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재미있고 큰 온라인 LOL(롤) 게임 학교 운영해 보니
오후 6시 55분 7시 5분 전, 수업 대기하는 아이들
대기실에 있던 아이들이 수락 버튼을 누르자 100명이 순식간에 화면을 채웁니다. 컴퓨터 화면은 한 면으로 부족해 여러 면으로 나뉩니다. 반은 얼굴을 보여주고 반은 얼굴 없이 학교 000이름 옆에 (노), (모)라고 쓰인 아이들이 120명입니다. 순식간에 20명이 더 들어왔습니다. 댓글 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올라가며 인사를 나눕니다.
진행 선생님은 소리가 너무 난다고 음소거를 합니다. 모두 조용해집니다. 아이들이 한마디씩 하면 줌에서 튕겨 나가는 일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에 수시로 이렇게 조정을 합니다.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LOL(롤) 학교 교가를 같이 부릅니다. ‘배워서 남 주나’ 교가를 같이 큰 소리로 부릅니다. “반가워용. 한 주일 잘 지내셨습니까?” “세종대왕 이순신도 오천에 한두 명 네가 할 일 따로 있단다.” “세상에 태어난 게 기적이 아니겠니.” 노래를 마치고 가사 중 일부를 반복해서 말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고 큰 학교에서 여러분이 해야 할 멋진 일을 찾길 바라면서 오늘도 출발합니다.
게임 학교에 교육과정을 만들 때 노래를 왜 해야 하는지 의문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해보면 처음 시작할 때만 조금 어색해합니다. 게임을 좋아하는 친구들 내면에는 다양한 아티스트적 재능이 많습니다. 그리고 게임은 온통 음악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노래 부르기, 랩 하기 등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과목 편성을 할 때, 수업의 시작과 끝을 노래와 함께하게 했습니다. 노래는 참가자 모두를 하나로 연결해 주는 따뜻한 햇빛 같은 역할을 해 줍니다. 수업을 마칠 때 부르는 노래는 전인권의 ‘걱정말아요 그대’입니다.
한 기수 마무리할 때마다 ‘걱정말아요 그대’를 손을 위로 하고 흔들면서 함께 부르는, 진정으로 소통하는 그 감동은 매번 가슴을 뭉클하게 합니다.
오로지 LOL(롤) 캐릭터라는 이유가
교가를 부르고 나면 바로 게임 영어 시간입니다. 화면에 짠하고 영어 선생님이 나타나십니다. 선생님은 수업을 시작하자마자 LOL(롤)의 캐릭터 중 하나를 보여 줍니다. 그러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거의 동시에 어떤 캐릭터인지 맞춥니다. 선생님은 “와! 너희들 정말 대단한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까지인 줄은 몰랐어.” 진심 어린 감탄으로 피드백을 합니다. 이어지는 영어 단어 수업에서 마치 영어를 좋아했던 아이들처럼 대답이 우렁찹니다. 지금 사이버 세계에서 수업하는지 오프라인에서 하는지 모를 정도로 활발하고 집중력 있게 영어 수업이 이루어집니다. 오로지 LOL(롤) 캐릭터라는 이유가 아이와 선생님을 하나로 만듭니다.
아이들이 즐거운 모양입니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LOL(롤)로 영어를 해서 그런지 입이 열리기 시작합니다. 너도, 나도 대답을 하고 궁금한 것을 물어봅니다. 학생들은 학교와 학원에서 늘 영어 수업을 하지만 영어는 힘들고 하기 싫은 과목이었을 것입니다. 아마 추측건대 수업에 이렇게 관심을 가져본 적이 거의 없었을 것입니다. 게임 영어 수업의 열기가 학교 수업으로 확장되길 바라면서, 아쉬운 10분 영어 수업을 마칩니다. 그리고 바로 이어서 2교시 게임 인문학 시간으로 이어집니다.
저 화장실 가야 하는데 수업 조금 있다 하면 안 돼요?
선생님은 노틸러스 사진을 보여 줍니다. 저는 아무리 봐도 모르겠는데 배의 닻 같은 걸 보고 아이들은 노틸러스라고 바로 알아봅니다. 집중을 합니다. 노틸러스에 대해서 아이들은 한마디씩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게임 인문학 선생님은 프랑스 소설가인 ‘쥘 배른’과 연계해서 이야기를 합니다. 이는 해저 2만 리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만 리에 대해서 배우고, 지구의 직경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눕니다. 네모 선장이 노틸러스 호를 타고 심해에 사는 미지의 생물들과 마주치는 여행 모험담을 이야기해 줍니다. 마지막으로 해저 2만 리 속 여행 코스를 보여 줍니다. 그리고 다음 시간 과제로 네모 선장처럼, 여행하고 싶은 장소와 왜 가고 싶은지 그 이유를 쓰게 합니다. 과제는 네이버 ‘마음 방역’ 카페에 제출합니다.
3교시는 게임 전략 시간입니다. 아이들의 관심이 가장 많은 수업입니다. 차분한 목소리로 아이들에게 LOL(롤)을 하기 위한 기본 용어부터 시작해서 라인 관리의 이해 등을 게임을 직접 보면서 설명합니다. 중간에 영어 단어가 나오면 바로 네이버 단어 찾기를 해가며 동시에 설명하는데 게임을 잘 모르는 제게는 마치 외계어처럼 들립니다.
아이들의 수업 집중도는 말이 필요 없을 정도입니다. 수업 장면은 ‘몰입’이라는 단어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한 아이가 화장실이 급한지 “저 화장실 갔다 와야 하는데 조금 있다가 설명하시면 안 돼요?” 하고 말을 합니다. 화면을 지켜보던 선생님들이 ‘빵’하고 웃음이 터졌습니다. 이런 말과 표정이 보람으로 돌아오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렇게 아이들이 수업에서 몰입하는 장면은 교직 생활 35년을 통틀어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그것도 온라인상에서 말입니다.
이렇게 3교시 수업이 끝나면 분반 수업을 합니다. ‘모험 놀이’와 ‘노래 부르고 만들기’ 수업입니다. 모험 놀이는 직접 해 보면서 방법을 알려줍니다. 그런 다음 가족들과 함께 활동한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서 올리는 과제를 내줍니다. 노래 만들기 수업은 게임을 하면서 느낀 점을 가사로 만들고 기존에 좋아하는 노래로 개사해 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그 가사를 모아서 새로운 게임 노래를 만드는 수업입니다. 2021년 1학기 아이들이 만든 노래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곧 음원으로 발표할 예정입니다.
분반 수업이 끝나면 다시 전체가 모여 이번 주 과제 설명을 하고 ‘걱정말아요 그대’ 노래를 부르고 수업을 마무리합니다.
이상 2020년 9월부터 – 2021년 8월까지 매주 월요일, 수요일 저녁 7시부터 8시 30분까지 이루어졌던 온라인 LOL(롤) 게임 학교 수업에 대해서 대략적인 소개를 해 드렸습니다.
대상은 서울에 거주하는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었습니다. 학교에 가정통신문을 보내 아이들을 모집했습니다.
매 기수별로 유명선수들이 아이들과 인터뷰해 주었는데 아이들이 참 좋아했습니다. 이 인터뷰는 사전에 네이버 카페 '마음방역'을 통해 궁금한 질문을 받아서 진행을 합니다. 2기 때는 유럽 리그에서 탑으로 활약하는 유일한 한국인 선수, 신태민 선수와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프랑스 리그와 터키 리그에서 우승한 경력이 있는 선수여서 그런지 아이들과 아주 의미 있게 인터뷰를 해 주어 많은 궁금증을 해결해 주었습니다. 3기에는 2017년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했고,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 게임 e-스포츠 국가 대표였던 ‘젠지’ e-스포츠팀의 ‘롤러’ 선수가 아이들과 함께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학교, 온라인 게임 학교가 개교된 배경
지금부터는 세상에서 가장 큰 LOL(롤) 학교가 탄생하게 된, 아니 개교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이는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벌써 10여 년이 훌쩍 넘은 이야기입니다. 저는 서울에 있는 직업학교에 교감으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서울에 있는 공립 직업학교입니다. 이 학교는 인문계 고등학교 재학생 중 공부보다는 다른 곳에 더 관심이 있는 아이들이 다니는 곳입니다. 고등학교 2학년 말에 응시해 고등학교 3학년을 이곳에서 수업을 받는 것입니다. 그리고 졸업장은 원래 다니는 학교의 졸업장을 받는 아주 특별한 학교입니다.
저는 학생들을 생활지도 하는 문제로 인해 학교에 가는 게 싫어졌습니다. 조금만 구석진 곳에 가면 담배를 피우는 아이들과 마주쳤습니다. 스트레스로 원형탈모가 생길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명색이 상담을 공부한 사람인데 여기서 물러서면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를 해 보았습니다. 우선 정말 아이들이 좋아하는 일로 시작을 했습니다. 노래를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해 노래방을 만들었습니다. 그러자 노래를 좋아하는 친구들은 그곳에서 온종일 노래를 했습니다. 그러다가 우리 친구들 성적을 보게 되었습니다. 한결같았습니다. 어느 날 산책하다가 문득 그 아이들이 공부를 왜 포기했는지가 궁금해졌습니다.
제게는 이 순간이 제 인생을 바꾸는 결정적 질문을 스스로에게 한 날이었습니다. “그래, 그 이유를 한번 알아보자.” 그리고는 전교생을 상담해 보기로 했습니다. 이후로는 원형탈모에 걸릴 새도 없이 바빠졌습니다. 하지만, 목표가 생기자 걱정과 불안은 어느 순간 사라졌습니다. 10명 50명 100명, 상담이 진행되면서 정말 신기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생활지도 문제가 사라진 것입니다.
보는 관점이 바뀌면
아이들이 스스로 자제하는 것도 있지만, 제가 아이들을 바라보는 관점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그동안 제 관점과 판단으로 아이들을 보아 왔다는 사실을 한 명, 한 명 상담하면서 확실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귀하고 귀한 존재임을 알게 된 것입니다.
아이들을 마치 숲속의 나무 하나하나를 다루듯 소중하게 다뤘습니다. 상담을 거듭하다가, 공부를 포기하고 아이들이 가는 곳이 PC방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게임 때문에 공부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게임 덕분에 힘들고 지친 시간을 위로받고 격려받으며 보낸 것입니다. 학교에서, 혹은 집에서 막막하고 힘든 경계에 있을 때 두려움을 이겨 내게 한 것이 바로 게임이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그저 게임에 빠진 것처럼 보였겠지만, 고3 때 직업학교를 택한 아이들 내면에는, 뭔가를 하고 싶다는 강력한 용기와 꿈이 살아 있었습니다.
그 불을 지펴 주는 것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그래,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는 것을 해 주자. 하지만 이건 현재의 공교육 시스템 속에서는 불가능하다. 지금 같은 1년짜리 학교에서 만들지 않으면 어디에서 하겠는가?” 이렇게 e-스포츠 학과를 만들기로 작정했습니다. 지금의 온라인 LOL(롤) 게임 학교를 만들 때도 모두 회의적이지만, 15년 전에는 거부 반응이 더 심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만나면서 게임이 어떤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지 너무나 명백하게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 소신껏 이들을 설득했습니다.
과감하게 신입생도 게임으로 뽑았습니다. 당시에는 스타크래프트를 했습니다. 교실을 만드는 문제에 봉착했을 때는 산책과 명상을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에 관심이 많은 선생님들과 대화도 많이 나누었습니다. 그때 생각난 것이 PC방이었습니다. “그래,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은 PC방을 만들자.” 바둑을 두고 나면 바둑 복기를 하듯이 게임하고 나면 게임을 복기하며 볼 수 있는 시설, 그리고 방송으로 송출할 수 있는 시설까지 만들었습니다. 다행히 하늘이 도와 예산도 확보가 되었습니다.
잠자는 동안 뿌리내리는 것이다.
초창기에는 학교 PC방 수업에서 분노를 표출하고 대드는 아이들이 있어 마음고생을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정말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안정감을 회복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몰입하는 아이들을 보면 차동엽 신부님의 ‘무지개의 윈리’에서 보았던 중국산 대나무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중국산 대나무는 5년 동안 하나도 자라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대나무는 5년 동안 좀 더 크기 위해 뿌리를 아주 깊고 넓게 내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우리 아이들이 지금까지 학교에서 잠을 잔 것이 자신만의 뿌리를 내리는 기간으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격려해주고 혹시 졸리면 잠시지만 쪽잠을 잘 수 있는 여유로운 수업을 했습니다. 그러자 어느 날부터 욕이 사라졌습니다. 27개 학급, 전 교실에서 가장 활기찬 모습으로 변화되었습니다.
언젠가 e스포츠 챌린저 대회에서 우승하고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먹으면서 했던 학생 정민이의 말이 아직도 생각이 납니다. “19년 동안 살면서 처음 느낀 행복한 시간이었다”라고 멋쩍게 웃는 표정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직업학교에서 교감, 교장을 하면서 프로팀을 만들고 ‘초·중·고 주말 게임 과몰입 재능계발 프로그램’도 만들어 운영했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게임 고위험군에서 일반군으로 변화하였습니다. 소감문에서 가장 많이 쓰는 말이 ‘게임을 절제할 수 있게 되었다’였습니다.
게임을 통해,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절제와 인내를 배운 것입니다. 절제를 누군가에 의해서 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하게 된 아이들은 부모와의 관계도 많이 개선되었습니다. 특히 엄마와의 관계가 좋아졌습니다.
직업학교에서나 교육청에서 프로그램을 구상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바로 게임을 공식적으로 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으로 놀이를 하고 부모님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게 하는 것입니다. 또 하나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노래를 같이 부르는 것입니다. 노래는 아이들을 위해 만들었던 ‘금연송’, ‘노타바코’, ‘공부송’, ‘배워서 남주나’ 등과 故김광석의 ‘일어나’ 등을 불렀습니다. 활동을 마치고 수료식 때 보면 아이들은 게임도 좋았지만, 함께 손잡고 놀았던 시간, 기타 소리와 함께 노래를 불러 좋았다는 말들이 소감문에 담겨 있었습니다. 사람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긍정적으로 격려받고, 놀이로 승화할 때 새로운 길이 열리며 자신이 쓸모 있는 사람임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학교에는 12명의 LOL(롤) 프로선수단이 있었는데 그 아이들과 자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이들 중 매년 4명 정도가 프로게이머의 꿈을 꾸었습니다. 프로게이머가 되지 않은 나머지 아이들이 한 이야기가 인상적입니다. “이 과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평생 게임으로 막연하게 프로를 꿈꾸며 시간을 허비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습니다. 1년 동안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가 없다고 합니다, 이제 다른 일을 해도 될 것 같은 용기가 생겼다고 합니다. 진로 수정을 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이 부분도, 아이들이 타인에 의해 진로가 바뀐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게임을 하면서 느낀 몰입도로 다른 어떤 일을 해도 잘할 것으로 믿습니다, 하루에 10시간 이상 한 가지를 집중해서 할 수 있는 사람이 지구상에 얼마나 되겠습니까?
현실을 바탕으로 한 교육을 꿈꾸어야 한다.
직업학교에서 교장 임기를 마치고 현재 근무하는 곳은 서울시교육청 초·중·고 학생들을 수련하는 학생교육원입니다. 한해에 22만 명이 다녀갔습니다. 교육과정은 몸으로 하는 활동이 주를 이룹니다.
2020년 초반기에는 ‘코로나19 감염증’으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2020년 2학기에 뭐라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이 또한 쉽지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수련 지도사 2명과 드림팀을 만들어 모험 놀이와 수련원에서 하던 활동을 온라인으로 시도해 보았습니다.
‘마음 방역’이라는 네이버에 카페를 만들어 사람들이 편하게 들어와 안내된 활동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생각을 접고, 계속해서 도전했습니다. 현재 ‘마음 방역’ 네이버카페는 게시물 전체 조회 수 150만을 넘어 백여 가지 활동이 매월 진행되고 있습니다.
2020년 8월 우연히 책상 위에 놓인 ‘게임에 빠진 아이들’ 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책을 처음부터 다시 한번 읽었습니다. 그리고 자동적으로 학교 이름과 방법이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직업학교에서의 경험을 서울 전체 학생들에게 한번 해 보자. 이렇게 마음먹고 만들어진 것이 온라인 LOL(롤) 게임 학교입니다. ‘게임에 빠진 아이들’ 책이 없었다면 아마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기록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저는 게임은 잘 몰랐습니다. 상담을 전공한 사람으로 게임 하는 아이들에게 몸을 움직이는 상담을 하면 좋을 것 같아 시작을 한 일입니다. 살면서 많은 꿈을 꾸었습니다. 그중 대부분이 실패를 했습니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전부 생각으로만 한 일들입니다. 망상이죠. 현실을 모르고 현실을 바탕으로 하지 않은 일들입니다. 저는 ‘모험 놀이’라는 상담을 통해 수없이 많은 아이들을 만나 상담하다가 게임과 인연이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상담하기 전에는 막연하게 교육이 이래야 해, 저래야 해 등등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놀이로, 게임으로 아이들을 만난 이후로는 현실을 기반으로 한 꿈을 꾸고 있습니다. 이젠 세계에서 가장 큰 LOL(롤) 게임 학교를 만들어 교장이 되는 꿈을 꾸어 봅니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예산도 생각보다 많이 들지 않고 아이들의 참여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사이버 공간에서는 생각 한 것 이상으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음을 매일 경험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아이들이 입학하려고 줄을 서게 될 날이 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살면서 가장 힘든 삶은 남의 삶을 흉내 내는 삶입니다. 이런 삶을 사는 사람은 매우 피곤하며 쉽게 지치게 됩니다. 나무는 절대 다른 존재와 비교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비교하는 순간 불행해지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어야 합니다. 현실을 바탕으로 한. 그것이 바로 게임입니다.
LOL(롤) 게임 학교 학생들이 스스로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모습은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수업 시간에 질문하고 대답하는 밝은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흐뭇해집니다.
글
은평문화예술정보 학교 교사
2021년 게임문화포럼 투고분과 위원
2021.9 - 현재 은평문화예술정보학교 교사
2020. 3 - 2021.8 서울시교육청 교육연구관
2015. 3 - 2022.2 아현산업정보학교 교장
* 게임에 빠진 아이들, 마음의 반차ᆞ강고 기벅의 모험놀이 등 발간
* 배워서 남주나(공부송), 노타바코(금연송), don't worry(게임송) 등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