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입술

#210

by 갠드무

더위를 피해 커피 한잔 하러 들어왔다.

주문하고 진동벨을 들고 빈 자리에 앉았다.


지금처럼, 무언가를 주문하고 받기까지 남는 짧지도 그렇다고 길지도 않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면 자동으로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

아마도 수만년전부터 위험을 감지하거나 사냥감을 탐지해야 했던 수컷 원시인의 DNA에 심어진 본능이 아닐까.


가까운 테이블에 한쌍의 남녀가 눈에 띄었다.

까만 뿔테 안경의 남자와 빨간 원색의 입술을 가진 여자.

까만 뿔테는 왠지 좀 작아보여 배경에 묻히는 것 같았지만 작은 빨간 입술은 눈에 확 들어왔다.

더 이상 빨갈 수 없는 저 입술의 색이 유행인 이유가 이것 때문일까.


멀지 않은 거리여서일까, 그 곳에 사람이 별로 없었기 때문일까.

빨간 입술의 말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이내 귀를 닫고 싶어졌다.

말소리에서 역한 입냄새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까만 뿔테가 잘 아는 사람이었다면 만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들려오는 소리에서 멀어지고 싶던 찰라 진동벨이 울렸다.

음료를 들고 입냄새 같은 소리의 공간에서 재빨리 탈출했다.


말 예쁘게 하는 사람들이 좀 많았으면 좋겠다.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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