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법을 몰랐던 나에게

오늘, 비커밍

by 감격

나에게 2박 3일의 휴가가 생겼다.

남편도, 아이들도 없이 보내는

온전한 내 시간이다.

이런 적은 기억도 안 날 만큼 오랜만이라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했다.


들뜬 마음에 이것저것 계획을 세웠지만

그 계획마저 흐트러졌다.

결국 나는 집에 머물렀다.

그저 집안일을 하고,

봐두었던 카페에 다녀오고

보고 싶었던 드라마와 영화를 봤다.

먹고 싶은 음식을 천천히 먹고

자고 싶을 때 잠들었다.

별 것 아닌 하루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스트레스 없이 쉬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스트레스는 참 어렵다.

병원에서 링거를 맞아야만 겨우 나아지던 두통,

먹고 나면 늘 찾아오는 소화불량과 급체,

깊이 잠들지 못하면 매일밤의 수면,

그리고 제자리암 진단과 수술에서 까지,

만나는 모든 의사 선생님들은

내 증상의 원인을 스트레스라 말했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속으로 되물었다.

"세상에 저만 스트레스를 받는 게 아니잖아요."

그렇게 스트레스는 나에게,

늘 어쩔 수 없는 것,

피할 수 없는 배경음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런 내가 이번엔 이상하게도 괜찮았다.

아니, 오히려 내가 어떨 때

스트레스 상태인지 알게 된 것이다.


휴가 동안 집안일을 하고

몇 개월 동안 봐둔 음악감상카페에 가서

온몸으로 음악을 들었다.

그림도 끼적였다.

스마프폰은 멀어졌고, 혼자 길을 걷기도 했다.

먹고 싶은 음식을 편하게 먹고

서두르지 않아도 되었다.


집에 와서는 보고 싶던 드라마도 정주행 했다.

하루쯤 자야 할 시간을 넘겨도 괜찮았다.

티브이를 잘 안 보는 나였지만

짧은 영상들이 아닌 긴 호흡의 것들이 좋았다.


잊고 있던 몰입이었다.

몰입이 주는 힘은 대단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낸 것만으로도

몸이 한결 가벼워지고

마음에 여유가 생긴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나는 그동안

시간마다 뭔가를 해내야 했다.

누군가의 리듬에 맞춰 살아야 했다.

누군가의 기상과 식사시간,

누군가의 등하교, 누군가의 하루루틴에서

나의 시간은 늘 쪼개지고 흩어졌다.

그게 당연한 것이라고 여겼다.

사랑이고, 책임이라 믿었다.


그런데 휴가 덕분에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그 모든 것이 나에게는

나를 흔들어대는 스트레스였다는 것을 말이다.


사실 나는

'나만을 위한 일상'을 지내본 적이 없다.

대단한 걸 하지 않아도.

오롯이 나의 호흡으로 하루를 보낸다는 것이

이렇게까지 회복감을 줄 수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무언가를 해내야만 의미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편안한 방식으로 살아낸 하루도

충분히 의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짧은 휴가동안 나는 그런 하루를 살았다.

비로소 조금은 나에게 다정했던 하루혔다.

그리고 그 안에서 몰랐던 나를 조용히 다시 만났다.


그제야 알게 되었다.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나를 미루고 살아왔는지를.


스트레스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줄일 수는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보다

'어떻게 쉬어야 하는가'를 먼저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나의 휴가가 편안했던 이유는

오직 나의 리듬으로 살아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 글을 쓴다.

우리의 퍽퍽한 하루에

나만의 리듬이 살아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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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비커밍 질문

나는 언제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가?

최근 나에게 허락한 ‘온전한 시간’은 언제였는가?


✍️ 미니 저널링 가이드

오늘 하루 중, 타인의 리듬이 아닌 나만의 리듬으로 움직인 순간은 언제였는지 써보세요.

가장 최근, 스트레스가 줄었다고 느낀 장면을 떠올려 적어보세요.

앞으로 일주일에 한 번, 나를 위한 고요한 시간을 마련해 보겠다고 다짐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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