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사남' 수양단종에 비춰보는 명태조주원장과 그 손자

반복되는 역사는 인간 탐심의 반복일까

by 강다로



'황태손. 이 가시 몽둥이를 잡아 보시지요'
'할바마마 가시가 있어 잡기가 어렵습니다.'
'내가 황태손을 위해 그 가시들을 전부 없애줄 것입니다'

이는 그 유명한 홍무제 명태조 주원장과 그의 손자이자 황태손이었던 주윤문(건문제)이 나눈 대화로 알려져있습니다. 정사 기록된 것은 아니고 성격이 유약하고 부드러웠던 주윤문이 주원장의 패도에 기가질려 이런 대화를 했다라는 야사가 있습니다.

과거 역사로부터 황제의 힘은 오로지 패도에 있고, 그 패도의 위세약화는 공신들의 간섭으로부터 시작된다 주원장은 믿었습니다. 간혹 명태조 주원장의 출신이 미천한데다 탁발승이나 하던 거지가 운좋게 천하를 움켜쥐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신데, 예나 지금이나 건국태조라는 이름은 어설퍼서는 얻을 수 없는 직함입니다.

단순히 공부를 많이하고 지식을 많이 쌓는다고해서 저런자리를 얻을 수 없는 것임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죠. 주원장은 말그대로 영리한 황제였고, 그의 영리함에는 평생을 공부에 투신한 재신들조차 거역하기 힘든 야수성이 깃들어있는 것이었습니다. 주원장은 황위의 가시몽둥이를 휘두르며 온몸에 피칠갑 하는 망나니같으면서도, 한 번 정한 목표는 절대 놓지않는 늑대의 눈을 가진사내였습니다.

주원장은 말년에 황태손인 주윤문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한 것으로 보입니다. 좀 더 정확히는 자신의 피를 그대로 이어받은 호랑이같은 아들들이 손자를 해치지않을까라는 우려였겠지요. 주원장은 그래서 황태손인 주윤문을 위해 대규모 숙청을 단행하고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을정도로 숙청과정에서 잔혹한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고 향후 황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자신의 수많은 아들들을 변방으로 보내버리죠. 변방으로 쫓겨난 이 중에는 주원장의 걱정이 기우가 아님을 보여줄만한 호랑이도 있었습니다. 북방으로 쫓겨난 연왕 주체가 바로 그 인물입니다.

주윤문은 어떨까요. 2대황제자리에 오른 주윤문은 할아버지 주원장만큼 냉정하고 잔혹하지는 못했던것 같습니다. 사실 그럴 수 밖에 없는것이 이해는 됩니다. 평생 피로 만업을 쌓고 생사를 넘나드는 전투를 거친 뒤 천하를 손아래 둔 할아버지...가 남긴 유산아래에서 아늑함만을 느끼며 자란 손자. 둘 사이에는 같은 피가 흐르지만 야수성과 잔혹성은 이어지지않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주윤문이 21살에 즉위하였으니 시대상으로 봤을때 마냥 어린나이는 아니었을텐데, 어영부영대다 북방에서 강군을 이끌고 내려온 연왕주체를 감당해내지 못합니다. 사실 주윤문에게는 주원장이 남겨준 수많은 군대가 있었으나, 그 활용을 제대로 하지못하고 호랑이같은 숙부 주체에게 일점돌파를 당한것이죠.

많은 역사가들은 태조 주원장이 능력있는 신하들을 다 숙청해놔서 주윤문을 제대로 보좌할만한 재신이 부족해 발생한 일이라고도 이야기합니다. 아무튼 연왕 주체는 주윤문의 삭번 명령에 기민하게 대응하였고 결국 그렇게 중원을 틀어쥐고 영락제로 군림합니다.

이 과정에서 2대황제였던 주윤문은 말 그대로 사라져버렸는데요. 도망친 것인지 뭔지 그 시신을 찾지 못했다합니다.

누군가는 연왕주체가 들이닥칠때 승려로 변장하여 몸을 빼낸 뒤 천하를 헤매었다고도하고, 난전 중 궁궐화재에 그대로 뛰어들어 분사하였다고도 이야기합니다만... 황태손이었던 주윤문의 이름은 그 뒤로 오랫동안 회자되면서도 실체는 찾을 수 없는 전설로만 남게되죠. 주윤문에 대한 야사는 그래서 흥미롭습니다.

2대황제가 단어 그대로 연멸煙滅해버렸으니 세간의 호사가들에게 그만한 주제거리가 또 있었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아주 비슷해보이는 사례가 조선초에도 존재하죠.

역사가 반복되는 것인지, 인간이 지닌 탐욕의 수레바퀴란게 원래가 그렇게 생겨먹은것인지.

저로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비극에 대한 후일담들은 그리하여 더욱 흥미로운 것일지도요.

주원장이 손자인 주윤문을 걱정하여 가시몽둥이의 가시를 모두 제거하여주었지만, 결국 주윤문을 지켜줄 가시마저 제거해버려 연왕주체에게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

이방원의 지나친 숙청으로 인해 단종 곁을 지켜줄 힘까지 약해졌다는 의견이 있는걸 보면 인간사 인과란 참으로 얄궂다는 생각이 드네요.

모두가 아는 삼국지연의의 마지막 구절을 저는 그래서 좋아하는 편입니다.

'복잡한 세상사 끝이있을쏜가
운명은 하늘의뜻 혜량할수없어 도망할 길없다
천하삼국쟁패는 이제 한바탕 꿈으로 돌아갔거늘
후세들은 애상을 핑계로 부질없이 떠드네'

단종과 수양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 좀 적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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