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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수 Feb 11. 2016

그것이 정말 나를 위한 일인가?

#40 김민수의 소소한 풍경 이야기

대나무숲 - 다중노출이미지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피어나는 꽃 없듯이, 세상 풍파에 시달리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 없다.

삶을 포기한 것 같은 사람조차도 자신을 위해서 온 힘을 다해 살아가다 더는 어쩔 수 없어서 주저앉아 있는 것이다. 거기에 더하자면, 어쩌면 그 포기가 그를 위해서는 가장 좋은 결정일 수도 있다. 그러니 '포기'했다고 비난하지 말고, 무조건 포기는 잘못이며 실패라고 하지 말자.




포기는 그 어떤 것에 대한 기대를 버렸다는 뜻이다.

좋게 생각하면 버렸다는 것은 비웠다는 것이고, 비웠기에 또 다른 것으로 채워질 가능성 앞에 서 있는 것이다.


프랑스 리옹에서


어쩌면 우리에게 가장 큰 문제는 포기할 줄 모른다는 것이다.


"할 수 있다"는 긍정의 힘, "불가능은 없다"는 믿음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것처럼 이 사회는 강요한다.

결국, 할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 남는 것은 사회적인 시스템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실패는 개인의 책임으로 돌려지는 것이다. 실패는 전혀 부끄러운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스스로 부끄러워하도록 훈련된 것이다.




십여 년 전 한국사회에 불던 열풍이 '긍정의 힘'이었다.

그것은 아주 '시크릿'한 것이며, 긍정의 힘을 통해서 성공해본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그 무엇이었다. 

많은 이들이 열광했지만 대부분은 공허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실패자가 된 까닭은 긍정의 힘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사회 시스템의 문제였기 때문이었다. 


스위스 제네바


누구나 전쟁에서 승리하고 싶어 하듯이 우리의 삶에서도 승리하고자 최선을 다한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것, 승리하기 위해서 묻고 또 물어야 하는 것이 있다. 무조건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무한 긍정으로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사회의 잘못된 결정으로 인해 개인의 삶의 뒤틀어진 경우에도 그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고, 개인은 그로 인해 부끄러워한다. 그리고 그 부끄러움에서 벗어나는 것 역시도 개인의 책임으로 돌려버리니 온갖 힐링 선생들이 무책임한 말들로 개인을 현혹하는 것이다.


진정 우리 삶에서 승리하기 위해 우리가 스스로에게 해야 할 질문이 있다.




그 질문은 이것이다.
그것이 정말 나를 위한 것인가?

야생사과 - 사과는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하와와 따먹은 선악과의 이미지로 많이 알려져 있다.


에덴동산의 먹음직하고 보암직한 선악과처럼,

우리의 삶에서도 마치 나를 위하는 것 같은 먹음직하고 보암직한 것들을 얻기 위해 우리는 온힘을 다한다.

그러나 다시 한 번 물어야 한다.


그것이 정말 나를 위한 일인가?


프랑스 파리의 엑세서리 전문점


소비사회는 끊임없이 나를 위해 소유하라고 한다. 그것이 곧 나를 위하는 것이라고 유혹하고 우리는 또한 그렇게 믿는다. 그래서 남이 가진 것을 갖지 못하면 상대적인 박탈감에 빠지고, 남과 비교해서 우위에 서지 않으면  불행해한다.


소비사회의 권유에 우리는 소유한 것들을 유지하기 위해 기꺼이 소비사회의 노예가 된다.


그런데 그것이 정말 나를 위한 것일까?


우리는 이외로 작은 것으로도 행복할 수 있다.

그것은 신이 우리에게 선물한 것 중에 가장 소중한 것일지도 모른다.

찬 한 잔에도  행복해할 수 있고, 오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을 감사할 수도 있고, 별일 없이 사는 것을 잘 사는 것이라 여기며 살아갈 수도 있다.




우리의 일상 속에 소소한 행복들을 찾아가는 일, 그것이 소시민적인 삶처럼 보일지라도 거기에서 진정 나를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일상에서 발견한 행복의 편린들은 너무 소중한 것이라서 마치 공기처럼 혹은 바람처럼 또는 햇살처럼 누구나 거저 만끽할 수 있는 것들이다.


정말 소중한 것은 값없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법이다.
선한 사람에게뿐만 아니라 악한 사람에게도.


프랑스 파리의 지하철


우리는 저마다 열심히 살아가고 있으며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다.

그 열심히 우리를 진정 행복하게 하는 목적지로 데려다 주는 것이 되려면 우리는 이 질문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지금 내가 하는 일, 그것이 정말 나를 위한 일인가?


# 이 글에 사용된 이미지의 저작권자는 필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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