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

#564

by 갠드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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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선인장이 가시를 갖게 된 이유를 알아?

B: 사막에 살면서 잎사귀가 가시로 바뀐 거라던데.

A: 그러니까, 왜 잎사귀가 가시로 바뀌었는지 아냐고.

B: 물 때문에 선인장을 먹으러 달려드는 동물들 때문 아닐까? 자기를 보호하려고. 사막은 물이 귀하니까.

A: 꼭 그 이유 때문일까?

B: 그럼?

A: 가시를 좋아하는 동물을 기다렸던 건 아닐까? 특별한 존재에게만 자기의 소중함을 주고 싶어서.

B: ... (선인장 옆구리 터지는 소리 하고 있네)

A: 왜 말이 없어?

B: 아, 아니. 진화론을 뒤집는 선인장 지능론이 탄생하는 순간이 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는 게 신기해서.

A: 말 그따위로 할래?

B: 너 같네. 선인장이.

A: 갑자기 뭔 소리야?

B: 가시 돋친 말투로 자기를 보호하잖아.

A: 내가 뭘? 내 말투가 어디가 어때서?

B: 너도 원랜 둥근 잎사귀 같은 말만 했을 거야. 그런데, 살면서 말투가 변한 거잖아. 현실이 사막 같으니까.

A: 자꾸 말투로 시비걸래? 너랑 얘기 못하겠어. 너처럼 말꼬리 안잡고, 뭐든 잘 들어주는 사람 만나고 싶다.

#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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