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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수 Feb 17. 2021

양지꽃 - 마음의 눈을 뜨면

# 말씀과 꽃 묵상

[마태복음서 6:23]

"네 눈이 성하지 못하면 네 온 몸이 어두울 것이다. 그러므로 네 속에 있는 빛이 어두우면, 그 어둠이 얼마나 심하겠느냐?"



오늘은 구상 시인의 시 <마음의 눈만 뜬다면>이라는 시로 시작합니다.


이제사 나는 눈을 뜬다.

마음의 눈을 뜬다,

달라진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이제까지 그 모습, 그대로의 만물이

그 실용적인 이름에서 벗어나

저마나 총총한 별처럼 빛나서

새롭고 신기하고 오묘하기 그지 없다

무심히 보아오던 마당의 나무,

넘보듯 스치던 잔디의 풀

아니 발길에 차이는 조약돌 하나까지

한량없는 감동과 감격을 자아낸다.



지금이야 들의 피어난 꽃들을 보면 그 이름을 척척 불러주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그저 ‘이름 없는 꽃’이라고 부르는 것을 좋아했을 때에는 누구나 알고 있는 꽃 정도의 이름밖에는 몰랐습니다. 개나리, 진달래, 목련, 나팔꽃, 냉이꽃, 민들레, 씀바귀, 양지꽃 정도였지요. 양지꽃은 이름대로, 봄 햇살에 양지바른 곳에서 피어나니 양지꽃인줄로 알았지요.



아마도 오늘처럼 극심한 꽃샘추위가 지난 다음이었을 것입니다.

제주도의 돌무덤 양지바른 곳에 피어난 노란 양지꽃을 만났습니다. 문득, 내가 저 꽃을 언제 보았던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릴 적 동산에서 뛰어놀 때 보고, 처음인 듯 했습니다. 적어도 20년은 넘은 것 같았습니다. 순간, 내가 그를 잊고 살아가던 긴 세월 동안에도 그는 매년 봄이면 양지바른 곳에서 피어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는 피었지만, 내 눈이 어두워서, 뭔가에 마음을 빼앗기고 사느라 그를 보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가 피어나든 말든, 나는 그냥 무심하게 내 삶을 살았던 것이지요.

양지꽃이 피어난 무덤가를 가만 살펴보니 양지꽃 말고도 수많은 꽃들이 피어 있었습니다.

한 평 정도 되는 공간에 적어도 열 가지 이상의 꽃이 오밀조밀 피어있습니다. 그때, 내 눈에 끼었던 백태가 벗겨졌고, 하나 둘 꽃들이 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꽃을 찾아 떠난 여행길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도시에 갇혀 살아가고 있지만, 아스팔트 틈에서 피어나는 꽃들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눈이 밝아졌지요.


마음의 눈을 뜨면, 꽃을 보는 눈이 뜨이면, 무심히 보아 넘기다 보지 못하던 신비를 보게 됩니다. 그렇게 세상을 바라보면, 신비한 것이 가득합니다. 마음의 눈만 뜬다면, 어제와 같은 오늘도 새롭습니다. 마음의 눈을 뜨십시오. 그래야, 마음도 밝아집니다.*


영상보기 https://youtu.be/3cj4DxCAAp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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