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피할 수 없는 길을 간다는 것은 신비다
삶은 아름답다.
그러나
아름다운 것만으로 채색되어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아픔과 실망과 좌절, 내리막길, 넘어짐 속에서도 기어이 살아가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다.
그래서 아름다움은 측은함인지도 모르겠다.
가을 하늘이 맑고 높던 날, 휴일.
탑골공원 끝자락, 낙원상가 골목에는 노인들로 북적거렸다.
여러 모습들,
저마다 오랜 세월 살면서(나무에 비하면 보잘 것 없긴 하지만), 저마다의 집을 지었으리라.
한 분의 뒷모습은 보는 이에게도 그 무게감이 전해질 정도로 무거웠다.
작은 배낭이 마치 골고다 언덕을 오르는 예수의 십자가만큼의 무게처럼 구거워보였다.
숙인 머리에 쓰인 모자는 가시 면류관인듯 했고, 축 늘어진 손 어딘가에는 못 자국이 있을 것만 같았다.
나도, 머지 않아 저 길을 가겠지?
조금 다르겠지만, 나로서는 피할 수 없는 길, 어쩔 수 없는 길, 누구나 가야하는 길을 걸어가겠지?
그런데, 그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
온통, 물음표뿐인 삶이지만,
내가 어쩔 수 없다는 것, 내 삶에 내가 무력하다는 것은 얼마나 신비스러운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