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년대 중반. 당대 최고의 공격수가 될 자질을 타고난 선수가 맨유에 나타났습니다. 퍼거슨이 리스본에서 발견한 재능은 아직 완전히 조각되지 않은 대리석같았으나, 퍼거슨은 매우 뛰어난 재능조각가였습니다. 최고급 대리석을 눈앞에 둔 미켈란젤로처럼 퍼거슨은 호날두가 가진 능력을 알고있었죠. 단지 대리석안에있는 모습을 드러내줄뿐이라고 말하던 미켈란젤로처럼, 퍼거슨은 호날두가 가진 열망과 재능을 세밀하게 조각하였습니다.
퍼거슨의 노련한 지도 아래 호날두는 자신이 지닌 재능을 만개 시키기 시작합니다. 불처럼 타오르는 축구에대한 열망은 영원히 꺼지지않는 신화속의 그것처럼 계속 타오르더니 결국 2008년. 호날두는 발롱도르를 수상하며 명실공히 그 해 최고의 선수가 됩니다. 당대최강이라는 평가가 아깝지않았습니다. 장신이면서도 최고수준의 스피드, 오른발잡이지만 그 어떤상황에서도 비슷한 폭발력을 낼수있는 왼발, 그리고 압도적인 점프력을 기반으로한 대체불가의 헤더. 축구라는 전투에서 상대를 도륙내기 위한 수많은 무기가 그에게는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편,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서 또다른 재능이 그 불덩이를 키우고 있었습니다. 2007년 발롱도르순위에서 3위를 차지한 리오넬 메시였습니다. 남미에서 태어난 이 선수는 양 어깨에 마라도나의 재림이라는 수식어를 짐처럼 지고 뛰는 선수였습니다. 제2의 마라도나라는 수식어를 가졌던 아르헨티나의 재능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기억하는 많은 축구팬들에게, 메시는 증명해야할 것들이 많았습니다. 제2의 마라도나라는 이름은 그에게 놓인 거창한 추천사이면서도, 쉽게 내딛기 어려운 날벼린 만장절벽이기도 하였습니다.
남미출신들의 화려하고 유연한 재능들은 매우 특별했습니다만, 그 불꽃이 찬란한 시간은 무척 짧았습니다. 20대초반의 나이에 최고가 되어버린 그들은 쉽게 유혹에 빠져들었고 그렇게 그저 지나가버린 앨범으로 남게되는경우가 많았죠.
긴머리를 휘날리며 공을 차는 메시는 적어도 피치안에서의 부담감은 없어보였습니다. 작은키지만 단단한 몸, 타고난 균형감에 남미특유의 유연함을 지닌 이 선수는, 애초부터 축구공이 자신의 조아(爪牙)인양 공을 몰았습니다. 적어도 그라운드 위 흰색선으로 그어진 직사각형 피치안에서 그가 가지 못하는곳은 없었습니다. 메시가 가고자하는 곳으로 공을 몰면 다른 선수들은 그저 바라볼수밖에 없는것처럼 보였죠. 메시의 잔몸짓 한두번에 장신의 수비수들이 볏짚 허수아비처럼 쓰러지는 모습은 마치, 소년만화속에서나 볼 수 있는 일종의 초능력 그 자체였습니다.
호날두가 레알로 자리를 옮기면서 둘의 라이벌리는 이제 전인미답의 경지로 올라서게됩니다. 화려한 플레이를 즐기고 정점의 골게터능력을 보여주는 호날두와 simple is best의 최고경지를 보여주는 메시. 발롱도르를 양분하는 축구의 신들.
둘의 플레이는 2010년대 축구사를 그대로 관통하며 천외천 사내들의 대결로 축구팬들은 즐거웠습니다. 엘클라시코라는 단어는 오로지 호날두와 메시의 격돌 그 자체였죠. 두 선수의 플레이에 경도된 수많은 축구팬들은 누가 최고냐며 영원히 끝나지않을것 같은 논쟁을 벌이게됩니다.
그러나 결국 두개의 태양은 없다던가요. 일세의 경탄 호날두는 결국 고금의 지존 메시의 벽을 넘지 못합니다. 사실 꾸준히 메시의 플레이는 경이로웠던 바, 호날두는 그 경이를 부지런히 쫓았습니다만. 메시는 하늘위에도 또 다른 하늘이 있음을 보여주며 이른바 '메호대전'의 결착을 내버립니다. 메시의 수준은 그야말로 천의무봉의 경지. 축구를 득도한 메시는 이제 등선하여 전설이 되었고, 호날두는 신에게 도전했던 인간으로 남게되었습니다.
당대최고의 재능이었던 호날두에게 고금제일의 재능을 지닌 메시는 축구인생 내내 어떠한 족쇄이면서도, 기를쓰고 넘어야하는 목표이기도 했을겁니다. 사실 메시와 호날두는 서로에게 어떠한 자극제가 되었던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한발 앞섰다싶으면 반보차이로 격차를 좁히는 메시와 호날두는 서로를 의식안할 수 없었겠죠.
국내에서 비매너행위로 호날두에 대한 인식은 완전히 나락이 갔습니다만, 어쨌든 두선수때문에 축구가 재밌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