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도 아니고 어둠도 아닌 시간
매직 아워는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하루에는 두 번, 특별한 시간이 찾아온다.
새벽과 해질녘,
어둠이 물러가거나 다시 찾아오고, 빛이 떠오르거나 진다.
그러나 그 둘이 완벽히 갈라서지 않는 시간이 있다.
빛 속에는 여전히 어둠의 흔적이 남아 있고, 어둠 속에도 빛의 흔적이 남아있다.
새벽이 아름다운 것은 빛 속에 아직 어둠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빛으로 가는 길목에 어둠의 침묵과 고요가 어렴풋이 깃들어 있다.
저녁노을이 아름다운 것은 다가오는 어둠의 편린이 스며있기 때문이다.
빛과 어둠이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포용하는 그 짧은 순간,
세상은 가장 부드럽고 섬세한 얼굴을 보여준다.
빛과 어둠이 서로에게 가장 적게 남아 있는 시간,
서로가 서로를 거의 잃어버렸으면서도,
아직 완전히 떨어지지 않고 맞닿아 있는 순간이다.
그래서일까.
매직 아워의 색깔은 어떤 시간보다도 미묘하고 풍부하다.
가장 깊은 색감,
가장 섬세한 결,
가장 부드러운 빛과 그림자,
사진가들이 이 시간을 기다리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카메라 렌즈는 빛을 담지만,
매직 아워의 순간을 담는 순간 시간을 함께 담아낸다.
그래서 사진가에게 매직 아워는 가장 아름다운 마법의 시간이요, 선물같은 시간이다.
그러나 그 시간은 길지 않다.
짧게는 몇 초, 길어야 십오 분 남짓이다.
그 시간을 포착하려면,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서두르지 말아야하고, 기다려야 한다.
동터오기 전에, 해가 진 뒤에 그 시간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조급한 자는 마법의 시간을 지나쳐버리고, 무심한 자는 그들의 속삭임을 듣지 못한다.
매직 아워는 어쩌면 인생과도 닮았다.
우리는 늘 완벽한 밝음이나 완전한 어둠만을 추구하지만,
진정한 아름다움은 그 사이, 모호하고 애매한 틈에서 피어난다.
처음처럼 설레면서, 마지막처럼 절실하게.
하루를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매직 아워는 조용히 말해준다.
아직 모든 것이 가능하지만, 모든 것이 언제든 끝날 수 있음을 기억하는 것
빛과 어둠이 동시에 머무는 경계에 설 때, 우리는 가장 깊은 생의 울림을 느낄 수 있다.
오늘도 어딘가에서 매직 아워가 펼쳐지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분주히 지나쳐가고, 누군가는 그 빛 앞에 조용히 선다.
나는 바란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저 하늘과 바다,
그리고 마음속에서 스며드는 매직 아워를 온전히 맞이할 수 있기를.
빛과 어둠이 서로를 안아주는 시간.
그 짧고 눈부신 순간을 가슴에 품고 다시 하루를 살아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