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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임연구자 김정태 Aug 13. 2021

'오딘'의 증조부, 거품서 태어난 암소

암소'아우둠라'는 (코아세르베이트 닮은) 거품 속에서 생겨났다.

요즘 온라인 게임 '오딘'때문에 북유럽 신화에 관심들 많으시죠? 


 그런데, 영화 '토르'의 흥행 덕에 '오딘'이 북유럽 신화라는 건 알겠는데 극적 극적 거리는 분들 꽤 계시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지만 '아는 만큼 더 보인다'라는 진리는 신화에서는 더욱 잘 들어맞는 것 같아요. 하여, 저도 이번 방학에 '신화'공부를 더 열심히 찐 하게 하고 있습니다.  


원래 이과 출신이다 보니 신화에 대해서 깊이 있게 연구할 기회가 없었는데.. 정확히는 신화 소재 책 중 끝까지 완독 한 건 '테세우스'만화책이 전부였습니다. 공감하시겠지만, 복잡한 관계와 기억하기도 어려운 신들의 이름 때문에, '이과 종족'들에겐 무리가 많은 장르였죠.  


그러다, 게임/공연/디자인 학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콘텐츠 소재'를 다루는 과목이 필요했습니다.  그렇게 개설된 교양강좌 이름이 '신화와 판타지'였습니다. 그때부터,  매 강의 준비 때마다, 수학 공식 외우듯이 '신화'를 공부해 오고 있습니다. 매년 강의해도 새롭기만 한 신화의 세계! 


다음 학기부터는 강의교재를 선정하려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접었습니다. 그냥 쓰기로 했죠(감히!).  어차피, 개강하면 전공과목 준비에 시간도 부족하니, 방학기간 동안, 강의자료 내용도 보강할 겸 책 하나 준비하고 있습니다.( 방학 끝나기 전 출간 목표랍니다.)   


'오딘'게임 덕에 제가 용기 내어 브런치에도 '신화'글을 올리네요. 그건, 용기를 준 어느 출판사 대표님의 덕담의 힘입니다.


'어차피 원고 그렇게 두다가는 X 됩니다. 그러다가는 다음 방학에도 못 내요. 부지런히 써서 이번에 내셔요.' 


하여 이렇게, 고백 겸 셀프 격려차원으로 이번 포스팅을 합니다. 물론,  일종의 '공개 선언 효과(Public Commitment Effect)'를 노려볼까 합니다. 방학 내에 꼭 내고야 말겠다는 의지인 셈이죠. 다만, 완성도가 늘 가슴 아픈 대목이라는...  


자 이제,  '오딘'이 등장하는 북유럽 신화 속 '신들의 세계' 속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  볼까요?


 잠깐 신화를 잘 이해하려면, 외계어(?)들과 친해져야 합니다. [1]

   

북유럽 신화는 북구 신화 또는 노르드 신화, 노르웨이 신화, 스칸디나비아 신화, 바이킹 신화, 또는 게르만 신화 등으로도 불립니다.  지리적으로 북유럽 신화는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등 스칸디나비아 반도 거주 민족과 아이슬란드[2] 민족과 장소를 배경으로 합니다. 


역사적으로는 북유럽 신화의 기록은  <에다> , <베어울프>, <덴마크의 역사적 이야기> , <니벨룽겐의 노래> 그리고 북유럽의 영웅 설화 산문 이야기들인 <사가(Saga)>가 있다고 합니다. 이 기록물들 중 <에다>는 다른 작품들에 비해 신화적 가치가 높은 자료라 할 수 있습니다. [3] 


이번 글에서는 글에서는 '세계수(위그드라실)'을 심었다는 오딘의 탄생 이야기부터 시작하죠. 그에 앞서 아이에게 의뢰하여 그린 세계수 일러스트는 먼저 투척합니다. 

 


세계수 '위그드라실' 상상도 [4]


                            


오딘은 거인 부부의 아들입니다. 서리 거인 족  '보르와 베스틀라' 커플의 장남으로 태어납니다.  그런데 대체 서리 거인 족이 누구일까요? 북유럽 신화의 태초 거인 '위미르'도 서리 거인 족 일원입니다.  그러면 위미르는 또 누군가요?  


자! 결국 우리는 북유럽 신화의 세계 창조 세계관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모든 문명 지역의 신화는가 그러한 듯, 북유럽 신화도 다음과 같이 시작됩니다. 




북유럽 '태초신화'


태초에 ‘입을 크게 벌린 심연’이 있었습니다. 태초의 빈 공간 ‘심연’의 이름은 '기눙가가프' 라고 합니다. 


먼저, 북쪽에서 싸늘한 ‘안개의 세상’ 이 나타났습니다. 안개 세상의 중앙에 우물이 있었는데, 그곳에서부터 세상의 강들이 흘러나왔다고 합니다.  남쪽에서는 빛이 뜨거움의 세상이 나타났는데, 아무나 통과할 수는 없었다고 합니다.


북쪽에서부터 흘러오는 싸늘한 물줄기는 남쪽으로 밀고 내려왔고, 거품 나는 독을 뿜어 내다가 얼음으로 단단하게 굳어집니다. 얼음은 그곳에서 멈추었고, 안개는 응고하여 '서리(Frost)'가 되었습니다. 남쪽 뜨거운 빛의 숨결은 서리와 만났고 서리는 녹아 물이 되고, 거품에서는 생명이 깨어났다고 합니다.( 중고생 때 생물시간에 배웠던 코아세르베이트[5] 생성 수준이다 ) 


이 거품에서 잠자고 있는 거대한 거인 이미르(또는 위미르, Ymir)의 모습을 갖추었다고 합니다. 


이 대목 이후부터는, 초현실적 판타지로 전개됩니다. 이미르가 땀을 흘리자, 왼손 아래에서 남성과 여성 거인들이 생겨납니다. 그의 왼 발이 오른발과 어울려 아들을 낳았고, 그렇게 해서 '서리' 거인족들이 나타나게 됩니다. 


또, 서리가 응축되어 아우둠라(Audumla)라는 이름의 ‘암소’가 생겨났는데, 그녀의 젖에서 몇 가닥 줄기가 흘러 이미르에게 젖을 줄 수 있었답니다. 아우둠라는 응축된 얼음 토막을 핥았는데 짠맛이 났답니다. 그녀가 핥은 첫날 얼음 토막에서는 머리카락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다음 날에는 사람 머리가 보이기 시작하더니, 그다음 날에는 온몸이 드러났다고 합니다. 그 거인의 이름이  부리(Buri)였는데, 크고 강건할 뿐만 아니라 얼굴도 잘 생긴 서리 거인입니다. 


부리가 바로 서리 거인 '보르(Bor)'를 낳았습니다. 보르는 어느 거인의 딸(베스틀라)과 결혼하여 세 아들(오딘 Odin, 빌리 Vili, 배 Ve)을 두었다고 합니다.


'오딘' 조상들의 계보




저의 첫 '신화 이야기'였습니다. 말씀드렸든 이과족이다 보니, 다소 거칠더라도 많은 이해 부탁드립니다. 출간될 책에는 좀 더 자세히 기술하고 있습니다.   






[1] 외계어들에 익숙해지려면 끈기가 필요합니다. 일단 뭔 소린지 잘 모르는 외계어가 나오면 밑줄 쫙하시면 좋고요, 귀찮으면 그냥 넘어가셔도 됩니다. 


[2] 아일랜드(Ireland)를 주무대로 하는 켈트(Celtics) 신화와 구별됩니다. 켈트 신화는 앞으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3] 북유럽 신화 기록에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시면 검색을 이용하시거나 출간될 책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4] 일본 신화 책 참조하여 그린 그림임을 밝힌다.


[5] 코아세르베이트(coacervate)는 러시아의 생화학자 '오파린(Oparin)'이 <생명의 기원> 이란 책에서 '원시 생명체의 기원'이라 주장했다. 콜로이드 상태의 단백질, 핵산, 당류 등의 고분자 화합물들이 구형의 막으로 둘러싸여 형성된 작은 액체 방울이 '코아세르베이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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