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8
A: 나는 걷는 걸 좋아해. 너는?
B: 나도 걷는 거 좋아. 산책하면 잠시 해방되는 느낌에 머리도 맑아지고 새로운 생각들도 잘 떠올라.
A: 나는 걸을 때 발바닥에 자극이 와서 좋아. 그 자극이 시원하거든. 또, 발바닥은 우리 몸의 모든 부위와 연결되어 있어서 자극할 수록 건강해진다잖아. 그래서 일부러 더 걸으려고 해.
B: 그래? 그럼 발바닥이 없으면 우리 몸을 자극할 수 없는 걸까? 발바닥이 없는 물고기들은 어떻게 해?
A: 글쎄다. 지느러미를 자극하면 될까? 근데, 물고기까지 신경써야해? 나 살기도 바쁜데.
B: 발바닥을 자극해서 건강해지는 거 맞아? 몸의 모든 부위와 연결된 발바닥을 자극해서 건강해지는 게 아니라 그냥 걸어서 건강해지는 거 아닐까? 물고기들은 지느러미를 자극해서 건강해지는 게 아니라 그냥 열심히 헤엄쳐서 건강한 거고. 걷는 이유가 발바닥을 자극하기 위해서라니. 걷는 동기가 좀 이상한거 아니야?
A: 그게 뭐가 이상해? 걸으면 발바닥에 자연히 자극이 올 거고 그걸 위해서 걷겠다는 게 이상하다고? 그걸 이상하게 받아들이는 니가 더 이상한 거 아니야?
B: 발바닥에 건강의 모든 게 달려 있는 것처럼 행동하니까 그렇지. 걷는 건 그냥 걷는 거지 발바닥을 자극하기 위해 걷는다고? 그게 안 이상해? 좀 부자연스럽지 않아?
A: 발바닥을 자극하면 건강해진다잖아. 그래서 걸으면서 발바닥에 자극을 받겠다는 거고. 그게 뭐가 이상하다는 거야?
B: 발바닥에 자극이 안왔으면 안건강했을까? 걸어서 건강해졌다면 발바닥 자극이 그 건강의 몇 퍼센트 기여했을 거 같아? 발바닥을 자극할 때마다 건강해지는 게 느껴져? 그걸 측정할 수 있어? 휠체어를 타고 산책을 하면 건강해질 수 없는 걸까?
A: 아, 그래. 알았어. 이런 걸로 언쟁하기 싫으니까 그만해. 대체 왜 그러는 거야?
B: 단편적인 지식으로 모든 걸 결론 내고 그게 진리인 양 믿어버리니까. 시작은 발바닥이지만 그런 논리로 주위를 바라보는 게 습관될까봐서. 그런 사람들이 많아지면 이 사회가 어떻게 되겠어? 너라도 그러지 말라고.
A: 발바닥 닯은 옛 애인 생각나서 그러는 건 아니고?
B: 아놔. 이 XX가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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