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가 끝나지 않는 우리들에게
“너또다”
우연히 인스타그램을 떠돌고 있었다.
MZ들의 언어라는 게시글을 보다 처음 마주한 말이었다. MZ에 속하는 나이임에도 뜻을 유추하기 바빴다. 생각보다 그 뜻은 간단했는데, 우리의 평생 간 숙원 사업과도 같은 일을 뜻하는 말이었다.
“너 또 다이어트해? “
명료한 뜻이지만 왠지 모르게 가슴 한 켠이 아려온다. 다이어트에 허덕이는 우리들에겐 정말이지 마음을 후벼 파는 그런 말이지 않나..!
마음 아파해도 살은 빠지지 않는다. 너또다에 상처받아도 치킨은 먹고 싶고, 라면은 우릴 기다리며 유혹한다. 단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우리의 세상, 파훼법이 시급해 보인다.
사실 우린 알고 있다
다이어트 방법을 이야기하라면 우리 중 열에 아홉은 올바른 대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전문가 급의 답변이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매년 여름을 맞이하며 알아낸 방법들만 해도 우리는 논문 한 편을 뚝딱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근데 왜...!
왜 우리는 또 다이어트를 생각하고 있을까. 왜 다이어트라는 제목에 이끌려 감자네 브런치에 들어와 버렸을까. 어디서부터 인지 모르겠지만 어디선가 단단히 문제가 생긴 것은 확실해 보인다.
이렇게 말하는 감자씨도 다이어트에는 소질이 없는 듯한데, 지난해 초 대비 5kg이나 증량되었다. 이유는 다름 아닌 야식과 간식이었다. 눈에 띄게 섭취량이 늘어났던 것이다!
왜 찌는지, 어떻게 빼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지만 나를 포함한 우리들의 몸뚱이와 맘뚱이(?)는 미동조차 없었다.
왜 실패할까
5kg 증량에 대해 핑계를 대보고자 한다.
우선 우리 주변에는 맛있는 음식이 너무 많다. 지나치게 많은 음식이 우리를 유혹하고 있다는 것이다. 카페에 가더라도 하나만 나눠 먹으면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빵을 시키고, 밤이 되면 입이 심심해 냉장고를 열어보다 그만.. 배달 어플을 무심결에 들여다보게 되는 우리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살아남고자, 최고의 맛을 구현하고자, 최선을 다해 메뉴를 개발하고 계시는 소상공인 선생님들의 염원들이, 나에게서 결실을 맺어 꽃 피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지 않나!
그렇게 나는 안 먹고 덜 먹을 수 있었지만 자본주의 경제 순환의 법칙에 의해 5kg을 지불하게 되었던 것이다.
걸어봅시다 많이
최대한 쉽고 간단하게 접근해야 한다. 우리는 귀찮아하기도 부끄러울 정도의, 그런 다이어트로 시작되어야 다음이 있을 수 있는 너또다의 주인공들이다. 수 백 번의 다이어트 시행착오 끝, 깨달음을 얻은 것이 있다.
그렇다. 최대한 많이 걸어야 한다.
다이어트 연관 키워드 중 1위는 아마 ‘유산소 운동’ 일 것이다. 달리기, 계단 타기, 자전거 타기 등등 누구나 시도해봤을 운동들이다. 그 운동들로 다이어트에 성공했다면 ‘너또다’에 마음 아프지도 않을 터, 다이어트를 평생 숙제로 해나갈 우리에게 굉장히 부담스러운 운동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최대한 많이 걸어야 한다. 다이어트를 생활에 녹여 짬짬이 일어서려 노력해 보고 가까운 거리라면 직접 걸어가 보는 사소한 것에서부터 노력해야 한다. 티끌 모아 태산, 조금씩만 더 움직이려 생각하고 행한다면 습관부터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요즘은 감사하게도 아이폰이든 갤럭시든 나의 족적을 꼼꼼하게 기록해주고 있다. 하루동안 몇 보나 걸었는지, 몇 칼로리나 소모했는지, 건강 추세가 어떻게 되는지 한눈에 알려준다. 이 얼마나 좋은 세상을 살아가고 있나 모르겠다.
아이폰 사용자라면 ‘피트니스’라는 기본 어플에서도 기록을 볼 수 있는데, 얼마나 열심히 걷길 바라는지 일정 목표에 도달하면 배지를 선물해주기도 한다. 애플에서 배지를 주다니 안 걸을 이유가 없지 않나!
이런 것 말고도 캐시워크와 같은 각종 걸음 수를 기반으로 포인트나 쿠폰, 현금까지 적립해 주는 앱테크도 많아졌다. 최근에 알게 된 ‘워크온’이라는 어플도 있는데, 여러 챌린지에 참여해 일정 걸음 수를 넘기면 각종 쿠폰에 응모할 수 있었다.
그렇다. 이미 세상은 우리가 걷기 편하도록 바뀌고 있었다. 적금 상품에도 걸음 수에 비례해 이율이 바뀌는 세상이니.. 걸으면 돈이 되는 세상이 도래한 것 아닌가!
재미있게 걸어봅시다
지금 날씨만큼 바깥이 재미있을 때가 또 있을까. 오전은 선선하고 오후는 따스한 지금을 최대한 즐기고자, 콩자씨와 동네 산책이라도 부지런히 다니려 하고 있다.
가까운 산으로 가니 선선하니 시원한 공기가 좋았고, 동네 공원으로 가보니 따뜻한 햇살에 알록달록 장미가 예삐 피어있었다. 사진 찍으며, 좋은 공기 마시다 보면 몇 천보는 뚝딱 걷게 된 것 아닌가!
그렇게 장미 가득한 공원을 걷고 나니 총 3000보가 찍혀 있었다. 애석하게도 이렇게 실컷 걸어놓고 주꾸미 맛집을 찾아갔는데.. 고르곤졸라 피자와 철판 주꾸미 조합을 가만히 지켜만 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열심히 걸어 보상받아 마땅했다고 마무리 지었다.
네 또 다이어트합니다
사실 나 스스로를 자극시키기 위해 소소히 글을 써봤다. 근래 살이 많이 찌기도 했고 제대로 다이어트하고자 하는 마음을 잡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한 번은 짚고 갈 터닝 포인트를 필요로 했다.
부쩍 유튜브에 다이어트 영상이 많아진 것을 보니 감자씨만 그런 것은 아닌가 보다. 어쩌면 여름을 준비하며 몸만들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우리들에게, 모두 필요한 터닝 포인트가 아닐까 싶었다.
쫙쫙 갈라지는 몸을 만들면 좋겠지만 일상생활 하며 그런 몸을 유지하기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터, 건강하게만 몸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편이 알맞지 않을까.
한 번쯤 욕심부려 바디프로필에 도전해 보는 것은 좋지만, 매일같이 그런 몸을 가꾸려 목멘다면 마음들이 아쉬워질 것이다. 그저 먹고픈 음식 먹으며 행복한 ‘준돼지’로 사는 것이 좋을 듯하다.
여름이 머지않았다. 점점 옷은 얇아지고 짧아진다. 숨어있던 피부를 드러내며 우리의 살들은 숨을 공간을 잃어간다. 평생의 숙제 다이어트를 맘 편히 하기란 어려운 일이겠지만, 담담히 우리들의 감량 과업을 맘 편하게 받아들이는 건 어떨까.
왕관의 무게를 버티기란 어렵듯, 건강을 지키며 살아가기란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잊지말자
우리의 몸무게가 왕관보다 더 무겁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