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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뚱 Apr 16. 2024

3번째 까미노 데 산티아고 day11

낮이 점점 무서워진다.

/2024년 4월 13일 토요일 매우 맑음. 낮기온 27도

레디씨야 델 까미노 ~ 비야프란까 몬떼스 데 오까 24km


6시 기상해 짐을 정리하고 간단히 아침을 챙기고 어둠이 가시지 않은 길을 재촉해 떠난다. 매일 20km가 넘는 길을 걷는다는 것은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쉽진 않다. 아프기라도 한다면 특히 무릎이나 발목이 아프다면 계속 진행하는 것이 쉽지 않다.

따라서  이 길을 걸으려면 각오와 준비가 필요하다.

각오도 준비도 가장 완벽에 가까웠던 나는 무릎 통증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이곳에서 산 두 종류의 먹는 소염 진통제와 바르는 진통제 두 개로 몸을 달래면서 계속 걸을 수 있어 다행이 하지만 이렇게 까지 해서 걸을 일인가 싶다


동트지 않은 길을 걷는 것은 어떨 땐 기분이 좋고 또 어떨 땐 현타가 온다.

낮이 뜨거워 좀 일찍 도착해 보려고 7시 전에 나선 길
레디씨야 델 까미노 아침 풍경

마을을 빠져나오면 밀밭이 이어지고 계속 이어지는 밭에 드리워진 내 그림자에선 공채가 난다. 이상한 일이다. 다른 사람의 그림자에선 볼 수 없었다. 내가 성인이 된 것인가? 3번의 까미노 만에?ㅋㅋㅋ

내 그림자에서 나는 광채

첫 번째 마을인 castildelgado엔 오픈한 바르가 없었다. 2km 더 가면 villamayor del rio인데 기억에 이곳엔 꽤 괜찮은 레스따우란떼가 있었다.

다행히도 기억 속의 그곳은 폐업했지만 다른 바르가 하나 생겼다. 간단히 요기 수 있어 다행이다. 이 모든 것이 5.5유로. 시골 인심 좋네.

마을 성당을 한 바퀴 돌아보고 길을 잇는다.

벨로라도 가는 길에 순례자가 많아졌다. 무릎을 절뚝이며 따라가 보지만 점점 시야에서 사라진다. 사람 걸음이 꽤 빠르다.

2016년 거쳐갔던 넬 꼬로 알베르게

마을에는 산과 그 위에 성의 흔적이 있고 그 아래에 성 마리아 성당이 문을 열어놓아 세요도 찍고 구경도 한다.

중앙 광장으로 나오면 san pedro 산 뻬드로 성덩이 있다.

산 뻬드로 성당

tosantos에는 Ermita de la Virgen de la Peña 에르미따 데 라 비르헨 데 라 뻬냐라는 암석을 파 만든 유적이 있다. 하지만 돌아서 가야 하고 문도 잠겼다고 해서 멀리서 사진만 한컷 담는다.

Ermita de la Virgen de la Peña

벨로라도에서 식사하기엔 좀 일러 다음 마을이나 그다음 마을에서 점심을 하려고 했으나 이후의 세 마을에는 오픈한 식당이 없었다. ㅠㅠ

요란한 경적을 울리며 들어욘 이동 생선 가게만 있을 뿐

마을 초입의 들꽃니 예뻐서
이동 생선가게
순례길 상의 주요 도시들 거리 표시가 있었던  건물

문을 연 바르도 없던 마을에 성당은 열려 있어 배는 못 채우더라도 기억을 채워본다.


오늘의 목적지인 비야프란까 몬떼스 데 오까까지는 4km 가까이 더 걸어야 한다. 해 너무 뜨겁워 점점 낮에 걷기가 무서워진다. 몸은 힘들어지는데 길은 또 멋지다.

비야프란까 몬떼스 데 오까 진입 전 작은 암자 유적이 나오는데 남아 있는 부분이  많지 않아 뭔진 모르겠으나 작은 성당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Ermita de San Felices

드디어 도착.

입구에 있는 엘 빠하로(새)에서 메누 델디아를 15유로에 먹었는데 괜찮다. 특히 와인이 좋았다.

15유로 오늘의 메뉴

알베르게 앞에 마을 성당이 딱 자리 잡고 있다. 성당 오른쪽으로 순례길이 이어지고 맞은편에 오늘의 숙소기 있었다. 호텔을 같이 운영하고 있었는데 깨끗하고 정원이 상당히 넓어 눈이 시원하다.

빨래하고 씻고 널고 난 후 5시 넘어 동네 작은 마트에서 간단히 장을 봐서 저녁과 내일 아침을 준비했다.

양지 바른 곳에선 순례자의 빨래가 뽀송뽀송 말라가고 있다

마당에서 간단히 175ml 와인을 각 1병 하고 허루를 마무리했다.

응접실에서 바라본 동네 성당


오늘의 지출 - 44.5유로

아침 커피와 간식 : 5.5유로

벨로라도 주스 : 4유로

점심  : 30유로(선배지출)

알베르게 15유로

장보기 : 20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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