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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수 Feb 13. 2017

아날로그의 느림은 아름답다

#필름 카메라의 먼지를 털어내며


디지털카메라에 밀려 장식장 한 곳에 장식품으로 전락해버린 필름 카메라, 그들은 그 쉼이 행복할까?

기가의 세상에서 필름 카메라의 기다림이란 사치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 허긴, 디지털카메라가 나오기 전까지는 필름값과 인화비용이 두려워서 사진을 마음대로 찍질 못했고, 결과물도 며칠씩 기다려야 알기에 실험적인 사진을 시도하는 것도 결단이 필요했다.


간혹 한통을 전부 날려버릴 수도 있는 용기가 있어야 했으니까 말이다.



이것들이 골동품처럼 장식장 한 구석을 이토록 오랫동안 차지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필름을 장착하여 거리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으며, 그들이 담은 투박한 사진이 오히려 더 정감을 불러일으킬 것도 생각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시대의 흐름과 편리를 따라가다 돌아보니 다소 불편하지만 천천히 느릿느릿 살았던 것이 오히려 인간다운 삶이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디지털 시대에 더욱 빛나는 아날로그 감성이라니.....



조리개 2.8, 초점거리 무한대, 풍경사진을 담을 때 대체로 무난하다.

대체로 무난한 삶, 그것이 어쩌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의 로망일지도 모르겠지만, 평범하게 산다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시대는 무난한 삶을 보장해주지도 않을뿐더러, 끊임없이 경쟁하는 각자도생의 삶을 살아가도록 부추겨서 무난한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이들을 유린하고 있다.


그래서, 뭔가 자기만의 시선이 필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삶의 조리개를 조이고 심도를 깊게 하여 더 깊이 몰입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시대, 군더더기를 다 떨쳐버리고서야 비로소 무난한 삶, 보통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시대다.



장식장 한편에 자리하고 있던 필름 카메라들을 꺼내어 먼지를 닦아준다.

그리고 올봄에는 필름을 몇 통 사서 그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들의 마음으로 세상을 담아보자고 다짐한다. 그래서 그들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확인시켜주자.


디지털은 편리한 대신에 깊음이 없다.

너무 빨라서 생각할 겨를조차도 없으며, 그래서 깊은 정이 없다.



아닐로그의 아름다움은 디지털의 아름다움을 능가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더 세련되고 매끈해서가 아니다.

투박한 데다가 느리고 불편하지만, 아날로그의 추억들이 공존하기에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일 게다.

필름 카메라를 한 번도 만져보지 못한 세대가 느끼는 감성은 또 다를 터이니 말이다.



아날로그의 느림은 아름답다.

빨리빨리 속에서 잊혀가는 것들에 대항하기 때문에 아름답다.

세상의 속도에 자신의 걸음걸이를 맞추지 않고, 자신만의 걸음걸이로 걸어가기에 아름답다.


빠름이 미학인 시대에 느림을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것만으로도 아날로그는 아름답다.

디지털 시대가 극대화되어 더는 빨라질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한다면, 아날로그가 다시 한번 빛을 보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이 글에 사용된 이미지의 저작권자는 필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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