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여동재개발지구(2012년 1월)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사진정보를 보니 2012년 1월입니다.
그러니까 훌쩍 12년하고도 10개월, 강산이 변하고도 남을 시간입니다.
그렇게 강산은 변해서, 거여동재개발지구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곳에는 높은 아파트가 들어섯습니다.
그곳에 살던 이들 중에서 얼마나 그곳에 사는지 나는 알 수 없습니다만, 가늠은 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도시개발이란,
늘 그곳을 일군 이들에게 푼돈 쥐어주고는 떠날 수밖에 없도록하는 정책이었고,
앞으로도 바뀔 조짐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것이 근본적으로 바뀌려면 부동산으로 돈 벌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하는데,
그것말고 돈을 축적할 방법이 묘연하니 바뀔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전깃줄을 보십시오.
얼키설키 사람들의 삶을 닮았습니다.
어떤 선은 끊어져버렸고, 어떤 선은 여전히 살아 전기를 공급합니다.
사람의 삶은 저보다 더 복잡하겠지요.
초등학교 시절부터 고등학교 2학년 무렵까지 거여동재개발지구는 저의 놀이터였습니다.
친구들이 그곳에 살았기에 골목골목 막다른 골목까지 잘 알았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재개발지구'라는 딱지가 붙여지면서 급속하게 쇠락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 곳에서 사는 것이 위태해보였습니다.
몇몇 남은 자들의 항의도 마침내 사그러들자,
거여동재개발지구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아파트가 들어서는 데는 불과 3년이 걸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좋아졌지요.
누구에게?
그 곳에 살 수 있는 이들과 개발이익을 얻은 이들에게는 좋아졌지요.
그런데 나는 배가 아파서가 아니라, 나의 모든 추억들이 사라진 것 같아 아직도 마음이 아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