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게 느끼게 만드는 비틀기
자주 가는 지하철역이 하나 있어요. 그곳에는 몇 가지 먹거리 상점들이 입점해 있지요. 특히 그곳을 지날 때 고소하고 달달한 빵 굽는 냄새가 나는데, 마치 홀린 듯 시선을 빼앗긴 게 한두 번이 아닙니다.
먹거리 상점들은 저마다 자리가 있습니다. 개찰구 A, 개찰구 B, 에스컬레이터 앞. 개찰구 A 앞에서는 B빵을 팔고 있고, 개찰구 B 앞에서는 베이커리 간식, 에스컬레이터 앞은 W빵을 팔고 있지요.
처음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무언가 불편한 감정들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개찰구 A 앞의 B빵부터였는데요. 오늘은 B빵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려고 해요.
B빵의 특징은 완제품을 포장한 상태로 진열한 패키지 상품과 빵을 굽는 기계에서 즉석으로 구워주는 상품으로 크게 나눌 수 있습니다. 솔직히 빵 자체는 희소성이 좋지 않아 줄을 서서 먹을 정도는 아니라고 느껴집니다. 실제로 줄을 서서 먹는 들도 많지 않고요. 빵 자체의 퀄리티, 맛, 희소성, 가격, 친절함 등의 요소는 당장 바꿀 수 없기에 단순히 인지하는 정도로 넘어갔고요. 다른 요소에 대해 눈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어느 날은 B빵집을 천천히 지나가면서 가게를 슬쩍 훑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사장님이 홍보를 위해 적어놓으신 아래 문구를 읽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약간의 황당함을 느꼈습니다.
‘방부제 X, 밀가루 X’
밀가루가 들어가지 않은 음식이라는 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소화가 잘 되지 않거나, 혈당이 빠르게 올라가는 것을 경계하거나,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는 이들이 있기 때문에 필요합니다. 그럼 '방부제 X'는 어떨까요?
‘우리 빵집에서 만든 빵은 방부제를 사용하여 오래오래드실 수 있어요!’라고 홍보하는 빵집을 본 적이 있나요? 저는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불편함을 느꼈던 부분은 여기였던 것 같습니다. 방부제를 넣지 않은 빵이라고 홍보하는 건 상당히 익숙하면서도 당연하게 느껴지지 않나요.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어필하면 자극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자극의 종류는 놀람, 두려움, 깨달음, 궁금증, 조급함 등이 있습니다. 당연하거나 같은 내용이더라도 자극을 느끼게 하려면 '맥락 비틀기'가 필요합니다. 핵심은 '어?, 정말?, 그래?'라고 느끼도록 만드는 겁니다.
어떻게 하면 맥락을 살짝 비틀어서 평범했던 문장에서 벗어나 자극을 느끼게 바꿀 수 있을까요? '방부제 X'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빵이 맛있는 빵일까요? 바로 먹었을 때 맛있는 갓 구운 빵은 보존제가 들어갈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 B빵이 그렇습니다.'
또 다른 표현방법은 없을까요.
'우리 가족에게 먹이지 못하는 방부제, 고객님 입으로 들어가는 빵에도 넣지 않습니다.'
'방부제'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맥락만 살짝 비틀었더니 정말 다르게 느껴지는 문장이 되었습니다. 홍보문구로 만들어 많은 이들이 잘 보이는 곳에 걸어놓는다면 이전에 사용했던 '방부제 X'보다는 조금 더 나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했던 것도 다른 관점으로 보려고 하면 상황을 반전하는 인사이트가 나오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