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시대의 기술변화를 나타내는 키워드들은 ‘메타버스’, ‘인공지능’, ‘ESG’ 등 다양하다. 그중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기술발전에 따라 디지털 툴을 사용해 조직에 활용하는 변화를 나타낸다. 쉽게 생각해보면 이러한 변화의 흐름은 IT업계에 국한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제는 IT를 업계를 넘어서 이와 무관한 다양한 업계에서 살펴볼 수 있다. 이와 같은 변화가 게임과는 어떤 연관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우선 산업에서 널리 쓰이는 프로그램들에 대해서 알아보자.
설계 부분에서는 건축, 조경, 토목, 측량, 기계, 전기, 전자, 조각, 광고 등 매우 다양한 부문에서 활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CAD(Computer Aided Design) 프로그램들은 아래와 같다.
- AutoCAD : Autodesk에서 개발한 건축 설계 툴로 2D 3D 도면 설계에 두루 사용된다.
- CATIA : 프랑스 다쏘 시스템즈(Dassault Systems)에서 개발한 3D CAD & PLM(Product Lifecycle management) 프로그램. 항공 및 우주산업 설계에 사용하기 위해 개발되었으며, 정밀한 설계에 특히 강점을 보인다. 또한, PLM 소프트웨어로써 제품의 생산, 관리까지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
- Solidworks : 역시 다쏘에서 서비스하는 프로그램으로 기구설계 등에 폭넓게 사용한다.
- NX : 지멘스(Siemens)에서 서비스 중인 종합 PLM 툴.
- CREO : PTC에서 서비스 중인 3D 설계 툴. 휴대전화나 전기부품 설계에서 널리 사용된다.
산업용에서의 디지털 전환은 위에 소개된 소프트웨어들 이외에도 무수히 많다. 이러한 변화는 일찌감치 우리에게 다가와 있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의 변화는 실제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넘어서 일반 대중에게까지 그 변화의 흐름을 느끼게 하고 있다. 그래픽스 기술의 발전과 컴퓨터 하드웨어의 발전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아래 표는 2010년 그래픽카드와 2020년 최상위 그래픽카드의 성능을 비교한 것이다.
산업용은 주로 워크스테이션이라 불리는 기업용 컴퓨터에서 이제 대중적인 사양에서도 높은 그래픽을 구현할 수 있게 되면서 대중들도 매우 다양한 방법으로 3D 그래픽을 활용하게 되었다. 더불어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재택근무, 원격 회의 등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이러한 변화는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여기서 VR, AR 디바이스와 개발 툴의 발전에 힘입어 단순히 비디오카메라를 활용한 원격/재택근무가 아닌 가상의 공간에서 업무에 필요한 시각화된 정보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각 분야의 활용 사례를 아래에서 살펴보자.
- 자동차 : 원격 회의에서 3D로 제작된 차량 목업 데이터를 가운데 두고 VR을 활용해 디자인을 점검하거나 차량의 시뮬레이션 정보를 즉시즉시 체크하면서 회의한다. 회의를 위해 굳이 이동하지 않고 전 세계 각지에 떨어져 있더라도 원격으로 접속해 회의가 가능하다.
<VR을 통해 가상의 공간에 디자인된 제품을 보면서 원격으로 회의하는 장면>
또한, 가상 스튜디오에서 신제품을 소개하거나 미디어 홍보에 실제 차량을 사용하지 않고 실제 차량 설계 데이터를 변환해 사용하기도 한다. 매장에서 아이패드를 통해 실제 차량을 띄우고 차량의 색상과 카탈로그를 보여주며, 사용자의 스마트폰이나 패드의 카탈로그 앱을 설치해 스마트폰 카메라에 차량 각부를 인식시키면 자동으로 기능을 설명해 주기도 한다.
전기자동차와 같이 차량 HMI(Human machine interface) 작업에도 이제 실시간 그래픽 기술을 사용한다. 단순히 저장된 정보만이 아닌 사용자와 차량 주변 환경을 실시간으로 소통하게 하려면 이런 실시간 그래픽이 반드시 필요하다.
- 직무교육 : 신입직원 직무교육을 할 때, 실제 장비를 활용한 교육 대신 VR을 활용해 게임하듯 직무교육 및 실습을 진행하고, 이를 반복 숙달해 실제 현장에 투입하는 사례도 이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3] 이러한 직무교육에서의 그래픽스 렌더링 기술뿐 아니라 사용자가 직무교육을 보다 효과적으로 받기 위한 콘텐츠 설계, 운용에 대한 노하우는 게임에서 고민하는 것과 매우 유사하다. 이제 게임 제작에 필요한 기술들이 게임 제작에서만 쓰이는 것이 아닌 여러 산업 분야에서 활용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 디지털 트윈 : 공장, 물류창고 등 큰 현장을 그대로 디지털로 옮겨와 실시간으로 공장의 현황을 파악하기도 하고 다음 계획을 세울 수도 있다.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점에서 영화나 영상 제작과 무엇이 다른가를 살펴보면, 하나의 이미지를 몇 분에서 몇 시간에 걸쳐 공들여 만든 후, 후보정을 통해 영상으로 제작하는 영화/광고의 VFX 기술과 달리 게임 제작에서는 실시간 3D 렌더링이 필요하다. 보통 초당 60번을 기준으로 만들어지는데, 화면에 그려지는 모든 렌더링 프로세스는 한 프레임당 16.7ms(밀리세컨 = 천분의 1초) 안에 이루어져야 하고 이걸 우리는 60프레임이라고 한다. 게임 제작에서만 사용되던 노하우가 이제 각 분야에서 다양하게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다.
시대는 점점 더 빠르게 변화하고 산업 각 분야에서는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어 다양한 시도를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인력을 필요로 하고 여기에 필요한 핵심적인 기술은 게임업계에서 쌓인 노하우들이 가장 잘 활용되고 있다.
올해 초 국내에서 개발자 구인 대란이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게임 제작에 필요한 그래픽스, 프로그래밍, 기획 등의 분야에 대한 수요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이제 게임 제작과 관련된 산업과 교육을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이와 관련된 인력을 키워내는 것이 게임뿐 아니라 산업 전반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길이 아닐까 싶다.
글
Unity Technologies Korea, Technical Artist/Senior Advocator
2021년 게임문화포럼 투고분과 위원
2017~ Unity Technologies Korea
2016~2017 Joycity TAD실 Technical Art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