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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윰글 Nov 17. 2024

금요일의 힐링 타임

"오늘 퇴근 후에 바쁘니?"

"아니. 왜요?"


"저녁에 공연 보러 갈래?"

"좋아요."


선배의 전화 한 통이 금요일 하루를 기쁨으로 채웠다. 아침부터 걸려온 섭외 전화 덕에 공연을 보게 될 줄이야. 공연을 좋아하는 나는 다행히 저녁 시간이 비어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하루를 기대하기 시작했다. 요즘은 시간을 마음대로 쓸 수 없는 날이 많아 이런 여유가 더욱 감사하다.


선배가 학교로 나를 태우러 와 줬고, 나는 그 차에 올라탔다. 30분쯤 달려 공연장에 도착한 후, 근처의 유명한 추어탕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이전에 선배 딸 첼로 공연을 보러 왔을 때 방문했던 곳인데,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선배와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공연 시간이 다가왔다.


큰 연주홀이 서서히 채워지는 모습을 바라보는 일은 흥미로웠다. 고등학생부터 머리가 희끗한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이 자리를 채웠다.


'성악가가 부르는 인기가요와 뮤지컬 콘서트'


나는 어중간한 발성을 좋아하지 않는다. 가요는 가요답게, 성악은 성악답게. 하지만 오늘은 두 장르의 접목을 볼 기회였다. 기대와 반신반의 속에서 첫 곡을 들었다. 성악 발성으로 부른 이선희의 '인연'은 예상외로 훌륭했다. 성악 특유의 깊이를 살리면서도 가요의 감미로움을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두 번째 곡부터는 곡을 몰라서인지 약간의 어색함이 느껴졌다. 눈을 감고 들으니 조금 나아졌다.


2부의 뮤지컬 공연에서는 영어 발음 덕분인지 성악 발음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이색적인 경험이었다.


공연은 저녁 7시 30분에 시작해 약 2시간 뒤 끝났다. 관객들의 앙코르 요청에는 단체 인사가 포함된 준비된 곡으로 답했다. 우리도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며 무대를 마무리했다.


'무대의 끝'


학교에서 4년 정도 문화행사를 기획하며 무대의 시작과 끝을 준비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오늘 본 공연은 규모나 수준에서 차이가 있지만, 준비 과정의 노력은 비슷할 것이다. 무대를 마친 이들은 프로라서 무덤덤할지 모르지만, 행사의 마무리는 언제나 뿌듯하고 후련한 법이다. 그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오늘 공연을 통해 금요일 저녁을 음악과 박수로 채웠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피아노 반주가 주를 이뤄 더 특별했다. 화면에 흐르는 가사를 따라 추억을 떠올리고, 지난 젊은 날들을 돌아봤다. 지금이라도 이런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시간과 여유를 허락받은 것에 감사했다. 가족과 나의 모든 상황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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