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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티니블루 Oct 09. 2022

일상을 심플하게(2017)

오늘의 책 리뷰

나는 그동안 얼마나 심플하게 살았을까



일상을 심플하게

저자 : 마스노 순묘

출판 연도 : 2017년


"심플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자신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을 가려내는 것, 자신이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이 무엇인가에 관심을 두는 것, 그것을 가려냈을 때 몸도 마음도 생활도 심플한 상태가 된다."


처음 이 책을 골랐을 때는 분명 짧은 페이지에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으로 고르게 되었다. 물론 일부 선어(禪語, 불교 선종에서의 가르침)를 포함한 몇몇 단어들을 제외하고는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상황들을 제시해주고 있기 때문에 어려운 내용은 없었다. 하지만 각 장마다 제시하고 있는 방법들은 읽어볼수록 여러 번 되새겨볼 만한 내용이 많았기에 오히려 다른 두꺼운 책들의 분량만큼 여러 번 읽게 되었다. 요즘 살아가면서 겪고 있는 고민들을 마치 알고 있다는 듯이 답변을 해주는 것 같아서 더 와닿기도 하였다.


책의 저자인 마스노 순묘는 일본 겐코지(建功寺)라는 절의 주지스님이자 정원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책을 읽다 보면 불교의 수행법이 자연스럽게 녹여져 있다. 불교 용어 중 하심(下心, 자기를 낮추고 마음을 내려놓는다)이라는 수행 덕목이 이 책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특히 작가는 일본 전통문화 기반의 '선(禪)의 정원'을 주로 디자인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강조하는 '아무것도 없는 공간편안함'이 이 책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마음의 풍요로움'과 같은 의미를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2장은 주로 일상에서 행동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해, 3~4장은 마음 가짐을 어떻게 하면 좋을 것인지 다루고 있다. 각 장마다 하나의 주제를 3~4페이지로 간략하게 다루고 있어서 필요할 때마다 언제든지 찾아볼 수 있는 '마음의 사전'이 될 만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무언가 고민이 많을 때는 아무 생각 없이 머리를 비울 수 있는 방법을 찾곤 했다. 그리고 평소에도 마음과 행동을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 수도 없이 생각해보기도 하였다. 이 책은 단순하게 불필요한 것들을 정리하고, 모든 것을 비우기만 하라는 내용을 적은 것은 아니다. 어떻게 하면 제목처럼 일상을 심플하게 만들어가면서 마음을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는지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제시해주고 있다.


"어쩔 수 없는 고민에 집착하지 않는다."

모든 주제들이 유익하고 실천할 만한 내용들이지만 그중에서도 소개하고 싶은 주제였다. 책에서는 크고 작은 고민들이 많이 있지만 우선 고민을 세 가지로 '분류'한 후 종류에 맞게 대처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첫 번째는 자신의 욕망이나 허세 등으로 생기는 고민이다. 이 같은 고민은 전혀 필요도 없으니 버리라고 한다. 두 번째 고민은 자신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에게는 회사에서의 실무 역량과 같은 고민일 것이다. 이것은 지속적인 경험과 공부 등 나의 노력으로 없앨 수 있다.


마지막 세 번째가 이 주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자신의 힘이나 노력으로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저 사람은 나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와 같이 스스로 어떻게 할 수 없어서 더 큰 고민으로 다가오는 것들이다. 작가는 이러한 고민에 집착할수록 마음이 피폐해지므로 자연의 흐름에 맡기라고 하였다. 나 역시 이 분류에 따라 현재 안고 있는 고민들을 배치해보니 신기하게도 모든 고민이 차곡차곡 정리되었다. 물론 지금 나한테 가장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세 번째 고민은 해결된 상태가 아닐지라도,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흘러가기를 바라며 신경 쓰려고 하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마음도 편해졌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삶의 방향에 대해 고민이 많았고 걱정이 앞서곤 했는데, 이 책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일종의 가이드북이 되었다.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 무조건 필요하다고만 여겨졌던 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주었다. 책에서 나오는 내용들이 거창한 방법이 아닐지라도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실천해보면 인생을 유익하게, 심플하게 살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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