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한 라틴의 세계에 짜릿한 첫번째 방문을 환영합니다.
대체불가 라틴 아메리카 : 막연한 라틴의 세계에 짜릿한 첫번째 방문을 환영합니다.
중남미.
마약
아마존
축제
담배
잉카
와인
생각나는대로 적어 본 단어.
여행 다녀온 사람도 적지만 가기도 힘들고, 갔다가 못 돌아올지도 몰라.
국가별로 과거의 화려한 이력을 가졌던 이들도 있고, 위대한 문명을 이룬 적도 있지만 지금은 혼돈과 비극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느낌의 대륙.
책을 집어 든 이유도 이토록 이국적이고 낯선 이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엿보고 싶어서였다.
처음 맛보는 페이지는 달달한 초콜렛이다.
설탕으로 코팅되었던 한 시대.
1916년 쿠바에서는 사탕수수밭을 통해 달달한 자본주의를 시도한 사람이 있었다.
밀턴 허쉬.
반가운 이름 아닌가. 그래 그 양반. 초코렛 회사를 만들었던.
악덕지주가 쿠바에 사탕수수농장을 만들어 원주민들을 혹독하게 부려 먹었던 이야기.
어, 아닌데?
뜻밖에도 우리는 허쉬 타운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초콜렛 대디 (Chocolate Daddy)로 불린 허쉬는 로사리오 제당공장 인근에 고아원을 세워 철도사고로 숨진 사탕수수 노동자들의 어린 자녀들을 가두어들인다. 초콜셋을 팔아 번 돈으로 무료 농업학교를 세웠고, 직업교육을 통해 고질적인 쿠파의 농촌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를 시작한다.
어색하다. 이러면 악덕 지주들의 모습을 라틴과 결합시키는 일은 어려운데.
더 유명한 사업가 헨리 포드는 고무공장을 아마존 정글에 세운다. 1930년대초.
학교, 무료의료, 위생서비스, 주거환경 등 새로운 실험은 허쉬와 달라 보이지 않는다.
다만 현지의 기후조건이나 문화적 특성은 고려하지 않고 노동시간과 강도를 자국과 동일한 기준에 맞춘다.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지역에서 타운에 건설한 집집마다 "유리 창문"을 설치해서 더워 미치게 만들었다.
흥겨운 사람들에게 술과 담배를 불허하고 금욕과 개신교를 강요한다.
포드는 허쉬와 다른 길을 걸어서 일까? 자동차용 고무사업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쫄딱 망한다.
유명한 두 기업의 서로 다른 접근법, 물론 제국주의의 강권이 아닌 복지를 전면에 내세운 방식임에도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큰 차이를 가져온 결과를 낳는다.
사르징냐 Pedro Fernandes Sandinha는 포르투갈에서 바이아로 파견된 초대 브라질 주교였다.
짧은 재임기간임에도 갖가지 추문과 논란에 휩싸인 인물이다. 현지 지배자들과 결탁하여 한 몫 단단히 챙긴다. 원주민을 차별하고 노동력을 착취하여 부를 쌓는다.
원주민은 야만이고 식인주의지라는 공식을 철저히 믿었다.
본국에 소문이 안좋게 회자되어 결국 소환되던 그... 아뿔싸. 리스본으로 돌아가던 중 배가 난파되었는데 표류하다가 그를 발견한 이들은 카에테 족이다.
문제는 그들이 식인종이었다라는 사실이다.
원주민을 혐오하던 주교가 음식으로 변해 이슬로 사라질 줄은 아무도 몰랐다.
미개한 이들을 교화하려던 계획은 수프.로 돌아갔다.
성숙미가 연기와 조화를 이루기 시작한 나스타샤 킨스키 덕에 한동안 개인 최고의 영화로 뽑던 "파리 텍사스"이 감독 빔 벤더스.
갑작스레 들고나온 영화는 익숙치도 않은 쿠바의 음악을 들려준다.
그 유명한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후덥지근한 오후 노천 주점에서 맥주 한잔 마시며 라이브로 들으면 근사하겠네.
라틴 재즈의 생소함은 막상 음반을 턴테이블에 올려놓고 스피커로 들리는 소리를 듣게 되면 긴장이 풀리며 또다른 경험의 세계가 펼쳐진다.
이브라임 페레르라는 쿠바의 세계적인 음악가 이야기를 서양의 잣대로 쿠바 혁명에 의해 희생된 음악가의 굴레를 씌우면 곤란하다는 지은이의 이야기는 좀 멀게 느껴진다.
뮤지션에 대한 깊은 몰입은 영화 한 번 감상한 이후 해본 적이 없으니.
정치와 음악이라는 이질적인 무대에서 자신만의 삶과 소리를 찾은 거장의 울음 주머니를 듣고자 몇 개의 기사를 뒤져보고 음악도 검색해본다.
즐겨찾기에 슬쩍 올려둔다.
음악은 국경이고 어색함이고 필요없이 즐거움과 슬픔, 그리고 사람이라는 존재를 일깨워주는 존재다.
낯선 여성 화가들. 기억나는 한 여인이 있다.
프리다 칼로.
셀마 헤이액 때문이라는 사실은 아니야...
멕시코 풍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다가오는 색체와 고집세고 혁명가의 느낌을 주는 자화상들은 그녀의 일대기에 대해서 잘 모르긴 해도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저자는 그녀의 미완성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역시나 멕시코 혁명 이야기가 등장하며 혁명군과 그 안의 여성 혁명군의 구도를 설명한다.
책 초반에 등장하는 미국과 멕시코 국경 사이에 버림받은 노숙자들의 이미지가 떠오르며 생소한 맥시코 역사를 가볍게 훑어보자는 다짐을 한다.
초콜렛과 카카오는 남미가 우리와 얼마나 먼 나라인지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라틴에서 유래한 위대한 식품들은 현대인에게 너무나 친숙한 존재지만, 막상 같은 인류로서 동료로서 생소한 지식과 삶의 관찰은 책 한 권을 통해 작은 불씨가 되어서야 떠오른다.
음악은 위대하다.
책을 읽으며 틀어놓은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사운드트랙을 처음으로 완주했다.
머리속을 뒤흔드는 복잡함이 없는 흥겨움.
밝은 표정과 화려한 율동 속에 눈물이 무겁게 자리 잡은 느낌이 편견이길 바라지만, 서양 열강에 유린당한 이후 지금까지 혼란과 곤궁함에서 살아온 대다수의 원주민은 어쩌면 대한민국의 불과 반백년 전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관심이 없던 존재에 이름을 붙이는 순간 "꽃"이 되듯, 대체불가한 매력을 지닌 라틴의 맛을 시작하게 되어 기분이 좋다.
"Amor de Loca Juventud"라는 곡은 1980년대 홍콩영화에 등장하는 배경음악 닮았다. 쿵자작. 쿵짝.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