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

by 감자발

나는 일병이었다.

우리 분대는 1분대. 분대장은 김상병이었다.

병장들이 줄줄이 전역한 탓에 우리 소대는 상병이 최고 선임병이었다.


어쨌든 김상병은 나를 못마땅해 했다.

뭘 잘못하면 말끝마다~

“야 뭐하는 거야~ 대학다니는 새끼들은 다 그러냐?”

‘요즘에도 대학에 컴플렉스가 있는 인간이 있다니...’

본인 보다 학벌이 높다는 사실이 참기 힘들었나 보다.


대대 훈련을 앞두고 연병장에서 훈련 정비 상태를 사열했다.

내리 쬐는 태양 아래 몇몇은 픽픽 쓰러졌지만,

나무그늘에서 쉬는 병사들이 하나,둘 늘어 났지만 사열은 계속 되었다.

어쨌든 죽기전에 사열은 끝이 나고 각자 소대로 돌아갔다.


“야~ 감일병 어디갔어? 이 새끼 어디 있냐고?”

“예 부르셨.. 아아악 으윽~~”

“야이 새끼야 부르는데 왜 그냥 가냐!!”


소대를 들어서는 날 보자마자 김상병은 전투화 발로 배를 걷어찼다.

나는 뒤로 벌렁 자빠져서 구르다가 소대 문에 부딪히며 멈췄다.

벌떡 일어나 영문을 모르는 표정으로 쳐다 봤지만 별 이유는 없었다.

자기가 부르는데 그냥 갔다나...

그렇게 많은 인원이 섞여 있는데 들리기나 한단 말인가...


“부르시는지 몰랐습니다. 정신 차리겠습니다!!”

“대학 다니는 새끼들은 제멋대로야~ 참내~ 넌 혼자 군생활하냐 이 새끼야!!”

‘또 그놈의 대학. 지금이 70,80년대도 아니고 참...’


한바탕 소란이 멈추고 정비 시간에 소대 걸레를 빨러 수돗가에 갔다.

걸레를 빨다가 하늘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후 ~”


그때 다른 분대 분대장인 조상병이 다가왔다.

날 자판기 옆으로 데려가더니 물었다.


“커피?”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내가 사줄테니 먹어! 뭐 율무?”

“예! 율무로 하겠습니다.”


율무 한잔을 뽑아 날 주더니 담배 한 대를 뽑았다

“피워볼래? ”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담배에 불을 붙이고 한번 쭉 빨더니 그가 말했다.


“거지 같지?”

“아닙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정말 못 참겠고 거지 같으면 영창 갈 각오로 한 번 시원하게 붙어봐~

내가봐도 김상병 그 새끼가 많이 심하네~ 계급장 떼고 붙으면 니가 그냥 이길것 같은데 하하”

“아닙니다. 마음에 들게 바뀌겠습니다.”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눈물 한방울이 또르르 흘렀다.

조상병은 위로의 말을하고 난 훌쩍이며 율무를 마셨다.

그래도 내 맘을 달래주는 선임이 있다는게 참 다행이었다.


‘그런데 시원하게 붙으면 영창행이고 영창가면 군생활이 늘어나는데... 에휴 생각을 말자‘

잠시 고민도 했었지만 군생활이 늘어나는건 너무 참기 어려웠다.

그럭저럭 나의 군생활은 막바지로 접어 들었다.

난 병장이 되었다.


어느날 그 수돗가에 같은 소대 김이병이 앉아서 한숨을 푹푹 쉬고 있었다..

새삼 예전 기억도 나고 안스러워 그를 불렀다.


“김이병, 이리와봐~”

“예”

“여기 앉아 있어~”


난 음료수 자판기에서 사이다캔을 하나 뽑아 김이병한테 살짝 던졌다.

잘 받을 줄 알았지만 놓쳐서 땅에 떨어졌다.

저런 잊고 있었다!!

운동 감각이 전혀 없는 놈이었다.


다시 하나를 뽑아 좋게 주고 찌그러진 캔은 내가 마셨다.

잠시 대기하라고 한 후 나는 소대 관물대에 숨겨 두었던 귀한 새우깡을 들고 나왔다.

귀하고 맛있는 새우깡 봉지를 뜯으며 말했다.


“아니 그냥 담배 한 대 태우라고. 왜 뭐가 힘들어~ 기운이 없어 보이네”

“으흐흐흑~~”


김이병은 대답 대신 흐느꼈다. 울음이 잠시 멈추자 난 말을 이어갔다.


“누가 괴롭히기라도 하냐? 주저말고 문제 있으면 바로 보고 하도록!!”

“예~ 흑흑. 고맙습니다.”


1년전 조상병이 그랬던 것처럼 비슷한 이야기를 김이병한테 하면서 위로를 건냈다.

담배 대신 새우깡을 뜯었고 율무 대신 사이다 한 캔이었다.

그 날 이후로 김이병은 수돗가에서 울지 않았다.


지금도 대형 마트에 가면 새우깡 박스를 보며 아내한테 외친다.


“여보 저기 새우깡 한 박스 사자~ 새우깡!!”

“애들이야? 됐어!!”


아내는 가차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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