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북동쪽 아드리아해 연안에 위치한 베네치아(Venezia)는 원래 16세기 베네치아공화국이 이교도였던 유대인들을 격리하기 위해 내몰았던 곳인데, 당시 이곳은 발이 푹푹 빠지는 매우 척박한 갯벌이었습니다.
유대인들은 사람이 도저히 살기 어려웠던 이 불모의 땅에 수백만 개의 나무말뚝을 박아 만든 인공대지 위에 유대인 집단거주지인 “게토”를 건설했습니다. 즉, 이러한 게토는 삶의 벼랑 끝에서 피워낸 숭고한 결핍의 산물이며, 바로 오늘날 베네치아의 효시라 하겠습니다.
이렇게 척박한 갯벌에서 태동한 베네치아공화국은 그로부터 500여 년간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며, 지중해를 제패하는 해상왕국으로 거듭났습니다. 즉, 베네치아공화국은 동서양 무역권을 장악하여 막강한 부를 축적하였으며, 그 결과 대운하를 따라 화려한 대리석 건물들을 세워 올렸습니다.
이는 지구상의 여러 수변문명 중에서도 정점에 도달한 베네치아의 위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으로서, 척박했던 갯벌을 번영의 역사로 변모시켜 놓은 인류의 기적적인 문명사적 “상전벽해”의 현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갯벌 위에 건설된 베네치아에는 인류 건축사의 정수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습니다. 즉, “유럽의 응접실”이라 일컫는 산 마르코 광장을 중심으로, 황금빛 산 마르코 대성당과 그 곁에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캄파닐레(종탑)는 수천 개의 나무말뚝이 지탱해온 수직적 미학의 극치입니다.
이와 더불어 1,000년 해상왕국을 이끈 베네치아공화국의 권력의 심장부를 상징했던 두칼레 궁전 역시 장엄한 위용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대운하를 따라 늘어선 화려한 대리석 팔라초(대저택)들은 척박한 환경을 극복해낸 베네치아인의 강인한 의지와 신념이 응축된 결정체라 하겠습니다.
이러한 건축물들의 위용은 베네치아의 동맥인 대운하와 한데 어우러져 수변문명의 정점을 완성합니다. 즉, 대운하의 S자 물길을 따라 곤돌라를 타고 유영하면, 화려한 팔라초(대저택)들과 대운하의 꽃인 리알토 다리의 수려한 곡선미가 자아내는 낭만적인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운하 끝자락에 소재한 17세기 흑사병의 종식을 기리며 건립된 산타 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은 치유의 성소로서, 대운하를 오가는 사람들의 평강을 기원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베네치아는 이처럼 독보적인 수변 파노라마를 통해서, 세계 문명사에서 유일무이한 존재임을 여실히 웅변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