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얻어갈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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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곳인가?
- 무엇을 얻어갈 수 있는가?
- 도메인이 내 관심사와 부합하는가? 그리고 성장 가능한 산업인가?
- 기업의 제품/서비스가 고객의 필요를 잘 채워나갈 수 있겠는가? 그리고 스스로 매출을 내고 지수적 성장을 이루겠는가?
회사를 선택할 때 고려했던 항목 두 번째는 ‘무엇을 얻어갈 수 있는가?’이다. 이 질문이 완벽한 질문이 되려면 질문하기에 앞서 ‘내가 이루고자 하는 바’ 즉, 비전과 목표가 세워져 있어야 한다. 비전이나 인생의 목표가 너무 거창하다면 단기 목표라 할지라도 괜찮다. 비전이 서있으면 ‘무엇을 얻는 것이 내게 도움이 될지’ 비교적 효과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과 내공을 쌓아야 할 영역을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질문은 입사를 한 뒤에도 꾸준히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이다. 직장생활 중에 동기부여 측면에서도, 삶의 방향성 측면에서도 상당히 도움이 된다.
내 비전은 다음과 같았다. ‘세상의 필요를 채워 인간 본연의 가치를 회복하고 무너진 질서를 회복하는 것’ 나는 유독 '본래의 가치를 잃어버리거나 왜곡된 것'으로부터 긍휼함이 샘솟는다. '회복에 대한 갈망', 이것이 마음을 뜨겁게 하고 나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비전을 이루기 위한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기업가로서 이뤄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 Product Manager(PM)가 되겠다는 단기적 목표가 있었다. 그렇다면 내가 회사로부터 얻어야 할 것은 무엇이었을까? 입사 후 나의 필요를 어떤 방식으로 채워나갔을까? 실제로 이런 질문들이 유효했을까?
1) PM이 되기 위해 필요한 역량과 경험 쌓기
PM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4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비즈니스 감각, 사용자에 대한 이해, 데이터 해석 능력, 기술(개발)에 대한 이해. 이 4가지 중 가장 토대가 되어야 할 것은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라고 보았다. 특히나 기업가로 성장하고 싶었기에 그 어떤 것보다도 선행적으로 경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업개발 PM으로 첫출발을 시작했다.
무슨 일을 하든 비즈니스를 아는 것은 중요하다. 비즈니스가 속한 산업 생태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고, 어떻게 해야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더 나아가, 고객이 우리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 금액을 지불하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사업적 경험은 이후 서비스를 기획할 때에 자양분이 되었다. 특히, 매출과 사업 지표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사업부에서 어떤 마인드로 가능성을 타진하고 실행에 옮기는지 경험한 것이 큰 자산이 되었다. 첫째로 대표 혹은 리더의 판단에 대해 맥락을 빠르게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었다. 때때로 맥락 공유 없이 상명하달로 업무가 주어지면, 동기부여가 되지 않아 슬럼프에 빠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런 측면에서 대표의 판단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은 굉장한 소득이었다. 둘째로 PM으로서 서비스 기획을 하며 사업부와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굉장한 강점이 되었다. 사업부를 이해하는 입장으로 소통하면 그만큼 커뮤니케이션 로스를 줄이고 업무를 효율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용성이나 기술만 내세우는 것이 아닌, 기획 단계에서부터 비즈니스 지표와 운영 측면을 고려할 줄 아는 친절한 협업자로 성장할 수 있었다.
입사 당시 내가 맡았던 사업 영역은 UX/UI 디자인과 서비스 기획 영역의 교육 콘텐츠 기획이었다. 업무 초창기에 내가 잘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발로 뛰며 유관한 현업 전문가를 만나고 다녔다는 점이다. 입사 전부터 이 기업을 선택했을 때 내가 얻을 수 있는 점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이다. 무엇보다 실무에 입각한 교육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었다. 내가 자라며 느껴왔던 교육과 실무의 괴리를 줄인 좋은 교육을 제공하고 싶었다. 업무 시간 중엔 나도, 만나려는 전문가 분도 일이 많았기에 퇴근 후 저녁을 거르고 돌아다녔다. 많게는 한 달에 28명까지도 만나러 다녔으며, 인터뷰를 하고 현업에서의 UX/UI와 기획업무에 대해 여쭈었다. 이 과정을 통해 PM이 되겠다는 진로적 확신도 견고해졌고, 업계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내게 큰 자산이 될 좋은 사람들을 얻었다.
2) 선한 영향력과 비즈니스 퍼포먼스 동시 경험하기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인생 최대 난제가 하나 있다. “선한 영향력을 주는 일은(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비영리일 수밖에 없는가?” 그만큼 사회 문제 해결이라는 원칙을 완전무결하게 지켜가며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매출을 내고 사회 공헌을 하는 그런 구조 말고, 사업 아이템 자체가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되는 것. 이 경험을 하기 위해 내게 주어진 선택지 중 한 스타트업을 택했다.
앞서 언급한 현업 전문가를 만나고 다닌 것 외에도, ‘인생을 바꾸는 교육’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를 도전하고 치열하게 고민했다. 내 판단과 결정을 소신 있게 밀어붙이기 위해 ‘왜 이렇게 하려는지’ 설득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우리가 판매하는 서비스가 “교육”이기 때문에, 더욱더 ‘고객을 기만하지 않겠다.’는 원칙과 ‘인생을 바꾸는 교육’이라는 회사의 모토를 지키겠다는 자세로 업무에 임했다. 어떤 관점에서는 비효율적으로 보였을지 모르겠으나, 고객을 위하는 일이 곧 사업이 성장하는 길임을 믿었다.
내가 만든 교육을 수강한 뒤에 35세 반도체 관련 종사자가 에이전시 UX기획자로 직무전환에 성공하고, 패션 디자이너가 구글 인터랙션 디자이너가 되는 경험들. 그들의 살아온 인생에 관심을 갖고 현재의 고민과 어려움을 공감하며 그들의 일을 내 일처럼 여기며 노력한 결과였다. 교육 콘텐츠를 통해 성공적인 커리어 전환을 경험한 사람들은 물론이거니와 그렇지 못했던 사람들마저도 인정하는 것이 하나 있다면, 고객 중심적인 사고를 통한 선한 영향력이었다. 자연스럽게 그 과정에서 좋은 사람들이 생겼다. 콘텐츠를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하기 위해, 직접 청강해보고 고객과 산업의 필요에 맞게 바로 피벗 해가며 콘텐츠의 퀄리티를 높여갔다. 한참 시간이 흐르고 PM이 되고 나서야, 내가 했던 것이 QA와 일맥상통하는 일이었음을 깨달았다.
동시에 비즈니스 지표도 놓치지 않고 챙겼다. 연매출 60억 남짓이던 회사에서 입사 첫해 3억의 매출을 내었다. 추후 시니어로서 하나의 카테고리를 전담하여 관리했고, 매달 2.5 - 3억 매출을 꾸준히 내는 경험을 했다. 당시, 사내에서는 고객의 필요를 채우는 것과 비즈니스 임팩트를 내는 것이 별개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었다. 고객의 필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직원은 작은 것에 연연하고 사업을 모르는 사람이라는 편견을 갖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내 생각은 달랐다. 고객을 아는 것이 비즈니스를 잘하는 출발점이다. 고객의 필요에 민감하고 빠르게 대응하고 피벗 하는 것이 비즈니스 임팩트로 이어진다는 믿음이 있었다. 요즘 여러 세미나들과 여러 동료들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내 생각이 틀리진 않았던 것 같다. 역시 고객을 아는 것이 힘이다.
3) 초기 기업의 성장 과정 경험
창업 초기 멤버까지는 아니더라도, 사업 초기에 합류해 산업에 자리 잡고 독보적인 성장을 이루는 것을 경험하고 싶었다. 기업의 성장을 통해 나 또한 많은 성장을 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입사한 곳은 신생기업이다 보니 실제로 회사가 발전하는 것을 보고 체감할 수 있었다. 운이 좋게도 성장곡선이 막 시작하는 시점에 합류하여 함께 성장을 일구어냈다. 고객의 니즈를 아주 좁고 버티컬 하게 만족시키던 비즈니스 포지션이 고객이 필요로 하는 모든 영역으로 뻗어나가고, 업계 선두주자로 성장하는 경험을 했다. 이러한 경험은 스타트업이기에 할 수 있는 경험이었다.
매해 비즈니스 성장을 늦추지 않기 위해 회사 전체가 새로운 성장동력 찾기를 힘썼고, 그 덕에 1.5 - 2배씩 연매출이 성장했다. 퇴사하던 해에 보니, 입사 당시보다 약 5년간 연매출이 20배로 성장했다. 이 얼마나 놀랍고 값진 경험인가! 지하 2층 사무실에서 시작하여 3층으로, 다음엔 바람이 시원한 8층으로, 그리고 15층까지. 높은 층으로 이사한 것이 회사의 발전과 직접적 관련은 없지만 하루가 다르게 격세지감을 느꼈다.
'성장할 수 있어서 좋았다' 정도로 그친 것이 아니라 성장 과정에서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었다. 기업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그리고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상황들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하지 말아야 할 것과 못하고 있는 것, 미리 했어야 하는 것을 분별할 수 있었다. 대표님 혹은 리더의 선택을 보며 ‘나라면 같은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했을까? 어떤 맥락에서 저런 선택을 하셨는가?’하는 고찰도 할 수 있었다. 여러 경험들 속에 가장 값진 경험은 정책과 프로세스를 세우고 운영을 경험한 일이었다. 대외적/내부적으로 정돈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책을 확립하고 프로세스를 개선한 것은 두 가지 효과가 있었다. 내부적으로는, 부서 간에 떠넘기던 그레이존(gray zone)을 줄이고 원활한 소통과 효율적인 업무가 가능해졌다. 외부적으로는, 고객이 우리 서비스를 접할 때 일관성과 원칙을 느낄 수 있게 되었고 불필요한 컴플레인이 줄어들어 CS가 안정화되었다. 사람을 대하는 일은 언제나 어렵다. 그러나 사업을 운영해본 경험은 기획자로서 무엇보다 값진 자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