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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뚱 Dec 25. 2024

3번째 산티아고 순례길 day39

포르투갈 길 역주행 8일 차 : Vila do Conde까지 21km

오랜만에 짧은 거리를 걷다. 생각보다 빨리 많이 걸었다.

8일 차 :  Fão 파우 ~ Vila do Conde까지 21.1km

깔끔한 잠자리였지만 뭔가 날 공격했다. 창문을 열어놔서 모기가 들어왔거나 아님 다른 무엇인가가 팔을 서너 군데 물었다. 가려웠다.  

짐을 챙겨 아침도 안 먹고 7시에 출발. 파오를 벗어나자 농경단지 같은 곳이 나왔고 한 시간 정도 걸어 다음 마을에 도착했다.  

파우에서 내가 떠남을 아쉬어하는 냥아치가 배웅한다. 
파 혹은 마늘? 농업단지를 지나는 길에 핀 개 양귀비가 이쁘다. 

출발하고 30분 정도 걷자 도착한 Apúlia 마을. 뭐라도 좀 먹을까 싶어 카페를 찾아봤지만 아직 오픈전인 듯하다. 포르투갈의 인도, 혹은 차도에는 아스팔트나 콘크리트 포장도로 대신 그래블 도로(돌을 약간 가공해 바닥에 박아 만든 길)가 굉장히 많다. 이게 걷기에 좀 불편한 점이 있다. 

Capela de N. Sra. da Caridade
Igreja Matriz de Apúlia

아풀리아 마을을 지나 면 브라가에서 포르투로 들어서는 경계를 지난다. 데크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는데, 이곳에서 만나는 모든 순례자들이 나에게 길을 물었다. 

출발한 지 두 시간쯤 지난 8km 지점에서 해변으로 진입한다. 멀리 해변 마을이 이어지는 것이 보인다. 날이 흐리고 바람이 좀 불어 쌀쌀한 느낌이 살짝 든다. 그런데 이런 날씨에 어린 청소년들이 서핑을 하러 단체로 왔다. 이런 건 좀 부럽네. 

해변으로 이어지는 긴 산책로

이곳은 포보아 드 바르짐 Póvoa De Varzim이라고 하는 도시로 지도상으로 봐도 꽤 컸다. 순례길은 해변 산책로 4km를 따라 이어진다. 

3시간 넘게 걸어 좀 힘들기도 하고 해서 일찍 오픈한 해변 카페가 있어 자리 잡았는데 식사거리는 없어서 그냥 에스프레소 한잔에 설탕을 넣어 홀짝 마셔 버리고 잠시 쉬어 간다. 좋네. 해가 나왔으면 좋으련만.

해변 까페 Barracuda Mar, 배낭에 꽂힌 등긁게와 스틱 그리고 어깨끈에 매달린 카메라.
어디서 많이 본듯한 지프가 보이길래 한컷. 
포보아 데 바짐의 중심도시가 멀리 보인다. 
할아버지 두 분이 편안하게 바다를 바라보며 대화를 하고 있는데 보기가 좋아서 한컷 몰래 찍었다. 무슨 얘기를 하고 계실까?

해변길을 끝내고 시내로 본격 들어서니 좀 현대적인 느낌의 성당을 지나 번화가로 진입하는데, 상가가 주욱 자리 잡을 중심가의 느낌이 물씬 든다. 

Igreja Paroquial de São José de Ribamar


Pelourinho da Póvoa de Varzim. pelourinho는 중세 시대의 흔히 볼 수 있는 기둥으로 보통 도심 중앙에 위치하여 법과 질서를 상징한다고 한다. 
재밌는 조형의 분수. '물을 잇다'는 의미?

시내를 통과하여 동네 주택 좁은 골목을 지나는데 벽장식이 이쁘다. 

도심을 빠져나가 주택단지 중앙에 공동모지가 자리하고 있다. 우리네의 장묘 문화와는 확실히 차이가 있다. 

와우! 길에서 발견한 아시안 푸드 레스토랑. 이름이 레스토랑 아시아티코이다. 바로 들어가 따뜻한 음식과 미리 만들어진 음식들로 천천히 배를 채우는데 포르투갈 들어와서 처음으로 제대로 먹는 느낌이 들었다. 불과 11유로 정도 내고 이런 식사를 할 수 있어 행복한 순간이다. 

18.5km 지점의 중국 부페 식당 RESTAURANTE ASIÁTICO. 1인당 11.5유로 였나 그랬음. 따뜻하게 요리한 프라이팬 음식을 하나씩 준다. 

식사 마치고 나와 15분쯤 걷자 오늘의 목적지 산타 클라라 공립 알베르게에 도착. 오픈시간이 앱에서 안내한 시간보다 늦어져 좀 기다리다 3시에 입실. 침대 1층에 자리를 잡고 씻고, 빨 것 빨고 좀 쉬다가 카메라만 들고 동네 구경에 나섰다. 

Pilgrim's Albergue Santa Clara

바로 뒤의 꽤 규모가 있는 성당구경부터 했는데 결혼식이 있는지 준비가 한창이다. 독특한 양식의 성당으로 16세기에 지어졌다고. 좀 찾아보니 마누엘 양식으로 지어졌다고 하고, 마누엘은 16세기 초 포르투갈 국왕 마누엘 1세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다고 하며 이 양식은 포르투갈의 황금기라 불리는 대항해 시대에 번영한 해양 왕국의 위상을 반영하고 있다고 한다. 특징은 화려한 장식, 해양 요소(닻, 밧줄, 해양 생물 형상), 종교적 요소가 포함된다고.

Igreja Matriz de São João Baptista
Igreja Matriz de São João Baptista
Igreja Matriz de São João Baptista
Igreja Matriz de São João Baptista
Igreja Matriz de São João Baptista 결혼식 준비중인 사람들
Igreja Matriz de São João Baptista
Igreja Matriz de São João Baptista
Pelourinho
Capela de Nosso Senhor da Agonia와 그 앞의 분수

성당을 둘러보고 언덕방향으로 난 골목을 오르니 이 동네에서 제일 높은 곳에 수도교과 성당이 자리 잡고 있는 역사지구를 만날 수 있었다. 

골목을 올라가는 길에 만난 주택의 장식. 뭔가 이슬람 분위기가 난다고 할까?
Aqueduto de Santa Clara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수로교인데, 처음에는 로마 수로교로라고 생각하며 감탄했다. 하지만 나중에 찾아보니 "1626년부터 1714년까지 건설된 포르투갈의 두 번째로 긴 수로 시스템으로, 999개의 아치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수로는 포보아 드 바르징 Póvoa de Varzim의 테르로소에서 빌라 두 콘드 Vila do Conde에 있는 산타 클라라 수도원으로 물을 공급하기 위해 설계되었습니다."라는 설명을 찾아볼 수 있었다. 

Chaminé (Antiga Fábrica de Fiação e Tecidos) 빌라 두 콘드의 산업유산이 담겨 있다는 예전 공장 굴뚝
Igreja e Convento de São Francisco
Igreja e Mosteiro de Santa Clara
Igreja e Mosteiro de Santa Clara
Igreja e Mosteiro de Santa Clara
Igreja e Mosteiro de Santa Clara
Igreja e Mosteiro de Santa Clara
Igreja e Mosteiro de Santa Clara

해가 나면서 따뜻해진 날씨 속에서 수로교와 성당 구경을 마치고 수로교를 바라보며 맥주 한잔 하니 순례자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베 강과 주변 경치

들어가는 길에 마트에 들러 과일, 햄버거, 음료, 요구르트, 음료수, 맥주를 사서 알베르게로 돌아와 혼자만의 만찬을 즐기고 조금 일찍 잠자리에 든다. 사람 많고 좀 시끄러운 공용 숙소. 이제 이 생활도 며칠 남지 않았다. 

다음 순례길을 온다면 리스보아에서 시작하는 포르투갈 길은 좀 나중으로 미뤄 놓고, 스페인의 쁘리미띠보 길,모사라베 길, 레반떼 길의 순으로 걸어야지 하는 생각을 한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포르투갈 길은 그렇게 좋지는 안다는 생각이 은연중에 들었기 때문인 것인지. 남들은 참 좋다는데...

1~2년 안에 순례길을 다시 오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데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참.

이제 장정의 끝인 포르투까지는 30여 km 정도 남아서, 내일 20km 정도, 모레 10km 정도 걷는 것으로 마지막 계획을 세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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