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걷는 산티아고 순례길 2편.
2016년 1월 산티아고 순례길을 처음 걸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졸업식을 앞둔 첫째 아이를 데리고 말이죠. 그때는 산티아고 순례길은 하나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 길을 걸으면서 그리고 또 그 길에 대해 배우면서 이베리아반도 내에는 내가 몰랐던 여러 갈래의 순례길이 있음을 알아가게 되었습니다.
위 지도에서처럼 이베리아반도의 모든 순례길은 야고보 성인의 유해가 발견된 후 성지가 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향합니다. 스페인어 발음으로 표기한다면 산띠아고 데 꼼뽀스뗄라(Santiago de Compostela) 로 표기하는 것이 맞다고 합니다. 이베리아반도의 8부 능선쯤에 이어진 초록색의 프랑스 길을 가장 많은 순례자가 찾고 있으며, 포르투갈 길, 북쪽 길, 은의 길 순으로 찾는데 은의 길부터는 순례자가 부쩍 줄어들고 그 이외의 길은 더 적은 순례자가 찾아가고 있습니다.
은의 길은 스페인어로 Vía de la Plata(비아 데 라 쁠라따)이며 스페인 남부 대도시 Sevilla(세비야)에서 시작됩니다. 은의 길은 그란하 데 모레루엘라 Granja de Moreruela라는 마을을 지나 북쪽으로 프랑스 길과 만나는 아스또르가로 이어지며, 보통은 오우렌세 Ourense를 거치는 사나브레스 길 Camino Sanabrés로 연계하여 걷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이어지는 두 길을 은의 길이라고 통칭하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세비아에서 시작되는 은의 길은 사나브레스 길을 이어 붙이며 산띠아고 데 꼼뽀스뗄라의 남쪽으로 진입하게 될 경우 1천 km 내외의 거리로 마감하게 됩니다. 아스또르가로 이어 프랑스 길로 걷어도 비슷한 거리를 걷게 됩니다. 하루 평균 25km 를 걷는다면 약 40일 정도 걸리는 장기 도보 여행이 됩니다.
오렌지 나무가 가로수로 심어진 세비야는 이베리아반도의 고대 문명 시작과 함께하는 매우 역사적인 도시입니다. 과달키비르 강이 흐르는 이 도시는 헤라클레스의 전설을 품고 있을 만큼 오랜 역사를 자랑합니다.
은의 길에 놓인 도시들 중 몇개 없는 까떼드랄(catedral,주교좌, 대성상)이 있는 곳입니다. 아래부터 위쪽으로 세비야, 메리다, 까세레스, 쁠라센씨아, 살라망까, 사모라에서 순서대로 순례자를 기다리고 있고, 사나브레스 길로 이어지는 경로상에 오우렌세가 있습니다. *쁠라센씨아는 은의 길 경로상에서 살짝 비켜 있는 대안 경로지만 이곳을 거쳐 가는 순례자도 있습니다.
은의 길은 그랑하 데 모레루엘라를 지나며 사나브레스 길과 프랑스 길 방향으로 갈리는데 이때 주의하지 않으면 원하는 길과는 상관없는 길로 가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나브레스 길로 접어들면 산띠아고 데 꼼뽀스뗄라까지 15구간 정도 진행하게 됩니다. 중간에 대도시 오우렌세를 지나게 되며 갈리시아로 접어들기 때문에 10월부터는 비가 자주 내리게 됩니다. 10월 말에서 11월 초에 이 구간을 통과했던 나는 몇차계 큰 비때문에 고생하기도 했습니다.
세비야에서 시작하는 은의 길은 사나브레스 길과 만나며 1천여 km로 마무리됩니다. 북쪽 길, 프리미띠보 길, 프랑스 길, 영국 길, 묵시아 & 피스떼라 길보다 걷기 난이도는 낮은 편입니다. 순례자가 비교적 많지 않아 혼자 걸으며 생각에 빠지기 좋은 길입니다. 스페인의 남부, 중부, 북부를 관통하며 걷기 때문에 다양한 식생을 볼 수 있고, 이슬람과 가톨릭 시대의 문화유산을 찾아볼 수 있는 매우 아름다운 구간입니다.
1편 연재가 끝난 "눈으로 걷는 산티아고 순례길" 시리즈는 1편은 북쪽 길, 2편은 은의 길, 3편은 프랑스 길의 순으로 계속 이어갈 예정입니다. 대부분의 순례자가 선택해서 걷는 프랑스 길을 1편으로 하지 않은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조금은 아끼는 마음과 너무 상업화되어 많은 순례자가 걷는 길이라고 생각되어 조금 뒤로 미루어 놓았습니다. 프랑스 길은 2번 걸었기 때문에 좀 더 많은 걸 보여드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올(2025년) 추석 즈음에는 프리미티보 길을 아들과 걸었습니다. 저의 순례 여행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저도 아직 모르겠습니다. ^^. 제가 걸을 수 있는 모든 스페인 내의 순례길을 걷는다면 이 눈으로 걷는 순례길 시리즈는 계속 이어질 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