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의 글
우리는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 이 말을 들으면 누군가는 혹시 동거하는 거냐고 조심스레 묻기도 한다. 대답은 ‘네~니요’다. 동거 비스무리한데 같은 집에 사는 건 아니고, 굳이 따지자면 반동거라고 해야 할까?
성호는 1동, 나는 2동. 우리는 2년째 같은 아파트 옆 동 주민이다. 혹시라도 아파트를 두 채나 보유하고 있는 커플이라고 오해하실까 봐 tmi를 덧붙이자면 자가가 아닌 임대 아파트다. 방은 귀엽게 하나인 원룸형 아파트.
가족과 함께 살다가 독립이 하고 싶어진 나는 사회초년생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집을 찾아 헤맸다. 그러다 월세가 저렴하고 시설도 나쁘지 않은 임대아파트를 발견했다. 그맘때쯤 성호도 자취방을 옮기려 집을 알아보고 있었기에 우리는 같은 아파트에 지원했고 함께 당첨됐다.
우리가 따로 사는 것을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사귄 지 6년이 넘었고 둘 다 자취를 하면서도 돈이 두 배로 드는 두 집 살림(?)을 하는 게 신기한가 보다. 나도 성호와 동거할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다. 이사 갈 아파트는 월세가 낮은 대신 보증금이 높은 데다가(대출의 힘을 빌려야 했다) 노옵션이라 가전 가구를 하나부터 열까지 다 사야 하는 곳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같이 사는 게 여러모로 돈을 아끼는 지름길이었다.
그러나 내게 찾아와 준 독립의 기회를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오랫동안 가족과 살면서, 그리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은 나는 나만의 영역이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사실이었다. 혼자 있어야만 충전이 되는 그런 사람 말이다. 지극히 사적이고,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는, 실컷 게으를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 절실했다.
그렇게 이사를 온 지 2년이 지났다. 우리는 여전히 한 집이 아닌 아파트 이웃주민으로 살고 있다. 세탁기 두 대, 냉장고 두 대, 심지어 관리비도 두 배지만 선택에 후회는 없다. 내 공간이 있다는 것은 기대 이상으로 훨씬 더 든든하고 기분 좋은 일이었다. 언제나 내 몸 하나 틀어박혀 쉴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도, 집을 내 취향껏 꾸밀 수 있는 것도, 심지어 성호랑 집안일로 부딪힐 일이 없다는 장점까지.
그렇다고 해서 각자의 집에서만 시간을 보내는 건 아니다. 뭔가를 같이 할 때는 둘 중 한 명의 집으로 간다. 밥을 같이 먹을 때나, 영화를 보거나 할 때 말이다. 그러다가 졸리면 그대로 잠들기도 하고, 집으로 돌아갈 에너지가 남아 있으면 씩씩하게 “굿나잇, 씨유 투마로우!”를 외치며 작별한다. 어쩌다 무서운 걸 봐서 혼자 잠들기 싫거나, 유독 고민이 많은 밤이면 다시 성호네 집 문을 두드리기도 한다.
언젠가는 같이 살지도 모르겠다. 그때에도 나는 서로의 공간이 확실히 보장되면 좋겠다. 각자의 공간을 위해 적어도 투룸은 되어야겠다. 원룸에 같이 살면 누구 한 명이 집을 나가지 않는 한 서로의 존재를 계속 의식해야 할 테니까.
다음 집은 방 2개에 기왕이면 화장실도 2개인 집이었으면 좋겠다. 아, 돈 많-이 벌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