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에 이유가 있었다
과학 오디세이 라이프 : 우리의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에 이유가 있었다
리들리 스콧의 영화 "프로메테우스"의 오프닝은 꽤나 충격적이고 신선했다.
정체 불명의 거인은 사람을 닮았지만 사람은 아니다.
창백한 피부에 덩치는 꽤나 커 보이고 근육질이다.
정체불명의 액체를 의식을 치르듯 마시고는 이내 괴로운 고통의 몸부림 치며 절벽으로 떨어진다.
검은 액체는 온 몸을 휘감고, DNA를 파괴하며 거인을 분해하고 새로운 생명체의 탄생을 암시하는 화면으로 이어진다.
"지구에 생명체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외계인의 희생으로 지구에 생명을 뿌리는 순간을 SF답게 구현한 장면이다.
짧은 필름 컷에 담긴 지구 생명체의 진화는 역동적이고, 거대한 시간의 흐름은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영역을 벗어난다.
우리 인간에게 다행하게도 지식을 대대로 전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였다.
생명의 본질과 우리의 정체성을 알고자 하는 노력을 오랜 시간 고뇌하고 관찰하고 기록했다.
두툼한 한 권의 책을 읽으며 저자가 정리한 모든 삶에 대한 과학적 기록을 공유하는 사실은 생명체로서 경이로운 일이 아닐까?
학교 다닐 때 인류의 조상은 "오스트랄로 피테쿠스"라는 명칭으로 배웠다.
객관식으로는 항상 정답이었지만, 성인이 되어 교양과학 공부할 때마다 그거 아닌데...라고 적혀 있다.
기억도 가물한 호모 어쩌구가 생소하게 등장하는가 하면, 학창시절의 가르침으로 배운 우리 직계 - 호모 에렉투스도 세분화되는 혼란을 준다.
오래전 인류의 기원을 찾는 작업은 몇 십년 동안 수많은 학자들에 의해 진행되고 있으니 업데이트 되는 상황은 이해하지만 용어도 바뀌고 기원도 바뀌니 헷갈리긴 하다.
인류 최대의 관심사, 성에 대한 내용은 새삼 흥미로운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생물 시간에 배운 무성생식과 자웅동체을 몸소 실행하는 구체적인 생명체에 대한 사례도 신비롭지만, 왜 우리가 하루 종일 성에 탐닉하는가에 대한 정답도 알려준다.
결국 우리의 DNA에는 종족번식이라는 절대절명의 미션이 각인되어 있으며, 모든 활동의 이유와 당위성을 부여받는다.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 - 음식에 대한 집착 - 오래 살고 싶은 욕망 - 종족번식을 통한 생명연장이라는 방정식을 모든 시간과 공간의 개체들이 필승한다.
유성생식이 효율적인 면에서는 많이 불리하다는 지적은 생각지도 못한 시간의 낭비를 확실하게 느끼게 한다.
사람들이 종족번식을 위해 탐색, 시도, 연애, 결혼, 탄생이라는 긴 시간의 프로세스로 처리하는 비효율성은 급하면 스스로 성별을 바꾸고 한 몸으로 번식하는 생명체들에 비교된다.
하지만, 복잡한 과정을 통해 유전자가 섞이며 환경변화에 적응하기 쉬운 개체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근친상간을 금기시하는 이유 중 하나가 유전자의 다양화와 연관돼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보면 이해가 쉽다.
여성의 유전으로 계승되는 mtDNA의 돌연변이를 추적한 실험은 매우 흥미롭다.
다양성이 아프리카가 가장 큰 경과가 나오는데 이 결과는 세계인의 고향이 아프리카라는 증거로 볼 수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이 대목에서 우리나라 저자가 쓴 책의 강점이 등장한다.
mtDNA의 다양성을 김치에 비교하여 이해도가 쑥쑥.
김치의 원산지인 우리나라에는 지역별로 다양한 재료와 맛이 등장하지만, 전파가 된 지역에서는 재료의 한계로 제한적인 김치의 종류가 나올 수밖에 없다. 결국 DNA가 다양하게 분포된 아프리카가 우리 인류의 고향이라는 설명이다.
원시 고대 생명체에서 만물의 영장이라는 오만한 인류까지 생명체의 진화는 우주만큼이나 신비롭고 비밀에 가득 차 있다. 달랑 책 한 권을 통해 모든 인간의 진화와 삶에 대한 내용을 습득할 수는 없겠지만, 한 권을 통해 거대한 설계도를 눈에 익힐 수 있다는 장점이 이 책에 녹아 있다.
코스모스가 후광을 내며 자리하고 있는 서가에 나란히 꽂아주면 뿌듯한 과학이야기다.
* 시리즈 두 권을 나란히 놓고 보면 한 명의 저자가 우주와 생명이라는 방대하면서도 다른 방향성의 책을 저술 할 수 있는지 존경스럽기만 합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