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서류 뭉치들은 내 눈을 사로잡지 못한다.
언젠가 일의 우선순위를 정할 때는 그 일의 급한 정도와 중요한 정도에 따라 구분해서 정한다고 배웠다.
그렇다면, 눈 앞의 서류 뭉치들은 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들이다.
그래서 그 서류뭉치들은 내 눈을 사로잡지 못한다.
그래도 급하기 때문에 머리로 눈을 설득해서 읽어보게 한다.
눈으로 들어온 글자들이 머리 속에서 의미를 만들지만, 그걸 이해하는 건 나에게 아무 의미가 없다.
이쯤 되면 머리 속에서는 전쟁이 일어난다.
의미 없어도 해야 한다는 세력과 의미 없음에 저항하는 세력의 싸움.
이 세력들이 서로 더 많은 뉴런을 차지하겠다는 난리 통에 두통이 찾아온다.
이런 일들이 매일매일 반복된다.
그러니까 매일매일 두통이 찾아온다는 말이다.
물론, 나만 그렇게 사는 건 아니다.
너도 먹고 살기 위해 그렇게 살고, 그도 , 그녀도 그렇게 산다.
하지만, 거기에서 위안을 얻는 것은 조금 비겁해 보인다.
그건 그냥 먹고 살기 위해서라는 핑계에 숨는 것일 뿐이니까.
문득, 먹고 사는 것이 정말로 중요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먹고 살기 위해 매일매일 두통을 감내하면서 의미 없는 서류를 들추지 말고,
서류를 들추면서 의미를 부여하다 보니 먹고 살게 되는 걸로 이해해보기로 한다.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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