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들은 가장 무거운 말
길을 가다, 도서관에서, 새해 첫날 산책길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 동네 이웃이 있다. 그녀는 막둥이 조리원 동기이기도 하다. 조리원에서 마주치기 전에는 임산부 프로그램으로 숲에서 만난 적도 있던 꽤 놀라운 인연이다.
한 달이란 제법 긴 시간 동안, 같은 식탁에 둘러앉아 매일 세끼의 밥을 먹었어도 우린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았고 각자의 삶으로 돌아갔다. 그녀가 대륙을 건넌 사랑으로 타지에서 한국으로 왔다는, 열정적인 러브스토리 외엔 크게 아는 바가 없었다. 쉬는 시간마다 책을 읽던 모습을 보며 어디선가는 분명 나와 통하는 부분이 있을 거라 생각되어 연락처는 주고받았지만, 딱히 연락하고 지내지 못했었다.
그러다 오늘 카페에서 또 우연히 마주쳤다. 아기 없이 나와있는 모습에 안부를 물었는데, 그녀는 담담한 표정과 조금은 어색한 한국어로 말했다.
“언니, 저 다시 돌아가요. 저 췌장암이래요. “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내 눈에 너무 어리고 예쁜, 그야말로 사랑이 넘치는 동생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안아주는 것 밖에 없었다.
”우리 애기 잘 부탁해요. “라고 울컥하며 눈물을 흘리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그게 무슨 소리냐고 괜찮다고, 괜찮을 거라고 다독여줄 뿐이었다.
혹시라도 엄마 없는 아기가 될까 봐 너무 무섭고 두렵다는 그녀의 말에, 나는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하나도 아니고 셋이나 두고, 나는 그동안 어떤 생각을 했고, 얼마나 지옥 같은 마음을 가졌던가. 타락할 만큼 밑바닥으로 떨어진 불손한 내 영혼의 한 면이 무척 한심하게 느껴졌다.
말은 늘 감사하다 하면서 마음 깊은 곳에선 진정으로 느끼고 있지 않다는 반성과 함께, 아이들이 아프지 않은 것. 그리고 아직 내가 그들 곁에 존재할 수 있음에, 아프지만 죽을 만큼은 아니라는 사실에 대해 다시 한번 감사하기로 했다.
그리고 올해 감사일기를 더 성실히 써 내려가기로 다짐한다. 최근 몇 달처럼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내가 아직 여기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서.
그녀가 본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나에게 꼭 시간을 내줄 만큼의 마음의 평정이 찾아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