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작고, 느리고, 낮고, 못생기고, 단순한 것들의 이야기
#이슬_사진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에른스트 슈마허 (E.F. Schmacher)의 선언은 여전히 진리다.
경쟁을 부추기고 거대주의 맘몬을 신성시하는 사회에서 작고 소소하고 일상적인 것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들은 끊임없는 경쟁이라는 먹이를 먹고 살아간다. 경쟁은 '빨리빨리'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이런 세상에서는 일등이 아니면 모두 실패자다.
스스로 실패자라고 인식하고 있으며, 아직도 내가 경쟁해서 이겨야 할 상대가 저 앞에 있거나 혹은 내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우리는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일까?
결국은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행복에 관한 이야기다.
작고, 느리고, 낮고, 못생기고, 단순한 것에 대한 이야기. 그래서 '소소한 이야기'이며, 그 이야기들을 풀어가는 하나의 매개로 '사진'을 덧붙이기에 '소소한 풍경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행복에 관한 이야기는 거대담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행복에 대한 이야기는 죄다 '소소한 것'이리라.
그 작은 이슬방울이 맺히기 위한 조건은 이렇다.
바람이 없어야 하고, 적당한 습기와 밤과 낮의 적당한 기온차가 있어야 한다. 그야말로 온 우주가 돕지 않으면 작은 이슬방울도 맺힐 수 없다. 작은 이슬 한 방울도 온 우주가 함께 더불어 만들어낸 작품인 것이다.
불혹의 나이에 제주도 작은 농어촌마을에 살았다. 그곳에서 6년 살았으니 적지 않은 세월이다.
살던 마을은 '종달리'라는 듣기에는 아주 예쁜 이름을 가진 마을이었다. 그러나 '종달새'같은 것 하고는 관련이 없는 이름이다. 그냥 '모든 것을 통달한 마을-득도한 마을'이거나 제주도의 '갈리리' 같은 곳이다.
그곳에는 지미봉이라는 오름과 이어져 있었기에 종종 오름에 올라 제주의 풍광을 볼 수 있었다.
억새가 피어나기 시작하던 어느 가을날, 지미봉 오르는 길에 보니 억새 이파리에 이슬이 송골송골 맺혔다. 막 떠오른 해에 빛나는 이슬방울들은 물방울 보석보다도 더 아름답게 빛났다.
"참 예쁘다!"
그들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아, 그 작은 이슬방울마다 하늘, 바다, 저 바다 너머의 작은 섬 우도가 들어있었다.
그 작은 이슬 속에 들어 있는 삼라만상이라니, 이슬은 결코 작지 않았다. 온 우주를 담았지만, 그는 크고자 하지도 않았다.
둥글둥글, 그것이 이슬의 특징이다. 모난 곳이 없다는 것, 그것은 남을 찌를 수단을 갖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그들의 삶은 짧다. 그렇게 밤새도록 힘써서 맺힌 이슬 이건만 아침 햇살 한 줌, 바람 한 점, 작은 풀벌레의 움직임에도 사라져 버리거나 떨어진다.
그게 끝일까?
아니다.
그렇게 하늘로 땅으로 스며들어 비가 되고 실개천을 이루고 강을 이루며 마침내 바다가 된다.
모난 구석 없이 자기에게 주어지는 모든 삶을 자연의 섭리로 받아들이며 그저 그 길을 뚜벅뚜벅 가다 보니 바다가 된 것이다.
경쟁사회에서 요구하는 자신을 지키는 수단은 무엇인가?
과연 그런 것들이 우리를 진정 지켜줄 수 있기나 한 것인지 우리는 의심해 봐야 한다.
폭력의 악순환으로 인해 바다는 고사하고 사람다운 삶도 상실한 비인간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이슬은 맑다.
맑아서 그 안에 우주를 담을 수 있다. 너무 맑아서 자신의 색을 주장하지 않고, 주변의 아름다운 색깔들을 자신의 것으로 삼되 자신을 잃지도 않는다.
맑음,
그대, 맑은 사람을 본지가 참으로 오래되지 않았는지?
혹시, 지금도 여전히 맑은 사람을 곁에서 볼 수 있는 분이 있다면 정말 행복한 분이다. 그런데 사실, 어머니와 아버지, 가족은 누구에게나 맑음이다. 그러므로 누구나 정말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맑은 사람이 손해 보는 세상이지만, 맑게 살면서 손해를 감수하는 것도 의미 있는 삶이다.
세상이 악할 때 손가락질받는 바보 같은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제대로 살아간다는 것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그러니 맑은 마음을 지키고자 했을 때 누군가 손가락질하고, 잘못되었다 하고, 심지어 폭력적인 힘으로 억압을 한다면 오히려 기뻐하라. 그 안에서 올바른 삶을 살아간다는 것으로 인한 행복을 오히려 맘껏 누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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