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ON

마법의 시간에 대하여
(On Magic hour)

빛도 아니고 어둠도 아닌 시간

by 김민수


매직 아워는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하루에는 두 번, 특별한 시간이 찾아온다.

새벽과 해질녘,

어둠이 물러가거나 다시 찾아오고, 빛이 떠오르거나 진다.

그러나 그 둘이 완벽히 갈라서지 않는 시간이 있다.


빛도 아니고 어둠도 아닌 시간,

빛 속에는 여전히 어둠의 흔적이 남아 있고, 어둠 속에도 빛의 흔적이 남아있다.

새벽이 아름다운 것은 빛 속에 아직 어둠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빛으로 가는 길목에 어둠의 침묵과 고요가 어렴풋이 깃들어 있다.

저녁노을이 아름다운 것은 다가오는 어둠의 편린이 스며있기 때문이다.

빛과 어둠이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포용하는 그 짧은 순간,

세상은 가장 부드럽고 섬세한 얼굴을 보여준다.

빛과 어둠이 서로에게 가장 적게 남아 있는 시간,

서로가 서로를 거의 잃어버렸으면서도,

아직 완전히 떨어지지 않고 맞닿아 있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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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일까.

매직 아워의 색깔은 어떤 시간보다도 미묘하고 풍부하다.

가장 깊은 색감,

가장 섬세한 결,

가장 부드러운 빛과 그림자,

사진가들이 이 시간을 기다리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카메라 렌즈는 빛을 담지만,

매직 아워의 순간을 담는 순간 시간을 함께 담아낸다.

그래서 사진가에게 매직 아워는 가장 아름다운 마법의 시간이요, 선물같은 시간이다.

그러나 그 시간은 길지 않다.

짧게는 몇 초, 길어야 십오 분 남짓이다.

그 시간을 포착하려면,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서두르지 말아야하고, 기다려야 한다.

동터오기 전에, 해가 진 뒤에 그 시간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조급한 자는 마법의 시간을 지나쳐버리고, 무심한 자는 그들의 속삭임을 듣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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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 아워는 어쩌면 인생과도 닮았다.
우리는 늘 완벽한 밝음이나 완전한 어둠만을 추구하지만,
진정한 아름다움은 그 사이, 모호하고 애매한 틈에서 피어난다.
처음처럼 설레면서, 마지막처럼 절실하게.
하루를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매직 아워는 조용히 말해준다.
아직 모든 것이 가능하지만, 모든 것이 언제든 끝날 수 있음을 기억하는 것
빛과 어둠이 동시에 머무는 경계에 설 때, 우리는 가장 깊은 생의 울림을 느낄 수 있다.


오늘도 어딘가에서 매직 아워가 펼쳐지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분주히 지나쳐가고, 누군가는 그 빛 앞에 조용히 선다.


나는 바란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저 하늘과 바다,

그리고 마음속에서 스며드는 매직 아워를 온전히 맞이할 수 있기를.

빛과 어둠이 서로를 안아주는 시간.

그 짧고 눈부신 순간을 가슴에 품고 다시 하루를 살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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