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단커플의 크리스마스
어느새 2년째 크리스마스이브가 되면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곳에서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찾는다.
크리스마스에는 특히 더더욱 그 누구도 해하지 않는 비건식과 내추럴 와인으로 둘만의 식탁을 장식한다. 축제의 시즌에는 평소보다 훨씬 많은 생명들이 명을 달리하기에.
각자가, 그리고 둘이서 함께 보낸 한 해를 돌아본다. 시간은 의식적으로 되새겨보지 않으면 속절없이 흘러가버리고 말기에. 흘러간 시간이 유의미해지는 단 두 가지 방법은 그 순간에 온전히 머무는 것과 지나간 시간을 떠올리며 다시금 음미해 보는 것이다.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어김없이 동네 밖을 벗어나지 않고 여유로운 시간들을 보낸다. 카페에서 책을 읽고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나누고 크리스마스가 배경인 영화를 한 편 본다.
따로 뜻을 맞춘 것도 아닌데 어느새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는 둘만의 루틴이 되어간다.
만물은 늘 변한다는데, 저마다의 다사다난함을 지나오면서도 그 자리를 지켜준 존재들에게 감탄과 감사함을 동시에 느낀다. 올해도 열심히 한 해를 살아줬구나. 돌고 돌아 여기에서 다시 만나는구나.
반복되는 순환의 고리 위에 살기에 본능적으로 어느 시점에서 힘을 얻는지를 알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곤 다시 또 살아낼 힘을 얻는 게지. 또다시 만날 크리스마스를 고대하며. 남은 한 해를 마무리하고, 다가올 새해를 맞이해야지.
다 카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