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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임문화포럼 Dec 24. 2021

성공적인 노화! 게임에서 그 답을 찾다

생애주기적 특성은 달라도 게임은 계속된다     


  요즘 지하철을 타면 30대, 40대뿐 아니라 50살이 넘어 보이는 중년 어른들도 스마트폰으로 1인칭 슈팅 게임, 퍼즐게임 등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8년도 게임이용자 실태조사에 의하면, 50대의 50%, 그리고 60~65세의 36%가 디지털 게임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은 이제 청소년의 놀이 문화만이 아닌, 노년층도 즐기는 여가활동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스마트폰 시대의 도래는 원한다면 언제 어디서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토대를 제공했다. 게임은 이제 특별한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것이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게임의 일상화는 스마트폰 시대만의 특별한 현상은 아니다. 스마트폰 시대뿐 아니라 PCS 시대, 286 컴퓨터 시대, 그리고 전자오락실 시대에도 게임은 대중들이 일상적으로 가장 많이 즐기는 문화 콘텐츠였다.      

  개인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어떤 게임들을 즐길까? 확실한 것은 하나의 게임만을 이용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아동기, 청소년기, 성인 초기, 중, 후기에 따라서 게임을 즐기는 매체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물론 게임 매체의 생성과 소멸은 게임 이용자들만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 생산자들의 게임 제작 순환 주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또한, 테크놀로지의 환경에 따라 게임의 매체도 변화한다.    

생애주기별 게임 놀이(출처, 이동연, 2019)

  즉, 개인적 취향과 게임 트렌드의 변화, 게임 테크놀로지 환경의 변화, 그리고 게임을 소비하는 개인들의 생애주기적 특성에 따라 게임의 매체는 다양하게 선택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초등학교 시절에는 오징어 게임(아이러니하게 최근 세계적으로 핫해진),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고무줄놀이, 딱기치기 등 온몸을 움직이는 신체 게임이 주를 이루었다. 이 중에 오징어 게임은 나의 ‘최애’ 놀이였다. 방과 후에는 운동장에 남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오징어 게임을 즐겼다. 매우 과격하게 상대방을 바깥으로 끌어내는 과정에서 찢긴 옷 때문에 혼이 난 기억이 새록새록 하다. 70년대 청소년기에는 특별한 놀이 문화를 느껴 보지는 못한 듯하다. 하지만 남동생과 장기, 바둑을 두며 투닥거렸고, 생일 선물로 받은 체스 게임, 언니들이랑 몰래 했던 화투 놀이, 대학 다니던 큰언니가 서울에서 배워 온 포커 게임을 온 가족이 즐겼던 기억은 강하게 남아 있다. 80년대 대학교, 대학원 시절에는 가끔 길거리 두더지 게임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했고, 추억의 오락실 팩맨 게임을 살짝 경험한 기억이 있다. 90년대 이후 30~50대에 걸쳐 아날로그 원주민에서 디지털 이주민으로 살아왔기에, DDR, 닌텐도 Wii 스포츠, 콘솔 게임부터 PC, 온라인 게임 등으로 이어지는 디지털 세계로의 낯선 놀이 문화에 적응하기 위해선 다소 적잖은 노력이 필요했다. 60대에 진입하며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비교적 능숙하게 다루게 되면서 디지털 실버족으로 웰에이징(well-aging)하기 위해 게임을 즐기던 중 여러 보물 같은 게임을 접하게 되었다. 지금부터 이 게임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웰에이징(Well-Aging)을 위해 나는 오늘도 게임을 한다!     


  60대의 문턱으로 들어선 지금, 모바일 두뇌 퍼즐게임 <루모시티>를 벌써 3년째 매일 30여 분에서 길게는 4~5시간을 훌쩍 넘기면서까지 즐기고 있다. 레벨을 올리고, 목표치에 도달하여 ‘앗싸!’ 성취감을 느낄 때까지 몰입을 경험한다.         

▶ 루모시티는 기억력, 주의력, 반응속도, 사고의 유연성, 문제해결능력, 언어 및 수학능력 등을 평가하고 향상하는 총 64개 게임을 제공한다. [출처: 앱스토어 캡처]

  이러한 나의 게임 몰입경험이 가족들에게 다소 충격적인 장면으로 비친 것은 <모뉴멘트 밸리 1, 2>를 만나 모든 레벨을 달성할 때까지, 다음 여정의 그 웅대한 전율을 도저히 기다릴 수 없어 하룻밤을 꼬박 새웠던 날이었다. 이후 유난히도 나의 도전정신에 불을 붙였던 <루모시티>의 생각의 기차(동시 작업력을 요하는 분할 주의력), 또 꽤 속을 썩였던 <FRAMED 1, 2>, <Blendoku 블렌도쿠> 게임의 완파 경험은 다소 수면에 지장을 받긴 했지만, 이로 인해 생긴 자신감과 성취감은 무엇과는 바꾸기 어려운 신선한 에너지를 선사해 주었다.     

▶ 루모시티의 생각의 기차 [출처: 앱스토어 캡처]

  작년 코로나 19로 헬스장 출입이 어려워 지면서 인터넷에서 우연히 발견한 보물 같은 게임은 바로 <링피트>다. 처음 시작할 무렵에는 20여 분을 겨우 버텼으나, 플레이 과정에서 최근 40여 분 동안의 지속적 근력 운동이 가능해지면서 ‘확찐자’라는 웃픈 유머가 돌던 코로나 시국에 다행히 몸무게 감량에 성공, 체형 유지가 가능했다.  

 ▶ 링피트 [화면 캡처]

  게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보상은 매우 다양하다. 링피트 몬스터와 대결하는 미션에서 플레이어는 자신에게 필요한 신체 부위에 유익한 스킬을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고, 이를 기회로 게임의 난이도 조율할 수 있다. 그리고 매 라운드에는 다양한 스토리텔링이 있어 호기심을 자극하고, 폭포, 눈 덮인 마을, 사슴이 뛰어다니는 숲속 길 등의 풍경은 보는 이에게 환상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금화나 하트를 획득하여 건강 스무디를 만들어 마시게 하거나, 아울러 공격력과 수비력을 강화해 주는 패션 코디네이션 코너와 건강 상식과 정보제공, 격려와 지지를 제공하는 피드백 시스템은 꾸준히 게임에 몰입하게 한다.     

 

   이러한 영리하고 지혜로운 게임 설계 덕분에 벌써 마지막 25레벨의 엔딩까지 두 번이나 완료한 후, 엑스트라 월드를 플레이함과 동시에 기록의 갱신율과 완성률을 높이기 위한 세 번째 재도전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꽤 뿌듯하고, 만족스럽고, 자랑스러운 성과다.    

▶ 링피트 [화면 캡처]

    최근에는 코로나로 인해 주말 외출마저도 어려워졌다. 반면 온 가족이 모니터 앞에 함께 할 기회가 자연스레 많아지면서, 저스트 댄스 게임을 즐기며 키득거리곤 한다. 레트로 감성을 자극하는 펑키한 리듬뿐 아니라 요즘 핫한 아이돌 음악에 맞춰 춤을 추다 보면, 각자의 생활에 지쳐 있는 가족들이 오랜만에 하나가 되곤 한다.         

▶ 저스트 댄스 [화면 캡처]

삶의 만족도심리적 적응건강 회복… 놀라운 게임의 효과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며 노인의 삶과 질에 관한 관심이 전보다 높아졌다. 이제 노인은 젊은 세대 중심의 사회에서 수동적인 대상이 아니라 능동적 사회참여와 독립적인 생활을 추구하는 대상이다. 따라서 시대의 흐름에서 노인의 새로운 역할과 임무를 찾아갈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실질적인 프로그램 개발의 필요성이 더욱 증가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노년기의 적극적인 활동 및 심리 치료적 접근인 게임이 하나의 대안으로 부각되었다. 여러 사례와 연구들은 게임이 정체성을 발견하고, 감정을 해소하고, 고독감과 절망감을 극복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자녀와 손자녀와의 관계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사례 1. 오카미아 마사코 할머니는 1996년 퇴사 후 60세 나이에 컴퓨터를 구입했다. 그리고 컴퓨터를 배우고, 노인을 위한 커뮤니티 사이트인 ‘멜로우 클럽’을 개설하고, 젊은 게이머들과 게임을 즐겼으나 백전백패하게 된다. 참다못한 할머니는 게임사에 “왜 젊은이들에게 유리한 게임만 있죠?, 노인을 위한 게임도 만들어 주세요.”라고 적은 편지를 보냈다. 하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다. 결국 그녀가 선택한 건 6개월 독학 끝에 스스로 일본 고유의상을 입은 인형을 배열하는 전통의상에 대한 지식이 있는 노인에게 유리한 게임인 ‘히나단’이라는 모바일 게임을 만들어 출시하는 것이었다. 그녀의 나이 81세의 일이었다. 이 게임은 아흔 살 할머니를 여전히 꿈꾸게 하고 있다.     


사례 2. 2020년 5월 일본 모리 하마코 할머니가 세계 최고령 게임 유튜버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1930년생인 모리 할머니의 나이는 올해로 91세. 할머니는 직접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게이머 할머니(Gamer Grandma)’를 통해 구독자 51만 명과 소통하고 있다. 게임에 대한 할머니의 사랑은 40년 전에 시작됐다. 자녀들이 게임 하는 모습을 보고 “아이들만 가지고 노는 건 공평하지 않다”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게임의 매력에 푹 빠졌다. 처음엔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몰래 즐겼던 게임이, 수영과 뜨개질을 제치고 지금까지도 할머니 곁을 지키는 최고의 취미가 됐다.     


사례 3.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심리학 연구자들은 63세부터 92세까지 시니어 센터의 140명의 노인을 조사한 뒤, 이들을 디지털 게임을 하는 사람과 게임을 하지 않는 그룹으로 나누었다. 두 그룹 간 삶의 만족도를 비교한 결과, 게임을 하는 노인은 게임을 하지 않는 노인보다 삶의 만족도와 사회관계 만족도가 높았고, 부정적인 정서나 우울감이 적었다. 즉, 디지털 게임을 즐기는 노인들이 게임을 하지 않는 노인들보다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가 높았다. 게임이 노화에 따른 인지 능력 감퇴를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는 많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이렇게 게임이 노년의 정서적인 만족감과도 관련이 있다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다.      


사례 4. 미국 루이지애나 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과 연구자들은 성공적인 노년을 보내는 방법으로 자녀 또는 손주와 함께 게임을 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이 연구에서는 가족과 함께 게임을 즐기는 노인들, 그리고 노년층 부모 또는 조부모와 함께 게임을 즐기는 젊은 세대를 각각 심층 인터뷰했다. 그들은 함께 게임을 하며 서로 관계가 돈독해지고, 서로 다른 세대를 이해하게 되었다고 답했다. 게임을 같이 하며 주로 게임에 관한 이야기로 대화를 시작하지만, 대화는 점점 가벼운 일상 이야기에서부터 진지한 이야기로 발전되기도 한다. 특히, 이들은 가족과 멀리 떨어져서 사는 경우 소셜 게임을 함께 하며 자주 연락하고 안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례 5. 최근 일본 액티비티 협회에서는 레이싱 게임인 ‘그란 투리스모 스포트’를 노인 시설에 배치한 결과, 많은 노인들이 이를 통해 시설에 찾아오고 경기를 즐기게 되는 등 사회적 참여에 변화가 생겼다고 발표했다. 또한, 게임을 통해 전두엽 기능 및 인지 기능도 개선되었다고 한다, 가토 교수는 “몸이 불편해 신체적 운동을 하기 힘들거나 코로나 19로 외출 기회가 적어진 고령자들에게 게임이 사회적 유대관계를 유지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라며 “치매나 노화 예방의 효과 측면뿐 아니라 고독사와 같은 사회 문제 측면에서도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례 6. 치매를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한 훈련 도구로서 게임이 유용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재활 전문 보바스기념병원 신경과는 동국대 멀티미디어학과 엄기현 교수팀과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연구과제로 지난 2년간 치매 노인을 위한 여섯 가지 기능성 게임을 제작했다. 치료대상자로 참여한 손 할머니는 너구리게임을 배웠다. 땅굴에서 너구리가 튀어나오면 같은 색깔과 모양의 너구리를 찾아야 점수가 오른다. 또 하늘에서 떨어지는 돈을 정해진 금액만큼 계산해 바구니에 담는 돈다발 게임도 있다. 손 할머니는 “처음에는 너무 어려웠는데 한 달쯤 계속하니 게임을 하는 시간이 짧게 느껴질 만큼 재미있다”라고 말했다. 한 달간 게임 치료를 받은 할머니는 정밀검사를 다시 받았다. 그 결과 집중력과 관련 있는 뇌의 느린 베타파가 증가하고 인지기능이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물건을 잃어버리거나 할 일을 깜빡 잊는 횟수가 줄었다. 무엇보다 잃었던 자신감과 활력을 되찾은 게 가장 큰 수확이다. 손 할머니는 요즘 손녀에게 배운 오락게임에 도전 중이다.                         

▶ 사례1 히나단 게임, 사례2 하마코 할머니, 사례5 그란 투리스모' 경기 모습 (출처: 게임스파크), 사례6 기능성 게임 (출처:보바스기념병원)

   

나가며


대다수의 사람들은 게임을 마치 청소년기에 누리는 특별한 활동인 것처럼 인식하고 있지만, 이처럼 생애주기에서 노년기에 게임이 주는 효과는 실로 놀랍다. 세대를 뛰어넘어 함께 소통하고, 공감하며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즐기다 보면, 삶은 이전보다 더욱더 풍요로워진다. 게다가 재미를 얻고, 덤으로 좋은 관계, 건강한 몸과 마음까지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은 바로 우리가 게임을 즐겨야 하는 이유다. 


 게임은 사람들에게 성취감, 경험치의 확장, 협동심, 긍정적 사고를 심어주고 게임을 하면서 성취하는 ‘웅대한 승리’는 비록 가상현실에서 체험하는 것이긴 하지만, 실제 삶의 활력과 동기부여에 이바지한다. 앞으로 어떤 새로운 게임을 만나고, 즐길지는 모르겠지만, 게임은 우리의 삶과 함께 계속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박성옥

대전대학교 아동교육상담학화 교수/ HRC 학장

놀이치료 및 게임놀이치료 수련감독, 발달심리수련감독, 아동심리치료전문가

2021년 게임문화포럼 투고분과 위원

1991년 ~ 현재 대전대학교 아동교육상담학과 교수

2010년 ~ 현재 대전시 교육청 승인 인문영재교육원 원장

2013년 ~ 현재 한국임상게임놀이학회 학회장

2020년 ~ 현재 게임문화포럼 투고분과 위원

2021년~현재 대전대  HRC 학장

저서 :  게임놀이와 아동심리치료, 치료적게임과 심상유도, 게임놀이치료:이론,관찰,사례, 게임은 훌륭하다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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