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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캥거루 Oct 18. 2021

제자리걸음이라고 생각되어 퇴사가 고민될 때

직장생활을 물레방아 대신 회전목마로

 음악을 듣다가 노래의 한 소절이 폐부를 찔렀다.

난 이리 어리석은가
한 치도 자라지 않았나

[패닉 - 내 낡은 서랍 속의 바다] 중

 '일 한지도 꽤 되었는데 왜 난 제자리걸음인 걸까? 내 인생만 이렇게 지루하고 지지부진한 걸까?'


 모든 직장인이 한 번씩 고민해보았을 이야기다. 성장도 없고 흥미도 없고 의욕도 없다. 입사 초기의 설렘과 포부는 퇴색되어 행방을 알 수 없고, 특별한 동기부여 없이 매일 같은 일상을 살고 있다. 매달 말일 월급일에 잠시 표정이 밝아지는 듯하다가 이내 곧 무표정이 되어버린다. 미소를 잃은 그대를, 언젠가 미소를 잃을지 모르는 미래의 나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나는 어떤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가?


 여기, 물레방아 같은 직장생활이 있다. 맡은 업무에 열과 성을 다하는, 체력과 열정이 쏟아부어지는 물레방아 같은 삶이다. 열심을 다해서 좋다. 그런데 그 열심이 내게 와서 쌓이지 않는다. 나의 행복과 꿈은 방향성을 상실하고, 땀이라고 여겼던 짭조름한 액체는 눈물이 되어 흩뿌려진다. 일이 진행되고 회사는 성장하는데, 정작 나는 발전이 없다.

 

 입사 초기에는 열정도 있고 포부도 가득하다. 업무적이든, 외적이든 나름대로의 단기, 중장기 목표도 세워놓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일을 하다 보면 앞에 놓인 일을 쳐내기에 바쁘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시점에, 뭔가 일은 많이 하는데 성장은 없고 공허한 하루를 켜켜이 쌓고 있는 분이 계실까?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이 일을 더 잘할 수 있을까?’를 떠올리길 추천한다. 이 질문이 ‘회사의 성장’과 ‘나의 성장’을 동시에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질문이기 때문이다. 그냥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잘'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즉, 효율의 이야기다. 어떻게 하면 같은 일이라도 적은 리소스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을까? 이 질문을 던짐으로써 우리는 업무 자체가 아닌 업무를 하는 방식과 과정, 즉 '성장'에 집중하게 된다.


 떠올려 보면 매일이 성장의 연속이었다. 노력 없이는 성장할 수 없다는 말이 꼭 맞았다. 업무를 하는 중에도, 하나의 업무를 일단락 지으며 회고를 할 때도, 새로운 업무에 들어가기 전에도, 어김없이 저 질문으로 돌아갔다. '이게 최선일까?' 시크릿 가든에서 현빈이 했던 명대사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가 떠올라 머쓱하기도 했지만 성장을 촉진시키는 질문임에는 분명했다.


 성장하다 보면 한계를 마주하는 시기가 반드시 찾아온다. 어느 순간부터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는 성장 속도를 유지하지 못하게 된다. 좋은 질문을 던지고도 더 이상 성장할 방법이나 돌파구가 떠오르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까? 제품/서비스를 피봇팅(Pivoting)하듯이 스스로를 피봇팅 하며 성장곡선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이전까지 업무를 대하던 방식이나 접근 방법을 전부 ‘제로화’하고 처음부터 다시 쌓아가는 것이다. 기존 방식에서의 작은 변화로는 뚫지 못했던 천장을 뚫어낼 방법을 찾을 가능성이 커진다.


A change in strategy without a change in vision


 미국 경제 전문 매체 패스트 컴퍼니가 표현한 피봇(Pivot)의 정의는 위와 같다. 비전/목표 변경 없이 전략을 수정하는 것. 스타트업은 생존을 위해 시장에 맞는 제품을 내놓기 위한 다각적인 시도를 한다. 시장의 변화에 따라 기존에 보유한 자산을 바탕으로 신속하게 사업의 방향을 전환하는 것을 피봇팅이라고 한다. 성장을 위해 이 작업을 개인에게 가져와 적용하는 것이다. 사업전략에 따라(strategy) 하위 목표(objective)를 설정해나가듯, 보다 효과적인 성장을 쌓아가려면 나를 알고 개인의 목표에 맞는 성장 경험을 쌓아가야 한다. 그러면 그 경험들이 쌓여 당신이 얼마나 훌륭한 자질을 갖고 있는지 대변해줄 것이다.


 교육 콘텐츠를 기획/운영할 당시 더 많은 콘텐츠를 핸들링하기 위해 피봇팅 했던 경험이 있다. 사업을 성장시켜야 하는 회사 입장에서도 기존 구조로는 사업적인 지속&성장 가능성이 없어 변화가 필요했다. 회사차원으로는 콘텐츠 유형에 따라 나뉘어있던 사업부를 카테고리별로 재분류하는 방향으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기획하고 운영하던 방식을 전부 내려놓고 새로운 방식을 모색했다. 기존 방식을 고수한 채 개선을 꾀했다면 얻지 못했을 방식으로 일을 하기 시작했다.(해보고 나서야 이제까지 잘 해온 방식을 포기하고 새로운 방식을 찾는 것이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작업임을 깨달았다.)


 피봇팅 덕에 성공적으로 업무 효율을 향상할 수 있었다. 이때 피봇팅 했던 경험을 살려 이후 온라인 콘텐츠로 확장할 때에도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었다. 내게 주어진 100을 해내기 위해 역량을 키워 가까스로 120이 되면 어김없이 150을 해내야 하는 상황이 주어진다. 스타트업이라서 유독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근육을 찢어가며 벌크업을 하듯, 성대를 찢어가며 음역대를 넓혀가듯, 개인 역량을 성장시키는 과정은 고통을 수반한다. 그리고 그만큼 결과가 주는 짜릿함이 있다.




 만약 삶이 회전목마 같으면 어떨까? 회전목마를 타면 내 반응을 보고 함께 손을 흔들며 행복해하는 가족들이 있다. 다음번 만남은 어떨까 기대하는 마음도 날 설레게 만든다. 큼지막한 말을 타고서 크고 작은 등락이 있지만 그 과정마저 재밌다. 물레방아와 비슷하지만 다른 삶이다.


크고 작은 등락(성공과 실패)이 있다


 성장을 위해서는 여러 시도를 해봐야 하고, 시도를 하다 보면 실패를 하기도 한다. 회전목마는 안쪽에 있는 말을 타야 오르락내리락하는 재미를 맛볼 수 있다. 그래서 어떻게든 안쪽 말을 선점하려고 했던 기억이 있다. 올라갈 땐 풍경도 보이고 엄마, 아빠도 보여서 신났지만 내려갈 땐 다른 사람들에 가려 볼 수 있는 것이라곤 왼편에 있는 거울에 비친 내 모습뿐이었다. 언제나 성공은 달고 실패는 쓰다. 그러나 실패는 나를 더 성장하게 만든다. 일희일비할 필요 없다. 내려왔다면 다시 올라갈 것이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았던 것처럼 실패를 회고하고 더 나은 방법을 찾는 과정으로 삼는다면 분명히 다시 올라갈 것이다. 크고 작은 등락의 과정을 통해 직장생활은 활력이 생기고 나만의 이야기가 쓰여갈 것이다.


한 바퀴를 돌면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든다


 호흡이 긴 장기 계획도 좋지만, 꾸준히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단기 목표를 세우거나 단타성 프로젝트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 성취감이 있어야 지속력이 생긴다. 업무 내에서 설계하기 어렵다면 업무 외적인 무엇이라도 좋다. 나 같은 경우엔 매주 글을 써서 연재한다거나 매달 말일에 고생한 스스로를 위해 작은 선물을 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성취감을 채우고 있다. 업무적 성취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영역을 주기적으로 채워줌으로써 결과적으로 더 롱런(Long-run)할 수 있다. 만약 업무 특성상 호흡이 긴 업무만 있다면 의도적으로 기간을 쪼개어 스스로 회고하고 보상해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배경음악이 흐른다


 회전목마는 배경음악이 있다. 배경음악이 흘러나오는 덕에 끝이 보이고 그 때문에 아쉽다. 아쉬운 만큼 또 타고 싶고 다음번이 기대된다. 업무도 마찬가지다. 시작과 끝맺음을 명확히 해야 새로운 업무를 기대하며 몰입할 수 있다.
 배경음악은 내가 어느 단계에 있는지 인지하는 것을 도와준다. 일을 하다 보면 길을 잃을 때가 있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이 일은 왜 하고 있는지, 방향에 맞게 잘하고 있는 건지. 회전목마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감각적으로 알게 되듯이 업무 중에도 중간 회고를 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자. 적절한 툴을 사용해도 좋다. 프로젝트의 어느 단계에 와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일을 능률 있게, 탁월하게 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

 음악이 멈추고 내리면 또 타기 위해 대기하는 시간이 있다. 헬스 트레이닝으로 찢어진 근육이 잠깐의 쉼 동안 아물며 더 강도 높은 무게를 들 준비가 되는 것처럼 업무도 그렇다. 하나의 업무를 끝냈다면 짧게라도 텀을 주면 좋다. 그 시간 동안 잘한 점과 못한 점을 회고하고 성장할 자양분을 만들 수 있다.


 물론 성장을 뒷받침해줄 외적인 환경도 있다. 우리는 주로 외적인 환경을 두고 불만을 가지며 회사를 떠나는 결정을 하곤 한다. 하지만 컨트롤할 수 없는 것에 스트레스받기보다는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보는 것이 성장에 도움이 된다. 아래는 직장생활을 행복하게 만들고 성장을 촉진시켜주는 환경적 요인이다.


함께 손을 흔들며 행복해하는 가족들이 있다


 회전목마의 묘미는 뭐니 뭐니 해도 지켜보고 있는 가족들을 향해 손을 흔드는 것이다. 함께 일하며 성장하는 동료가 있다면 크나큰 축복일 것이다. 서로의 힘듦을 나누고 꿈을 나누며 함께 미래를 만들어가는 동료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좋은 사람은 좋은 사람을 낳고,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과 애착을 형성된다. 종종 "회사는 일하러 가는 곳이고 거기서 만난 사람들은 일적으로 만난 사이일 뿐"이라는 분들이 계시다. 그 의견을 존중하지만, '그게 최선일까?' 하는 질문이 머릿속에 맴돈다. 현재를 나누고 미래를 나눈 동료 사이엔 유대감이 형성된다. 유대감은 팀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윤활유가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퇴사 후에도 동료는 자산으로 남는다.

 동료들과 비전을 공유하고 함께 성장하는 분위기라면 최상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본인의 성장은 본인이 설계하고 이루는 것이다. 본인의 비전은 본인이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니 좋은 동료를 만들려고 애쓰되, 그렇지 못한다 하더라도 괜찮다.


반대편에 있어도 엄마, 아빠는 같은 곳에서 날 기다리고 있을 거야


 손을 정신없이 흔들고 나면 엄마, 아빠가 시야에서 사라지는 순간이 온다. 처음엔 불안했지만 이제는 안다. 같은 곳에서 변함없이 웃으며 날 기다리고 계실 것을. 좋은 회사의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직원으로 하여금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 회사는 이런 곳일 것이다. 내가 하는 일이 다소 힘든 과정을 거치더라도 변함없이 믿어주는 회사. 잘한 것에는 충분한 인정을, 못한 것에는 독려를 해주는 회사. 모든 회사가 이렇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 잘 안다.

 내가 이전에 다니던 회사도 칭찬에 인색하고 100% 동기부여를 스스로 해야만 했다. 그곳에서 버티며 성장했기 때문에 동기부여의 왕이 되었지만, 번아웃이 쉽게 오고 회사 생활이 너무 힘들었다. 더 쉽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힘들게 한 느낌이랄까... 좋은 기회로 이직을 하면서 이를 뼈저리게 느꼈다. 재직 중인 회사는 사람을 소모품 정도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나를 귀하게 여겨주는 회사다. 조직문화마저도 사람을 믿어주는 마인드가 담겨있다. 이런 곳이라면 무엇이든 실행해보고 날개를 달고 날아볼 수 있지 않을까? 조직에 대한 충성심은 이렇게 얻는 것이다.

 물론 입사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최소한 면접에서 내 비전의 방향과 기업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일치하는지 확인하시라. 나의 꿈을 지지하고 회사의 방향이 나를 성장시켜줄 수 있는 방향인지 확인하는 회사인지 지켜보시라.



 이 글을 읽은 모두가 물레방아보다는 회전목마 같은 직장생활을 이루어 가실 수 있기를 기도한다. 사실 무엇보다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당신의 제자리걸음에 대해서다.

제자리걸음이 아니라 안간힘을 쓰며 줄다리기 중인 것이다. 그러니 괜찮다. (출처: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만일 최선을 다했는데도 그대가 느끼기에 제자리걸음이라고 느낀다면, 이는 의미 있는 제자리걸음일 것이다. 실은 제자리걸음이 아니라 안간힘을 쓰며 버티는 줄다리기일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오징어 게임이 이슈가 되고 있다.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굉장히 처절한 사투가 벌어진다. 어쩌면 우리는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것보다 더 처절한 줄다리기를 하는 중일지도 모르겠다.

 당신이 눈치채지 못하는 지금도 근력이 증가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당기는 게 한결 수월해지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러니 너무 스스로를 몰아붙이지 않아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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