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메인이 내 관심사와 부합하는가?
본 글은 이전 글과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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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곳인가?
- 무엇을 얻어갈 수 있는가?
- 도메인이 내 관심사와 부합하는가? 그리고 성장 가능한 산업인가?
- 기업의 제품/서비스가 고객의 필요를 잘 채워나갈 수 있겠는가? 그리고 스스로 매출을 내고 지수적 성장을 이루겠는가?
아무리 성장할 기회와 얻어갈 수 있는 것이 많더라도 내가 즐겁지 않다면 내게 맞는 회사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내가 즐거울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와 성향이 맞는 사람들과 즐겁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존중받으며 일하는 것. 누구나 바라고 가장 이상적인 모습일 테지만, 이는 회사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알기 어려운 부분이다. 지인을 통해 건너 건너 미리 안다한들, 직접 경험하고 나면 단편적인 정보를 듣고 상상한 것과 괴리가 있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내가 스스로 확인하고 컨트롤할 수 있는 요소는 무엇일까?
1) 도메인이 내 관심사와 부합하는가?
더 깊이 들여다보면 몇 가지 요소가 더 있을 수 있겠지만, 직관적으로 바로 떠오르는 요소는 직무와 도메인, 두 가지다. 기본적으로 직무, 즉 회사에서 하게 될 일이 내 적성과 맞아야 한다. 어쩌면 당연한 말인데, 많은 이들이 본인의 전공에 맞추어, 혹은 요새 뜨는 직업이라는 이유로 적성과 맞지 않는 선택을 하곤 한다. 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요소로써 첫째는 직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본 글에서는 "내게 맞는 회사를 결정하기 위한 질문"에 대해 다루고 있으므로 직무와 관련된 이야기는 생략하겠다.(직무 전환에 대한 용기가 필요하신 분들께 '우리는 꼭 같은 길을 걸어야만 할까? (2)'를 읽어보시길 권해드린다.) 그렇다면 도메인은 어떠한가? 여기서 언급한 '도메인'은 기업이 속한 산업을 말한다. 같은 직무라 하더라도 도메인에 따라 하게 될 일과 사업 전략, 그리고 접하게 되는 지식과 경험이 다르다. 이 것이 도메인을 바꾸어 경력 이직하는 것이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업무 중에 주구장창 듣고 경험하게 될 모든 것들이 적어도 내 관심 영역이거나 관심 영역에 맞닿아 있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나도 '기획자'라는 직무는 설정해두었지만 어떤 기획자가 되어야 할지 결정하기 어려웠다. 채용연계 사이트에서 검색해보면 무수히 많은 종류의 기획 직군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서비스 기획자, 상품 기획자, 영상 기획자, 게임 기획자, 광고 기획자, 콘텐츠 기획자, 재무 기획자, 인사 기획자, R&D 기획자, 브랜드 기획자... 수많은 기획 직군을 보고 나서야, '기획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라는 생각이 얼마나 얕은 수준의 결론이었는지, 저 정도 생각으로 직군을 정했다고 여겼던 것이 얼마나 안일한 생각이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도메인'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어떤 도메인이 내 관심사와 부합하는가?'를 알아보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작업일 수 있다. 적어도 내겐 직무를 정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문제로 느껴졌다. 만약 도메인에 대한 고민, 특히 기획자로서 뛰어들 도메인을 선택하지 못하고 고민하는 분이 계시다면 앞으로 나눌 이야기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시길 바란다. 내가 도메인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깨달은 사실은 '얕은 수준의 흥미나 관심이 아닌, 비전에 입각한 관심에 따라 도메인을 결정하라'는 것이다.
여러 고민을 하다 보면 고민 속에 매몰되어 길을 잃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 결정이 맞을지, 저 결정이 맞을지, 초반에는 비교적 또렷하던 판단의 기준도 흔들리고 내가 옳게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 자신이 없어진다. 도메인을 고민할 당시 내가 딱 그랬다. 내가 관심 있는 도메인을 나열해놓고 들여다보던 중, '게임 산업에서 게임 기획자가 되어보면 어떨까?'싶었다. 장르를 타긴 하지만 게임을 좋아하고 게임 지능도 높은 편이라 자부했기에 들었던 생각이다. 심지어는 게임 제작사가 의도하지 않은 허점을 찾아내거나 이를 이용해 타 유저 대비 효율적으로 고득점 내기를 곧잘 했기에 QA 측면에서도 도움이 되지 싶었다. 그러나 모든 결정에 그랬듯, 도메인에 대한 결정에 제동을 걸었던 것은 '이 길을 가면 내가 진정으로 즐겁고 행복할까?'였다. 이 질문은 '내가 진정으로 즐겁고 행복하려면?'이라는 다음 질문으로 이어졌고, 나의 경우엔 '내가 이루려는 일(비전)과 얼마나 관련이 있지?'라는 대답으로 귀결되었다. 이전 글에서 언급했듯이, 내 비전은 ‘세상의 필요를 채워 인간 본연의 가치를 회복하고 무너진 질서를 회복하는 것’이다. 비전을 이루기에 게임 산업은 어울리지 않았고, 게임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펼치겠다는 방향은 미래가 그려지지 않았다.
'나는 사람 만나는 게 항상 즐거워~'라는 사람이 업무로써 사람을 만날 때에도 항상 즐거울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CS 업무를 할 사람을 구인할 당시, 일주일에 3-4건 면접을 볼 정도로 많은 면접자들이 면접을 거쳐갔다. 면접관이었던 나는 면접과 채용 과정을 통해 뼈저리게 경험했다. '나는 사교성이 넘치고 사람과 대화하고 교류하는 것이 적성에 맞는다'던 사람 치고 열에 아홉은 적응하지 못했다. 고객 응대하는 업무 중 감정적으로 맞받아쳐 일을 키우거나, 고객의 태도로 인해 마음고생하며 힘들어하다가 다른 길을 찾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이처럼 게임에 대한 나의 관심은 게임을 하는 유저로서의 흥미 수준이었다. 게임을 기획하는 사람으로서 어떤 게임을 만들어보겠다는 수준의 열정도 없었고, 중장기적으로 내 비전과 맞지도 않았다. 이런 논리의 흐름 속에 '게임 도메인은 내 길이 아니다.'라는 확신을 얻었고 과감히 선택지에서 지울 수 있었다.
도메인을 고민하는 와중에 '인생을 바꾸는 교육'이라는 모토를 내건 한 기업이 눈에 띄었다. 정확히는, 기업이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이 아니라 저 모토가 바삐 흘러가던 내 눈을 붙잡았다. 교육 콘텐츠를 통해 누군가의 직무전환을 돕고 인생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겠다는, ‘필요’에 기반한 ‘사회적 가치’에 마음이 이끌렸다. 막상 입사 후, 겉만 번지르르한 보여주기 식의 모토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할지라도 기업의 모토를 내 비전에 이식해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길을 만들어갈 수 있겠다는 그림이 그려졌다.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공부에 흥미를 느낀 나는 놀지 않고 잠도 줄여가며 누구보다 치열하게 학습해왔고, 그 덕에 나름대로 엘리트의 길을 걸어왔다. 그 길 위에서 대한민국 공교육의 한계를 절실하게 느꼈다. 모두가 같은 관문을 통과해야만 하는 사회적 요구, 교육과 현업 간의 괴리, 나 자신을 깊이 탐구하고 그에 맞는 학습을 하기보다 주변을 의식하며 습관적인 경쟁을 해야 하는 사회 분위기. 종합적으로 개선될 필요를 느끼고 언젠가 제시할 사회적 대안을 찾고 고민해왔기에, 이 도메인이라면 내 비전을 이루기 위한 내공을 쌓을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