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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메타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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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상균 Oct 13. 2020

메타버스 & 땅콩 먹는 원숭이의 뇌

이탈리아의 신경심리학자인 자코모 리촐라티는 짧은 꼬리 원숭이와 관련된 실험에서 뇌에 있는 신기한 신경 세포를 발견했습니다. 연구자들은 원숭이가 땅콩을 손으로 집기 전에 전두피질의 특정 영역 뉴런이 활성화되는 현상을 관찰했습니다. 이번에는 연구원이 땅콩을 집어드는 모습을 볼 때 원숭이의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관찰했더니, 원숭이 뇌 속의 동일한 뉴런이 활성화되었습니다. 

자기가 땅콩을 집을 때와 땅콩을 집는 사람을 볼 때, 원숭이의 뇌는 동일하게 반응했습니다. 추가적인 실험에서 다른 원숭이가 땅콩을 먹는 모습을 보거나, 땅콩을 까는 소리를 들어도 원숭이 뇌의 같은 영역이 활성화되었습니다. 연구팀은 유사한 실험을 사람에게도 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얼굴 표정과 손동작을 볼 때와 자기가 직접 표정을 짓고 손을 움직일 때 활성화되는 뇌의 영역이 같았습니다. 리촐라티는 이런 실험을 통해 발견한 뉴런에 ‘거울 신경 세포’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거울 신경 세포는 우리의 활동에 많은 영향을 줍니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보고 따라하며 배우는 과정, 다른 사람의 이야기만 듣고 그가 처한 상황을 이해하는 능력 등이 거울 신경 세포와 깊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거울 신경 세포를 통해 우리는 내가 직접 하는 행동이 아니거나, 내 눈으로 보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이해하게 됩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주인공이 처한 상황에 공감하는 것, 소설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이미지를 그려가며 등장인물들을 실존하는 존재처럼 인식하고 함께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도 모두 거울 신경 세포와 관계됩니다.

거울 세계 메타버스에서 배달 앱으로 음식을 주문할 때 우리 머릿속에서는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주소, 지도상의 위치를 보고 실제 그 식당이 어디쯤에 있는지를 생각합니다. 진짜 음식을 보고 주문하지는 못하지만 음식에 관한 설명과 많은 리뷰를 살펴보면서 음식 맛을 머릿속에 떠올립니다. 주문한 후에는 배달 앱에 음식이 도착할 때까지 남은 시간이 나타나는데, 그 시간을 보면서 배달 오토바이가 대략 어디쯤 있을지 짐작합니다. 음식 냄새가 가득한 매장에 가서 음식을 주문하고, 주방에서 나오는 음식을 볼 때와 비슷한 감정을 배달 앱 화면만 보고도 느끼는 이유는 바로 거울 신경 세포가 있기 때문입니다.

거울 뉴런이 있기에 인간은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않은 세계를 자신이 살아가는 세계로 인식합니다. 거울 뉴런이 발달한 인간은 메타버스를 계속 키워가며 물리적 세계가 가진 공간과 시간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 이 글은 2020년 12월 플랜비디자인에서 발간 예정인 '메타버스, 디지털 지구에 올라타라(가칭)'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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