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멈춰 바라보는 습관

익숙해서 잘 보이지 않는 것들

by 가나라시

오래된 습관이 하나 있습니다. 잠시 멈춰 무언가를 '바라보는 습관'입니다. 바라보는 습관은 사물, 동물, 식물, 지나가는 이들을 가리지 않지요.

바라보는 습관은 일상에서 불편함을 일으킵니다. 길을 걷다가 발걸음을 멈춰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 순간들이 있거든요.


'여기서 이거 조금만 바꾸면 괜찮을 것 같은데···.'

'아, 이건 확실히 별로인 것 같아···.'


제 생각이 항상 정답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잠시 멈춰 바라보는 습관은 이전보다 더 나은 생각을 만들어내는 비옥한 토양이 됩니다.


잠시 멈춰 바라보는 습관은 '시선의 해방'으로 이루어집니다. 익숙해서 잘 보이지 않는 것들을 '낯설게 바라보는 시도'가 필요하거든요.

예를 들어 지하철 승강장에 광고가 붙어있습니다. 5분 후 지하철이 도착한다네요. 그럼 잠시 광고를 들여다봅니다. 그런데 글씨가 너무 많아요. 유튜브는 쇼츠로, 긴 글은 AI로 요약해서 보는 시대에 이렇게 글씨가 많으면 언제 다 읽고 이해할까요? 심지어 열차는 지금 당장 도착 예정이라며 안내방송이 나옵니다. 문이 열린 열차에 서둘러 올라타 자리를 떠납니다.


광고는 쉽게 외면받는 값비싼 도구입니다. 돈을 내고 한자리 차지하고 있다는 걸 많은 이들이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아무리 열심히 만든 광고라고 해도 쳐다보지 않는다면 실패입니다. 그럼 일단 광고를 바라보게 만드는 게 가장 최우선의 목적이 되겠네요.

저는 이때 '낯설게 바라보는 시도'를 해봅니다. 이전보다 조금 더 나은 방법이 될 수 있도록 작고 사소한 부분까지 바꿔보는 것이죠. 원래 광고가 정답인지, 내가 생각하고 바꾼 광고가 정답인지는 모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배경이 흰색인 건 너무 평범해, 승강장 벽과 톤이 비슷해서 눈에 안 들어올 것 같아. 차라리 검은색 배경으로 바꾸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글씨가 너무 많아. 지하철 승강장은 도서관이 아닌데··· 간단한 카피라이팅으로 바꾸면 좋겠다.'

'타깃을 너무 넓게 잡은 거 아닌가? 욕심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타깃을 다 놓칠 것 같아··· 딱 00만 타깃으로 잡는게 더 설득력있겠다.'


원래대로 바라봤을 때는 전혀 문제가 없었던 광고였습니다. 흰 배경도, 글씨도, 타깃도 문제가 없었지요. 하지만 의도적으로 낯설게 바라보는 시도는 이전보다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만들어줍니다.

익숙해서 잘 보이지 않는 것들은 '의도'적으로 멈춰놓고 낯설게 바라봐야만 보이기도 합니다. 그냥 흘려보내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인사이트는 익숙한 것을 낯설게 바라볼 때 비로소 나타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