로사우루스, 이구아나돈(Iguanodon), 힐라이오사우루스(Hylaeosaurus) 세 종류의 화석 파충류에서 공통점을 발견하고, 이들을 하나의 새로운 분류군으로 묶어 '다이노소리아(Dinosauria)'라고 명명했다. 이 용어는 그리스어 'deinos'(무서운, 두려운)와 'sauros'(도마뱀)의 합성어로, '무서운 도마뱀'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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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공룡 연구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했으며, 이러한 성과를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1854년 런던의 수정궁(Crystal Palace)에 공룡 모형을 전시한다. 벤자민 워터하우스 호킨스(Benjamin Waterhouse Hawkins)가 제작한 이 대형 공룡 모델들은 당시 최신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지만, 오늘날의 관점에서는 매우 부정확한 모습이다. 하지만 이 전시는 대중에게 큰 충격을 주었고, 처음으로 이 '무서운 도마뱀'들의 크기와 형태를 현실에서 마주치게 된다. 당시 사람들이 본 거대한 파충류의 모습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이전까지 인류는 그렇게 거대한 생물을 본 적이 없었고, 이런 괴물들이 한때 지구를 지배했다는 사실은 상상하기 어려웠을 수 밖에. 이 전시에는 힐라이오사우루스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이는 오웬이 공룡을 정의할 때 기준으로 삼은 세 종류의 공룡 중 하나였다.


공룡에 얽힌 재미난 일화가 소개되는데, 1870년대에 시작된 '뼈 전쟁(Bone Wars)' 또는 '위대한 공룡 경쟁(Great Dinosaur Rush)'은 공룡 연구의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이 격렬한 경쟁은 미국의 두 고생물학자, 에드워드 드링커 코프(Edward Drinker Cope)와 오스니얼 찰스 마쉬(Othniel Charles Marsh) 사이에서 벌다. 두 과학자는 서로를 이기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했는데, 뇌물, 도둑질, 뼈의 파괴까지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심지어 학술 출판물에서 서로를 비방하고, 상대방의 명성을 훼손하려고 시도했으며, 연구 자금도 끊으려 할 정도였다. 이들의 극단적인 경쟁은 콜로라도, 네브래스카, 와이오밍과 같은 미국 서부의 풍부한 화석 지대로 그들을 이끌게 된다. 이 전쟁의 결과로 두 과학자 모두 재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파멸에 이르렀지만, 과학과 고생물학 분야에는 중요한 기여를 했다. 그들은 앞으로의 연구를 위한 상당한 자료를 남겼으며, 죽을 때까지 개봉되지 않은 화석 상자를 많이 보유하고 있었다. 뼈 전쟁 덕분에 총 136종의 새로운 공룡 종이 발견되고 기술되었는데, 뼈 전쟁 이전에는 북미에서 알려진 공룡 종이 단 9종에 불과했으니 시끄러운 전쟁이었지만 과학사에서는 의미 있는 결과물을 가져온 셈이다.


현대 과학 기술은 공룡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더욱 깊게 해주고 있다. 놀랍게도 뼈의 조직학(histology)을 연구함으로써 과학자들은 공룡의 성장 패턴과 나이를 결정할 수 있게 되었다. 뼈 조직의 미세 구조를 분석하면 동물의 성장 속도, 발달 단계, 심지어는 수명까지도 추정할 수 있다고 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많은 공룡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짧은 수명을 가졌다는 것인데, 공룡의 제왕 티라노사우루스조차도 20살 정도밖에 살지 못했습니다. 이는 공룡이 거북이와 같은 장수 동물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지구의 나이는 약 46억 년. 그 오랜 시간 동안 지구를 지배해 온 진정한 주인은 누구일까? 인간은 자신이 지구의 중심이라 착각하지만, 실상은 세균과 미생물이 지구의 진짜 주인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대목인 ‘세균 전쟁’이다.


2020년대 초,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덮쳤을 때, 인류는 다시 한 번 세균과 바이러스의 위력을 실감했다.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사망원인 2위가 감염병이었다. 세균과 바이러스는 현대 의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존재다. 하지만 세균은 단순히 ‘적’이 아니다. 세균은 지구 생명의 기원이자, 인간의 생태계 유지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저자는 대표적인 세균 감염병으로 한센병(나병)을 소개한다. 한센병은 미코박테리움 레프라에(M. leprae)라는 세균에 의해 발생한다. 피부와 신경을 침범해, 변형과 감각 소실, 심한 경우 손가락·발가락의 괴사로 이어진다. 고대부터 한센병은 ‘신의 저주’로 여겨졌다. 성경, 불경, 코란 등 세계 주요 종교 경전에도 한센병 환자에 대한 기록이 있다. 중세 유럽에서는 한센병 환자들이 ‘신의 형벌’을 받은 자로 낙인찍혀, 사회로부터 격리되고 차별받았다. 영화 <벤허>에서도 주인공의 어머니와 여동생이 한센병에 걸려 격리된 채 살아가고 그들을 지켜보는 주인공의 오열하는 영상이 기억에 생생하다.


한센병은 단순한 질병이 아니라, 사회적 낙인과 차별의 상징이었다. 환자들은 종종 사회에서 추방당하거나, ‘나병촌’에 격리되어 살아야 했다. 일본, 한국, 유럽 등지에서는 20세기 중반까지도 한센병 환자에 대한 강제 격리와 인권 침해가 지속되었다. 최근까지도 한센병 환자들은 ‘신의 형벌’이라는 오해와 편견에 시달렸다. 현대 의학의 발전으로 한센병은 치료가 가능한 병이 되었지만, 사회적 낙인과 차별은 여전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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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세기 중엽, 유럽을 강타한 흑사병(페스트)은 인류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감염병 중 하나다. 흑사병은 예르시니아 페스티스(Yersinia pestis)라는 세균이 원인이다. 이 세균은 주로 쥐에 기생하는 벼룩을 통해 인간에게 전파된다. 1347년, 흑해 연안에서 시작된 흑사병은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등 유럽 전역으로 퍼졌다. 불과 4년 만에 유럽 인구의 3분의 1, 약 2,50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흑사병은 단순한 질병이 아니라, 중세 유럽의 사회 구조와 문명 자체를 뒤흔든 사건이었다. 흑사병의 충격은 예술과 종교, 사회 전반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책에 소개된 피터르 브뤼헐의 <죽음의 승리>와 같은 그림, 보카치오의 <데카메론> 등은 당시의 참혹한 현실과 죽음에 대한 공포를 생생히 전달한다. 흑사병은 중세 유럽의 봉건 질서와 교회의 권위를 약화시키고, 근대 사회로의 전환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사회 변화가 긍정요소라고 하더라도 수많은 희생자 수에서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19세기, 인도 갠지스강 유역에서 시작된 콜레라는 영국 제국주의의 확장과 함께 전 세계로 퍼졌다. 콜레라는 비브리오 콜레라(Vibrio cholerae)라는 세균에 의해 발생하며, 오염된 물이나 음식물을 통해 전파된다. 급성 설사와 탈수로 인해, 치료하지 않으면 수 시간 내에 사망할 수 있다. 영국이 인도를 식민지로 삼으면서, 갠지스강의 오염된 물이 영국군과 상인, 선교사 등을 통해 세계 각지로 전파되었다. 19세기 내내 유럽, 러시아, 북미, 동아시아 등에서 콜레라 대유행이 반복되었다.


콜레라는 현대 역학(epidemiology)의 발전에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다. 1854년 런던에서 콜레라가 대유행하자, 존 스노우(John Snow) 박사는 오염된 우물(브로드 스트리트 펌프)이 감염원임을 밝혀냈다. 이는 감염병이 ‘공기’가 아니라 ‘물’로 전파된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사건이다. 이후 상하수도 시설의 개선, 위생 개념의 확산 등 공중보건의 발전으로 콜레라의 위협은 크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도 인도, 방글라데시, 아프리카 등지에서는 콜레라가 여전히 심각한 공중보건 문제다. 오염된 물, 빈곤, 위생 시설 부족 등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세균 감염병의 위협은 계속된다. 특히 인도 갠지스 강은 “강가”라는 신의 영역으로, 모든 인도인이 사망하였을 때, 화장되어 뿌려지기 원하는 장소이다. 그리고 그 물은 아직도 식수로 사용된다. 인도 판 고지라가 생겨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으로 강의 오염은 깊이를 알 수 없다.


인물에 대한 분석도 흥미로운 관점을 제공하고 있는데, 몇 년 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소개한 영화 “오펜하이머”가 반갑다. 이 챕터에서는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적 딜레마를 깊게 성찰한다. 특히 오펜하이머가 남긴 "물리학자들은 죄를 알게 되었다"라는 말은 과학자들이 자신의 연구 결과가 가져올 수 있는 파괴적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상징한다. 영화에서도 표현되었듯 오펜하이머는 핵무기 개발 이후 자신의 태도를 크게 바꾸어 핵무기의 국제적 통제를 강력히 주장했고, 수소폭탄 개발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는 단순한 과학적 호기심과 애국심을 넘어, 그 결과에 대한 책임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과학자 윤리와 사회적 책임 인식이라는 측면에서 오펜하이머는 몇 가지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첫째, 과학 연구의 결과에 대한 책임, 둘째, 과학 지식의 민주적 공유의 중요성, 셋째, 과학과 윤리의 불가분성, 넷째, 정치적 압력 속에서도 원칙을 지키는 용기, 다섯째, 자기 성찰과 반성의 중요성, 그리고 국제 협력의 중요성이다. 오펜하이머의 이야기는 과학이 항상 인류의 진보로 받아들이는 사고에 대한 변화를 일깨운다. 과학은 위대한 진보의 원천이 될 수도 있지만, 전쟁 무기를 만들고 인류를 위기에 빠뜨리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는 과학이 윤리적 고민 없이 오용될 때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인공지능이 작년부터 과학의 가장 뜨거운 분야에 올랐고, 놀랄만한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그림자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새로운 교황마저 “AI”를 우리가 고민해야 할 대상 중 하나라고 선포할 정도이다.

현실세계에서 많은 일러스트레이터나 성우, 예술가들이 앞으로 자신의 미래 일자리를 바꾸어야 할 직면한 위험에 내몰리고 있다.


과학이 언제까지 인류를 평화로운 삶을 사는데 보호자 역할을 할 지 쉽게 예단해서는 안된다.

역사의 여러 장면에서 말도 안되는 행위가 과학과 의학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졌는지 상기해야 한다. 보다 객관적이고 철저한 평가와 인식의 고도화가 우리 자신에게 의무가 된 점을 망각해서는 곤란하다.


과학을 역사와 엮어 재미있게 풀어 누구라도 마음 편하게 책장을 넘겨도 좋다. 즐거운 독서에서 과학 지식이 나이테로 자신을 채워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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