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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자국퀴어 Sep 26. 2022

내 지역을 기억하는 다양한 방법

조재

축제의 계절이라 불러도 무방할 만큼 곳곳에서 축제가 열리고 있다. 특히 주말에는 온갖 이름이 붙은 축제가 열리는 덕에 어딜 가도 볼거리, 즐길거리가 넘친다. 커피축제며 영화제며 우리 지역(이하 춘천)에 이렇게 다양한 행사가 있었나 싶을 정도다. 특히 커피축제는 다소 뜬금없다고 생각했는데, 우리나라에서 커피가 처음 들어왔던 곳이었다는 부연 설명을 들으며 비로소 그 의의를 납득할 수 있었다. 20년 넘게 살았지만 여전히 춘천을 모른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최근, 춘천을 알아가는 쏠쏠한 재미에 빠져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춘천을 기억하는 다양한 방법을 각자만의 방식으로 펼치는 사람들을 만나는 재미에 빠져있다. 다들 약속이나 한 것처럼 비슷한 시기에 춘천을 떠먹여 주고 있으니,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먹고(?) 있다.


1960년대 춘천댐, 소양댐, 의암댐이 생기며 물이 차오른 곳에 많은 수몰지구가 생겼고 호반의 도시라는 칭호가 붙게 되었다. 삶의 터전에서 쫓기듯 이주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거나, 호수가 생긴 덕에 지역적 특성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거기엔 커다란 시간의 틈이 있고, 그만큼 각자가 기억하는 춘천의 모습은 천차만별이지만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건 내가 사는 지역에 대한 애정이다.


누군가는 소양강의 맑은 물로 술을 빚고, 누군가는 추억이 서린 육림랜드에서 영화를 찍는다. 또 누군가는 중도(춘천의 섬)로 떠나는 로컬 여행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어떤 누군가는 춘천이 배경인 노래를 쓰고 부른다. 지역이 가지고 있는 자원을 아끼고 사랑하되, 그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며 묘한 감정을 느꼈다. 지역에 관한 글을 쓰겠다고 타이틀을 걸었지만 사실 지역을 가장 모르고 있던 건 여전히 '나' 자신이다.


사람들은 각자 자기가 사는 지역을 어떻게 기억하고, 어떻게 설명할까. 그곳을 애정 할까. 언젠가 떠나야 할 곳으로 인식할까. 터전을 잡고 앞으로도 살고 싶다고 생각할까. 나는 춘천을 '애증'이라고 표현하곤 했다. '증'에는 청년세대가 일할 일자리가 없다는 푸념, 한 다리 건너면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부담감(혹은 두려움), 열악한 인프라 같은 것이 섞여있다. 나에게 춘천에 대한 '애'는 어디서 왔을까. 내게도 지역을 기억하는 나만의 방법이라는 게 생기게 될까.


나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

"당신은 어디에 사나요? 그곳을 기억하는 당신만의 방법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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