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원조, 오리지널…

by gamjavas aka 감자


며칠 전 직구로 샐러드 소스를 하나 구입했는데, 굳이 왜?라는 질문을 누군가 내게 했다.
뭐 사실 5000원짜리 샐러드 소스 하나를 미국에서 주문하는 게 유난스럽긴 하다.
근데 1924년 처음 시저 샐러드를 만든 카디니 시저의 오리지널 소스를 시중의 카피품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면, 오히려 그걸 사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이라 생각한 건 내상식으로는 유난도, 사치도 아닌 매우 자연스러운 일.

내 악취미 중 하나인 ‘닥치는 대로 모으기’ 활동에서 가장 집착하는 것.
굳이 내게 필요하거나, 관심 있는 분야가 아니었음에도 끌리게 하는 수식어가 바로 ‘최초, 원조, 오리지널’ 되겠다.

물론 아무 물건에나 붙는다고 매력적인 건 아니다.
굳이 따지는 조건이라면, 오랜 기간 존속했을 것.
그 말인즉슨 오랜 기간 망하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를 가진, 이름을 날린 제품이라는 것.

사실 ‘카피캣’의 등장이야 말로 창조자들에게 가장 큰 찬사라 생각한다.
그걸 복제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므로.

물론 원작자가 폭리를 취해서 그런 경우도 있긴 하지만, 진정으로 같거나 나은 품질에 더 저렴한 물건은 거의 없더라.
나이 들면서 비싼 물건이 돈값 못하기가 어렵단 사실을 깨닫게 되기도 했고…

여하튼 나의 소비생활에서 의식의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이런 오리지낼러티(originality)인데. 특히 일상생활에 흔히 쓰이는 소비재의 경우 딱히 비싸지도 않다.
유통업자가 폭리만 취하지 않는다면…

무엇보다 원조가 좋은 이유는,
처음 그 물건을 만들기 위해 0의 상태에서 누구보다 많은 고민을 제품을 녹여냈기 때문인데,
문명의 발달로 지식의 전달이 너무도 효율화된 지금, 정리된 지식 만으로는 근본적인 원리나 본질에 접근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즉 나중 세대라는 이유 만으로, 이미 정리된 지식의 정수만을 취하다 보면 중간의 시행착오 과정에서 얻어진 것들을 간과하기 쉽다.

특히 정보기술의 발달로 ‘코딩’이라는 말이 특정 취미/전공자의 전유물이 아니게 된 요즘,
프로그래머보다는 코더들이 많은 상황에서, 컴퓨터의 구조 (EDPS라 불리는 고리타분한..)를 건너뛰고 인간의 언어에 가까운 고급 언어들로 프로그래밍을 처음 접한 코더들은 응용레벨에서는 거침없지만, 하드웨어의 특징에 따른 특성이나 그로 인한 의미론적 오류에 대응을 못하는 경우를 왕왕 보다 보면 단지 고인물의 맨스 플레인이라 하기엔 안타까운 부분도 많다.

아니 조금 비틀어 생각해 보면,
원리를 배제한 채 결과만을 공유하고, 그걸 쉽게 가져다 쓸 수 있게 방법을 공개해 다른 도전자들의 참여를 막는 노림수? 라고 생각하는 게 요즘 같은 지적재산권 전쟁시대에는 합리적인 것일 수도 있다.

실제로 많은 업계 선도자 지위를 갖는 회사들이 그런 식(FRAND 같은)으로 특허를 공개하고, 적당한 가격에 라이센싱함으로써, 도전자들의 진입을 포기하도록 하는 걸 보면 더더욱 그렇다.


지금이 축적된 경험과 지식에 가치를 부여하고, 구매대상이 되는 전문가시스템의 시대이고, 그렇게 지적재산권이 보호되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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