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Perplexity Pages
퍼플렉시티(Perplexity)는 LLM을 활용해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CEO인 아라빈드 스리니바스는 오픈AI 출신으로 2022년에 Perplexity를 설립했다. 최근 외부에 알려진 정보에 따르면 월 1억 6900만 건의 쿼리를 처리하고, MAU가 8500만명이라고 한다. 이에 유료 구독을 도입하여 반복 매출(ARR) 또한 연간 2000만 달러 이상을 내고 있다. 이러한 가파른 성장세로 "구글의 대항마"라는 수식어까지 붙었다.
"구글의 대항마"로 여겨지며 이 정도로 구글을 따라잡은 곳은 없었다는 평을 받고 있는 Perplexity. 그들만의 독자적인 강점으로 구글과 견주고, 또 넘어서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내가 만약 Perplexity의 리더 혹은 PM이라면, 블로그나 위키 서비스의 도입을 제안했을 것이다. 올해 초에 퍼플렉시티는 디스커버(Discover)라는 기능을 내놓았다. 디스커버는 그들 내부에서 정제하여 발행한 아티클을 모아보도록 제공하는 페이지다.
Perplexity 측에서 일방적으로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었지만, 유저의 반응을 확인하는 일종의 실험으로 보였으며 이를 퍼블릭하게 확장하면 LLM을 활용한 블로그/위키 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 있어 보였다. "이 일을 왜 해야하는가?" 이 질문은 PM으로서 달고 살아야 하는 질문이다.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서", "해보면 재밌을 것 같아서"가 아니다. PM으로서 Perplexity의 다음 스텝에 블로그/위키 서비스를 해야한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네이버의 역사에서 얻은 인사이트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전 글(genAI라는 새로운 파장의 형태)에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네이버를 처음 접하던 초창기를 생각해보면 정보량이 부족해 답변 결과가 없거나 엉뚱한 답변이 나오곤 했다. 게다가 과거 네이버는 검색 시장 1위도 아니었다. 국내로 한정 짓더라도, 다음, 야후, 라이코스 등 쟁쟁한 검색엔진 경쟁자가 있었다. 그런 네이버가 지금의 포지셔닝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몇가지 성공적인 전략이 있었다.
첫째로 지식인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 돌파구가 되었다. 검색 서비스 답게, "정확한 답변"을 전달하기 위한 목적을 달성하기 시작한 것. 인터넷 검색이라는 단순 흥미를 넘어서 부족했던 점들이 개선되기 시작하니 지식인 서비스로 인해 네이버를 찾는 유저가 늘기 시작했다. 유저가 늘었다? 자연스레 검색량(쿼리 수)도 증가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유저 스스로 부족한 답변들을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이 것이 네이버가 Cold start를 끊게 된 가장 중요한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둘째로 카페와 블로그 서비스의 성장이 이후 선순환을 완성시켰다. 이메일이나 카페 서비스도 다음이나 프리챌 등이 강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당시 국내 최대 카페/커뮤니티 플랫폼이었던 프리챌이 유료화를 단행하며 사용자가 대거 이탈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때, 네이버는 무료 제공을 선언하며 갈 곳을 잃은 유저를 대거 흡수하는데 성공했다. 이 때부터 카페/블로그에서 만들어지는 수많은 콘텐츠가 별도의 DB로서 동작하며 네이버 검색 결과를 풍부히 하고, 유저 리텐션(retention)을 높이는 동력이 되었다고 본다.
이러한 전략 실행과 더불어 공격적인 홍보와 함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 것으로 기억한다. 기억나는가? 날개 달린 모자를 쓰고 전지현이 출연해던 CF를. 당시 CF 영상이나 카피를 보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꽤나 발칙하다.(유튜브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상상도 못했지? 새로운 카페가 생길줄. 난 네이버 카페로 간다~!"라거나 "잊어버려 깨끗이. 다음에 잘하겠다는 말 믿지 말랬잖아."라며 대놓고 다음 카페 유저를 타깃으로 하는 모습을 보였다.
셋째, 사실 네이버가 안정적으로 유저를 확보하고 규모있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후에는 한게임 인수합병이 있었다. 지식인 서비스 덕에 리텐션이 확보된 것은 맞지만, 그 전에 한게임을 통해 유입된 트래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더욱이 한게임의 유료게임으로 상당한 매출을 벌어들이며 사업적으로도 성공적인 인수합병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위에 기술한 몇가지 전략이 맞아떨어진 덕에 [유저 유입 > 검색량 증가 > 정보가 부족한 영역 발견 > 지식인/카페/블로그를 통한 콘텐츠 생산 > 검색 퀄리티 보강(유저 만족도 증가) > 유저 유입]의 플라이휠(Flywheel)이 완성된 것이다.
어느 시점에 선택의 순간이 올 것이다. Google과 같이 전통의 검색엔진으로서의 포지셔닝을 취할 것이냐, 아니면 Naver처럼 다양한 버티컬한 비즈니스를 붙여 소셜 검색엔진이자 문화플랫폼으로서의 포지셔닝을 할 것이냐. 이는 리더의 비전과 제품 방향에 달렸다. Perplexity의 CBO인 드미트리 쉬벨렌코는 "퍼플렉시티는 시간을 절약해 준다. 좋은 답변을 제공함으로써 더 많은 질문을 하게끔 하고, 궁극적으로 사람들의 생산성을 높여줄 것이다."라고 했다. 뚜렷한 제품 방향성은 있고, 범위를 어디까지 뻗느냐의 문제가 남았다.
개인적으로 Perplexity는 Google과 다소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저의 참여를 통해 새로운 정보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이를 DB화하여 검색의 질과 양을 높이는 선순환을 일으키기 바랐던 것처럼. 이에 더해 지식 검색에만 그치지 않고 다양한 도메인의 정보를 함유하고, end action(예를 들어, 음식 주문이나 식당 예약, 제품 구매 등)까지 확장하여 사용자들의, 나의 시간을 절약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무분별한 확장은 경계해야 한다. 굉장한 투자를 받고 있지만, 스타트업인 만큼 선택과 집중은 필요한 법. 하지만 CBO의 전략을 듣고 있자면 타깃 고객에 맞게 전략적으로 확장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퍼플렉시티는 이미 다양한 도메인에 맞게 UI 형태를 달리하여 검색 결과를 제공하고 있다. 검색 전반에 걸쳐 사용자의 검색 의도와 목적에 따른 use case를 고민하고 그에 맞는 대응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이후로는 개인적인 바람대로 유저가 입력하는 쿼리를 통해 사용자들의 주된 관심사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도메인부터 건드려보지 않을까? Perplexity Shopping과 같은 버티컬한 사업이 붙으며 그들의 검색 결과는 더욱 풍성해지고, 활용할 수 있는 유저 데이터는 더 많아질 것이기에 더 많은 것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심지어 이제와 해보려 하지만 구글이 잘 못하고 있는 영역이기도.) 그들이 우리의 시간을 어디까지 아껴줄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덧) 이 글의 초고를 쓰고 개인사로 3달이 흘러간 지금, 아니나 다를까 Perplexity가 Perplexity pages라는 AI를 활용한 블로그 컨셉의 기능을 내놓았다. 역시 예상보다 흐름은 빠르고 그만큼 생각을 정리해 글을 발행하는 것조차도 이전보다 더 빨라져야 함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