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고흐

오늘, 비커밍

by 감격

12년 만에 다시 찾은 고흐의 전시회.

예전이라면 혼자 편한 시간에 다녀오면 그만이었지만,

이번엔 가족과 함께 가고 싶었기에

몇 달 전 얼리버드로 결제를 해두었다.


그러나 주말 오후가 되어서야

얼리버드 티켓의 사용 기한이 마지막 날임을 깨달았다.

서둘러 가족들에게 전시 이야기를 꺼냈지만,

예상과 달리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 순간, 나의 기분도 덩달아 가라앉았다.

컨디션도 좋지 않았던 터라 더욱 서운했다.

남편은 장난을 치며 가볍게 넘기려 했지만,

내 표정을 살피더니 조용히 준비를 도왔다.

사실 나도 가고 싶지 않았다.

시간이 흐른 만큼 모든 게 변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던 전시였기에,

내키지 않는 마음을 다잡고 길을 나섰다.


예상보다 빠르게 도착했지만,

입장을 위해 한 시간 넘게 줄을 서야 했다.

인원 통제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전시장 내부는 붐볐다.

그림을 가까이서 보기 어려운 상황에 짜증이 밀려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마주한 고흐의 작품들은 여전히 강렬했다.


과거 전시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그림은

아몬드 나무, 아이리스, 그리고 자화상이었다.

그때는 화려한 색감과 강한 붓터치가 매력적으로 다가왔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의외로 드로잉 작품들,

그리고 복숭아나무, 협곡이 눈에 들어왔다.

색이 덜 칠해진 거친 선들 속에서도

그의 고뇌와 생동감이 그대로 전해졌다.


나는 왜 지금에서야 이런 것들이 보이는 걸까?


살아생전 단 한 점의 그림만 팔았던 고흐.
하지만 지금,

그의 작품 앞에는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이 모여 있다.
삶과 명성은 늘 이런 식으로 뒤늦게 따라오는 걸까?

그의 그림을 바라보며 그런 생각에 잠겼다.
그런데 제대로 볼 수 도 없는 전시장에서도

아이들도 각자 좋아하는 작품을 하나씩 마음에 품고 나왔다.


"이 그림이 제일 기억에 남아!"
"엄마, 난 이게 마음에 들어."

평소 그림에 관심이 없던 남편도 한 점을 기억하고 있었다.

가족들이 저마다의 시선으로 고흐의 그림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순간, 이 전시를 함께 온 것이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전시를 마치고 나오는 길,

우리는 각자 마음에 드는 작품이 담긴 굿즈를 골랐다.

물론, 굿즈 비용이 만만치 않았지만,

절제할 수 있었음에 스스로 안심했다.


이 순간이 아이들에게도 기억될까?
아마 시간이 지나면 흐려지겠지.

하지만 이 순간은 분명히 존재했다.


고흐의 붓끝이 남긴 흔적처럼,

다시 만난 고흐는
우리의 하루에 그렇게 작은 흔적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 오늘의 비커밍 질문

오늘, 나는 어떤 감정을 마주했는가?

나에게 영감을 준 장면이나 작품이 있는가?


✍️ 미니 저널링 가이드

오늘 나를 감동시킨 순간을 기록해 보세요.

최근 내가 새롭게 발견한 시선이 있다면 적어보세요.

예전과 다르게 느껴진 것들이 있다면, 그 이유를 생각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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