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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Analogue

내 마음의 툇마루

# 내 마음의 툇마루와 골방 하나 갖는 것은 욕심이 아니겠지

by 김민수
에세이.png 강진 '다산초당'

고택(古宅)을 방문할 때면 저는 툇마루에 살며시 앉아봅니다.

툇마루가 주는 평안한 느낌,

안과 밖의 경계이면서도 이질감을 주지 않는 느낌이 좋습니다.


어릴 적 여름날,

툇마루에서 쏟아질 듯한 별을 바라보던 기억과 미명의 새벽 해뜨기 직전의 ‘매직 아워(magic hour)’를 바라보며 자연의 신비를 온몸으로 느끼기도 했습니다.

DSCF3254.JPG 제주도 팽나무


낯선 손님도 툇마루에 걸터앉아 쉬다 가곤 했습니다.

70년대 초반에는 집집이 구걸하러 다니던 이들도 제법 많았는데, 그런 이들에게 간단한 밥상을 차려 툇마루에 올려주면 방에 들이지 않고도 한 데가 아니니 따스하게 대접할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 찾아왔을 때, 잠시 앉아 있을 수 있는 이런 ‘공간’을 요즘 성냥갑 같은 아파트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그런 만큼 우리는 이웃과 단절된 삶을 살아갑니다.


BX2W2957.JPG 오죽 이파리

저의 꿈 하나는, 은퇴한 후에 내 집을 지을 수 있다면 툇마루가 있는 집을 짓는 것입니다.

작은 정원 한편에는 오죽을 심어 작은 바람에도 댓잎의 사그락 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그런 툇마루가 있는 집, 그 툇마루에 앉아 좋은 책도 읽고 차(茶)도 마시고 묵상하는 그런 상상을 해봅니다. 이 꿈은 실현되려면 좀 시간이 걸리겠지요. 꿈이니까 일장춘몽일 수도 있을 것이고요.


요즘은 이런 현실적인 생각을 합니다.
내 마음의 툇마루 말입니다.
누군가 찾아왔을 때 잠시 앉아 쉴 수 있는 공간, 그래서 때론 내 마음을 힘겹게 하는 부정적인 것이 찾아와도 “잠시 툇마루에 앉았다가 가시게!”할 수 있는 그런 마음의 툇마루 말입니다.
골방에 대한 묵상을 하다 ‘툇마루’가 잠시 떠올랐습니다.
골방, 나만의 골방도 하나 있어야겠네요.
사람의 욕심이 한도 끝도 없습니다.
이것이 욕심이 되지 않으려면 ‘내 마음의 골방’이 되면 되겠네요.*

# 이 글에 사용된 이미지의 저작권자는 필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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