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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상균 May 23. 2017

교육 게이미피케이션의 미래를 이야기하다.

교육 게임, 게이미피케이션을 주제로 버지니아텍 송기봉 박사와 나눈 대담

이번 글에서는 미국 버지니아텍의 송기봉 박사와 나눈 대담의 내용을 소개한다. 송기봉 박사는 버지니아텍 교육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교육공학솔루션센터에서 지능형 튜터링 시스템과 게이미피케이션 등을 연구하고 있다. 교육 게이미피케이션에 대한 다양한 이슈를 대담의 주제로 한다.


송기봉 박사(이하 ‘송’): 한국에서 교육 게이미피케이션을 연구하는 학자의 수가 적은 편인데, 어떤 계기로 이 분야에 발을 들이게 되었나?


버지니아텍 송기봉 박사


김상균 교수(이하 ‘김’): 첫 시도는 2005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에는 게이미피케이션이란 용어는 없었다. 모교에서 강사를 하던 때인데, 학생들과 가졌던 술자리에서 들은 얘기가 마음에 박혀서 이 작업을 시작했다. 학생들은 대학에서 교수에게 지식을 배우고, 경험을 쌓아야 하는데, 정작 대학의 교수들은 연구를 잘하고 지식은 많을지언정 이를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힘, 즉 교육능력은 매우 부족하다는 의견이었다. 듣고 보니, 나도 논문 읽고 실험하며 내 연구는 열심히 했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는 기법에 대해서는 큰 고민이 없었다.


송: 가르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라면, 여러 접근이 가능했을 텐데 하필이면 왜 게임이었나?


김: 학생들에게 어떤 수업을 원하는지 물었다. 재미있고, 함께 소통하며, 기억에 남는 수업을 원한다고 하더라. 대학 교수들은 누군가를 가르치는 게 업이지만, 사범대 교수들을 제외하고는 교육학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다. 가르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상태에서 누군가를 가르치는 사람들이다. 나도 그랬다. 그래서 솔직히 주먹구구식으로 내가 내린 답이 게임이었다. 내가 원래 게임을 꽤 좋아한다. 몰입되는 재미, 활발한 소통, 강렬한 기억, 이 세 키워드를 다 담고 있는 게 무엇일지 고민하다가 게임으로 답을 내렸다.


송: 지금 얘기한 재미, 소통, 기억, 이것들을 김교수가 생각하는 교육 게이미피케이션의 핵심이라고 보면 되는가?


김: 맞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재미있게 참여하는 교육, 서로 의견을 나누고 도우면서 소통하는 교육, 다양한 이벤트와 경험으로 기억에 오래 남는 교육, 이 정도면 정말 멋진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송: 그러면 2005년부터 교육 게이미피케이션을 연구하고 현장에 적용한 셈인가?


김: 그렇다고 보기는 좀 어렵다. 제대로 교육 게이미피케이션을 연구하기 시작한 시기는 미국에서 용어가 정의된 2012년 경이고, 그 이전까지는 좌충우돌로 여러 시도를 하면서 강의에 적용해봤다.


송: 연구는 2012년부터 했지만, 그래도 수업에 적용한 기간을 보면 10년이 넘었는데, 수업에서 몇 가지 정도의 게이미피케이션 기법을 사용하고 있는가?


김: 제대로 헤아려본 적은 없다. 과목마다 다르지만, 전체적으로는 30여 개 정도의 기법을 사용하는 듯하다.


송: 꽤 다양한 기법들을 사용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다른 교수들이 쉽게 활용해볼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김: 여러 학교에서 교수법 특강을 했을 때, 반응이 좋은 것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스타퀘스쳔(Star Question) 기법을 권한다. 시험보기 전에 학생들이 시험 문제를 스스로 만들어보는 방법이다. A3 용지를 나눠주고, 이를 삼등분하여, 맨 위에는 학생들이 각자 객관식 문제를 하나 만든다. 이 작업에 대략 20분 정도를 주면 적당하다. 문제가 완성되면, 이를 롤링페이퍼 방식으로 서로 돌려서 풀어본다. 예를 들어, 학생이 30명이라면, 한 학생이 만든 문제를 다른 29명이 돌려가면서 푸는 식이다. 그러면서 A3 용지의 중간 부분에 문제에 대한 평가를 상중하로 체크하고, 하단 부분에 문제에 대한 의견을 한 줄 정도 적으면 된다. 30명 정도가 이렇게 진행하면, 문제를 만드는데 20분, 문제를 돌려서 풀어보는데 30~40분 정도가 소요된다.


스타퀘스쳔 양식


송: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 생각되는데, 어떤 효과가 있나?


김: 학생 입장에서는 스스로 문제를 만들고, 다른 학우들의 문제를 풀어보면서 복습을 하게 된다. 이 과정이 끝나고 용지를 모두 걷어서 살펴보면 교수에게도 도움이 된다. 학생들이 잘못 이해하고 만든 문제는 없는지, 중요하게 강조한 부분인데 아무도 문제를 내지 않은 부분은 없는지 등을 살펴보면 된다. 학생들이 잘못 이해하고 있거나, 중요한데 놓친 부분이 있다면, 시험을 보기 전에 다시 설명을 해주면 좋다. 나는 학생들에게 시험을 치르도록 하는 이유가 등수를 매기는 데 있지 않다고 본다. 시험은 학생들의 이해도를 높이는 수단이다. 스타퀘스쳔으로 학생들이 문제를 만들어보고, 그 속에서 학생들이 놓친 부분을 교수가 찾아내서 시험 전에 설명해준다면, 시험의 결과가 제대로 나온다.


스타퀘스쳔 사례


송: 취지와 효과는 이해가 된다. 그런데 학생들이 스타퀘스쳔 과정에 열심히 참여하는가? 특별한 보상이 없어 보인다.


김: 크게 두 가지의 보상이 제공된다. 첫째, 본인이 만든 문제에 대한 학우들의 피드백이 보상이다. 형편없는 문제를 만든 경우에는 피드백이 좋지 않겠으나, 그 역시 공부를 좀 더 하게 만드는 쓰디쓴 약과 같은 귀한 보상이다. 둘째, 학우들의 피드백이 좋고, 교수가 보기에도 우수한 문제를 몇 개 선별해서 실제 시험에 출제한다. 내 경우에는 전체 시험 문제 중 대략 10% 정도를 학생들이 만든 문제로 채운다. 시험지에 학생의 문제를 실을 때는 출제자 이름을 ‘(C)홍길동’ 이런 식으로 문제 옆에 함께 표기해준다. 문제의 저작권을 명시하여, 출제자에게 자부심을 보상으로 주는 셈이다.


송: 물질적인 보상은 없는가?


김: 중요한 질문이다. 스타퀘스쳔을 포함해서, 나는 교육 게이미피케이션 기법에서 물질적 보상을 가급적 배제하고자 한다. 물질적 보상을 교육에 적용하면, 결과가 매우 위험해질 수 있다.


송: Lepper의 1973년 논문이 생각난다.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아이들을 몇 집단으로 나눠서, 일부 집단에게 그림을 그려오면 상을 주는 방식의 실험이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불필요하게 상을 남발하여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의 내재적 욕구를 오히려 저하시킨 실험이었다. 이 실험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건가?


김: 그렇다. 교육 게이미피케이션은 재미를 이용해서 학습자의 학습동기를 강화하게는 목적이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과정에서 학습자에게 다양한 요소의 보상이 제공되는데, 이때 외재적 보상, 대표적으로는 물질적 보상을 무분별하게 지급하면, 학습자가 가진 지식에 대한 호기심이나 탐구 과정의 재미를 오히려 훼손시킬 수 있다. 그리고 물질적 보상은 그 규모가 지속 또는 증가되어야 효과가 유지되는데, 교수 용돈으로 그걸 만족시켜주기는 어렵다.


송: 스타퀘스쳔 이외에 여러 교과목에 범용으로 적용될만한 기법은 또 무엇이 있는가?


김: 해당 교과목 내용의 일부를 제삼자에게 가르치는 게임을 만들어보는 것도 매우 좋다. 예를 들어, ‘기업 윤리’를 배웠다고 가정하자. 학습자가 공부한 기업 윤리의 내용을 다른 학우들에게 가르치는 게임을 보드게임 형태로 간단하게 만들어보는 것이다.


송: 게임을 만드는 과정이 쉽지는 않을 텐데, 게임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교수나 학생들이 이 작업을 할 수 있는가?


김: 충분히 가능하다. 교수들의 경우 게임을 즐기는 비율이 높지 않으나, 대다수 대학생들은 여러 형태의 게임을 즐기고 있다. 그리고 앱게임이나 웹게임 형태로 개발을 하려면 소프트웨어 코딩 능력이 필요하지만, 보드게임은 종이에 그리고, 오리면 되는 형태여서 개발과정이 어렵지 않다. 물론 전문적으로 보드게임을 개발하려면 공부할 내용이 많지만, 상용으로 출시할 제품을 만드는 것은 아니므로, 본인의 게임 플레이 경험을 바탕으로 가볍게 만들어본다고 생각하면 된다.


송: 학습적으로는 어떤 효과가 생기는가?


김: 본인이 공부한 콘텐츠를 깊이 있게 분석해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더하기, 빼기와 같은 간단한 수학공식을 초등학생에게 가르치는 보드게임을 만든다고 가정해보자. 게임을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공식의 작동원리, 실생활에 적용되는 사례, 실수하기 쉬운 부분 등을 다각도로 생각하게 된다. 즉, 게임을 만들면서 해당 콘텐츠를 요모조모 뜯어본다. 매우 좋은 복습 과정이다. 게임을 디자인하고 테스트하는 과정이 또한 꽤 재미있는 편이다. 이 과제를 수행한 학생들은 ‘매우 힘들었지만, 꽤 재미있고, 의미있는 경험이었다’는 피드백을 주로 한다.


보드게임 제작 및 테스트 장면

송: 예로 들어준 스타퀘스쳔 기법이나 보드게임 만들기는 다양한 교과목에 적용이 가능해 보인다. 교육 게이미피케이션의 적용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학문 분야는 없다고 보는가?

     

김: 비슷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정확하게는 본인의 학문 분야를 얘기하고, ‘내 분야는 게이미피케이션이 안 되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하는 교수들이 많다. 내가 아는 사례들도 제한적이지만, 공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인문학, 의생명 등 각 분야마다 좋은 사례들은 분명히 있다. 그런 사례들을 살펴보면, 적용이 불가능한 학문 분야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송: 다양한 학문 분야마다 좋은 사례들이 있다고 했는데, 그만큼 교육 게이미피케이션의 확산 속도가 빠르다는 의미인가?

     

김: 국가나 지역마다 차이가 크다. 북미와 유럽 지역에서는 확산이 빠른 편이지만, 국내의 경우에는 아직까지 꽤 더딘 편이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고 개인적인 경험을 놓고 보면, 국내의 각 대학별로는 적게라도 게이미피케이션을 교육에 접목하는 교수가 한 학교에 10명이 넘지 않는 듯하다.

     

송: 국내 대학에서 교육 게이미피케이션의 확산이 더딘 이유는 무엇이라 보는가?

     

김: 몇 가지 이유를 얘기할 수 있는데, 혁신의 수용을 꺼려하는 교육현장의 문화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이 시장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혁신자, 초기 수용자(얼리어답터), 전기 다수 수용자 등의 순서를 밟게 된다. 전기 다수 수용자까지 전파되어야 확산이 급속도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우리 교육 현장에는 혁신자와 초기 수용자가 적은 편이다. 통계적으로 이 둘의 비율이 전체 집단에서 16% 정도가 되어야 하는데,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우리 교육현장에는 이보다 훨씬 낮은 비율의 혁신자와 초기 수용자들이 있다.

     

송: Rogers의 확산 모델을 얘기하는 듯한데, 교육현장의 혁신과 어떻게 관련되는가?

     


Rogers의 확산 모델

   

김: 새로운 교육기법이 퍼지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새로운 교육기법을 무조건 시도해보는 혁신자들이 필요하다. 그다음으로는 새로운 교육기법을 이용해 급진적인 변화를 꿈꾸는 초기 수용자들이 있어야 하고, 이들의 성공사례를 믿고 따라오는 집단이며 점진적인 교육 변화를 추구하는 조기 다수 수용자가 나타나게 된다. 그런데 현재 우리의 상황을 놓고 보면, 급진적인 변화와 개혁을 추구하는 집단인 초기 수용자 집단의 비율이 매우 낮다. 게이미피케이션이 아닌 다른 교육혁신 기법의 전파 상황도 이와 비슷하다. 일례로, 플립러닝(Filpped Learning)을 생각해보자. 플립러닝이 교육현장에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게이미피케이션 보다 더 오래되었다. 현상황은 어떠한가? 플립러닝을 안 한다고 얘기하는 대학은 거의 없지만, 플립러닝을 많이 하는 대학도 없다. 전기 다수 집단이 혁신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16%의 집단(혁신자, 초기 수용자)이 그 앞에 존재해야 하는데, 우리 대학들 중에서 16%, 대략 1/6 이상 플립러닝을 시행하는 대학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안다. 즉, 교과목 6개 중 하나는 플립러닝으로 운영되는 상황이 되어야 전파 속도가 빨라지는데, 아직 한참 부족하다.

     

송: 게이미피케이션을 포함해서, 새로운 교육혁신 기법의 전파 속도가 느린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김: 대학 내의 보수적 문화가 그 원인이다. 새로운 시도 자체를 잘 용납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하다가 실패한 경우 엄청난 비난을 쏟아내는 게 우리 대학의 모습이다. 지금 하는 얘기와 약간 벗어난 면이 있으나, 나는 이 부분이 매우 이상하다. 대학은 학생들에게 새로운 시도를 해라, 혁신가가 되어라, 창의적으로 행동하라고 등을 떠밀면서, 정작 대학의 교육 시스템 자체는 새로운 시도, 혁신, 창의와 거리가 멀다.

     

송: 국내 대학에서 교육 게이미피케이션의 확산이 더딘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

     

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적 인프라에 제한이 많다. 대학의 강의실은 대부분 주입식 교육을 위한 구조이다. 강의실 면적의 70~80%는 칠판을 바라보고 배치된 책상들로 가득하다. 게이미피케이션을 이용한 교육은 여럿이 어울려서 함께 실습하고, 관찰하며,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주입식 교육을 위한 강의실에서는 이런 진행이 어렵다. 교수가 학생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관찰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 위한 동선도 안 나오는 강의실이 대부분이다. 대학이 가진 제도상의 제약도 많다. 학점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A학점, B학점 등에 대한 배분 비율을 강제로 조정하는 대학들이 많다. 즉, 강제적으로 상대평가를 하고, 일부 학생은 반드시 C~F학점을 받도록 되어있다. 게이미피케이션을 통한 교육의 지향점과 차이가 크다. 교육 게이미피케이션은 상대적인 경쟁보다는 함께 협력하며 성장하고, 모두가 승리자가 되도록 이끄는 데 목적을 두는데, 현재의 학점 배분 정책은 이러한 접근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2시간 이상 연강을 못하는 구조도 아쉽다. 게이미피케이션의 배경을 설명하고, 게임을 셋팅한 후에 플레이하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디브리핑(Debriefing)하는 형태로 수업을 진행하기에 2시간은 부족하다. 때에 따라서는 4~6시간의 연강도 허용이 되어야 한다. 수강생의 수에도 문제가 있다. 대학들은 교육 원가를 낮추기 위해 소규모 강의보다는 대단위 강의를 교수들에게 권장한다. 교수 한 명이 100~200명의 학생을 앉혀놓고 주입식 강의를 하는 게 가장 원가가 낮기 때문이다. 대학 재정의 어려움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교육의 질 측면에서는 고민이 된다. 한 명의 교수가 조교의 도움 없이 게이미피케이션으로 수업을 진행하기 위한 적정 규모는 20~30명 수준이다. 실제 내가 만난 교수들 중에서 수업 인원이 너무 많아서, 주입식 이외의 다른 방법을 사용하기 어렵다고 토로하는 분들이 많았다.

    

대학 강의실의 모습


송: 그 외에 또 어떤 이유가 있을까?

     

김: 가장 큰 이유일 수 있는데, 배움의 질과 양 간의 밸런싱에 문제가 있다. 대부분의 교수들은 한 학기 동안 최대한 많은 양의 지식을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싶어 한다. 교재로 보면, 100~200페이지만 가지고 수업하기보다는 500페이지, 심지어 한 학기에 1,000페이지의 진도를 나가고 싶어 한다. 나가야 될 진도가 너무 많다 보니, 게이미피케이션이나 다른 교육혁신 기법의 적용을 아예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게이미피케이션을 이용해 수업을 하면, 정해진 시간 내에 소화가 가능한 진도는 대략 절반 정도로 줄어든다. 게임 준비, 플레이, 관찰, 토론 등에 들어가는 시간 때문이다.

 

천페이지 분량의 대학교 교재

     

송: 배우는 텍스트의 양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것은 교수와 학생 모두에게 적잖은 문제인 듯한데,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김: 전통적인 주입식 교육으로 빠르게 진도를 나가서 학생들에게 500페이지의 텍스트를 전달했다고 가정하자. 학생들이 500페이지 중에서 어느 정도를 소화하고, 기억했다가 나중에 사용할 것으로 기대하는가? 대학 교육을 기준으로 놓고 보면, 20% 미만이라고 한다. 즉, 어떤 교과목에서 한 학기에 500페이지의 내용을 배워도, 학생들이 나중에 기억하고, 사용하는 지식의 양은 100페이지가 안 된다는 것이다. 나는 이 비율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게이미피케이션을 이용해서, 한 학기에 250페이지만 가르치고, 그중에서 60%를 학생들이 기억하고 사용하도록 바꾸자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남는 지식이 100페이지에서 150페이지로 증가하고, 배움의 과정은 고통에서 재미로 바뀐다. 정말 즐겁고 효율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송: 혁신의 수용을 주저하는 문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적 제약, 양 위주의 지식 전달, 이렇게 세 가지 측면의 어려움을 이야기했는데, 반대로 대학에서 교육 게이미피케이션을 촉진하는 면은 없는가? 예를 들어, 혹시 국내에 교육 게이미피케이션을 지원하는 부서나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대학은 없는가?

     

김: 내가 알기로는 그런 부서나 별도의 인력이 있는 대학은 없다. 대부분의 대학에 교수학습개발원 또는 교수학습개발센터 등이 있는데, 그러한 기관에 소속된 담당자들 중에 교육 게이미피케이션에 관심을 갖고 있는 분들은 적잖다고 본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특강이나 미니워크샵 정도의 프로그램을 비정기적으로 운영하는 수준이다. 미국의 경우는 어떠한가?

     

송: 교수들의 학습을 지원하는 부서, 앞서 김교수가 언급한 교수학습개발원과 비슷한 기관에서 게이미피케이션을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버지니아텍에서는 TLOS (Technology-enhanced Learning and Online Strategies)라는 부서가 교수들의 교육 콘텐츠를 게이미피케이션으로 만드는 작업을 도와주고 있다. TLOS의 지원으로 만들어진 교육 게이미피케이션 콘텐츠들은 학생들이 갖고 있는 학습에 대한 두려움을 낮춰주고,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이끄는 효과를 얻고 있다고 한다.

     

버지니아텍 TLOS 홈페이지

     

김: 국내 대학에도 장기적으로는 그런 기관이나 인력들이 생기리라 기대한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얘기한 세 가지 측면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혁신의 수용을 주저하는 문화를 타파해야 하고, 대학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선해야 하며, 양이 아닌 질 위주의 교육으로 지향점을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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