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9
몇년 전 아니 십몇년 전 신상 선풍기들에는 자연풍 모드라는 게 있었다.
보통 선풍기는 미풍 약풍 강풍 또는 1단계 2단계 3단계로 되는 게 전부다.
이런 선풍기 바람의 수준은 우리가 밖에서 맞는 바람과는 너무 달랐다.
선풍기 제조업체에선 사람들이 바깥의 바람을 당연히 더 좋아할 거라 느꼈던 모양이다.
그래서 바깥의 바람을 흉내낸다고 자연풍 모드를 선풍기에 달았는데, 그 기능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말이 있다.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 되랴"
자연풍 모드는 바깥의 바람이 일정한 세기로 불지 않는 걸 따라해서 선풍기 바람의 세기가 임의로 바뀌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임의로 바뀐 선풍기 바람은 전혀 자연스럽지 않았다.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 선풍기 바람을 바깥의 산들 바람과 비슷하게 만들 수 있을 지는 모른다.
그렇더라도 사람들이 그 바람을 자연의 바람이라고 여길 것 같지 않다.
선풍기는 선풍기다운 정직한 바람을 불어줄 때 가장 선풍기스럽고 자연스럽다.
그게 선풍기의 선(善)한 모습 아닐까?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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