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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성 Jul 27. 2024

<명자꽃은 폭력에 지지 않는다> 여운 작가


"이제 우리는 엄마가 없다."




목차

1. 여운 작가님 - 추억과 소개

2. 작품 출판 이야기

3. 작품 소개

4. 서평

5. 작가님에 대한 생각

6. 예술에 대한 생각




1. 여운 작가님 - 추억과 소개


여운 작가님께서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게 될 보드라운 글을 쓰시게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작가님과 대화를 나누며 들었던 느낌이 그랬습니다. 연두부, 파우더, 그러한 것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런 작품들을 써보시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던 날들이 기억납니다.


여운 작가님 부부께서 수주 도서관에 잠시 들리셔서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날은 참 좋았습니다. 잘 어울리는 부부, 서로 닮은 두 분을 바라보며 두 분이 만드시는 분위기를 느꼈습니다. 차분하고 단정한 느낌, 정신적인 세계에 대한 깊은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계시면서도 매우 현실적인 일을 즐길줄 아시는 균형감, 유쾌함, 다정함 그리고 반짝이는 두 분의 눈빛 속에 타오르고 있는 열정들을 말이죠.


두 분의 얼굴 모습과 인상과 그 날의 느낌이 지금도 남아있습니다. 그 봄 날은 하얗고 마르고 단단하고 부드럽고 강하고 다정한 그런 날이었습니다.




2. 작품 출판 이야기


여운 작가님께서 최선을 다해 마지막 순간까지 마무리를 도와주셨던 작품이었습니다. 커버 이미지와 교열 모든 부분들을 끝까지 함께 해주신 작가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왼쪽 명자꽃, 오른쪽 초안 디자인
작가님 브런치 프로필 사진, 최종 표지 디자인




3. 작품 소개


이 작품은 작품 스스로가 스스로를 소개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엄마가 세상에 남긴 가장 큰 흔적이

바로 나였다는 사실을


폭력의 씨앗을 사랑으로 피워낸

엄마의 삶을 담다, 닮다.




이제 우리는 엄마가 없다


잔인한 것은 그 안에 마지막까지도 칼날과 같이 명료한 엄마의 의식이 갇혀 있었다는 것이다. 자기 뜻대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불편하고 갑갑한 몸 안에 갇혀서 괴로워하는 엄마를 나는 느낄 수 있었다.

...

나는 슬프지 않았다. 오히려 안도했었다. 이제는 엄마가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외롭지 않고 자유로울 수 있다는 사실에 다행이라고 여겼다.

...

장례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집 앞 계단에서 오빠가 말했다.


"이제 우리는 엄마가 없다."


그 말이 깊숙이 꽂혀왔다. 여전히 나는 울지도 쓰러지지도 않았다. 하긴 나는, 마지막 뜨거운 불길 속으로 들어가는 엄마의 관을 바라보면서도 꿈쩍도 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존재의 이유


나는 오래도록 분노에 휩싸인 채 있었다. 어떻게 한 사람의 인생이 그토록 처참할 수 있는지, 그것도 모자라서 떠나는 방법까지도 그렇게 가혹할 수가 있는지 말이다.

...

우리 엄마는 시력이 무척 안 좋으셨다. 타고난 것도 있었지만, 큰 교통사고와 아버지의 잦은 손찌검으로 여러 번 많이 다치고 작은 시골이라 제때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후유증도 컸었다.

...

나는 아파트 외벽에 크게 적힌 숫자를 가리키며, "엄마! 저 글자는 보여?" 하고 물었다. 그때 엄마는 솔직히 잘 안 보인다고 했다. 그때가 거의 처음이었던 것 같다. 엄마가 보는 세상이 얼마나 뿌옇고 답답했을지 겨우 짐작 정도 하게 된 것이 말이다.




여운상회


엄마는 내가 쓰던 책상 위에 팩스가 같이 되는 전화기를 한 대 놓고서 ‘여운상회’라는 이름으로 사업자를 냈다. 그것이 엄마의 사무실 전부였다.


부모들은 보통 가게 이름을 지을 때 맏이나 아들의 이름을 따서 짓는다는데 엄마는 한 번 물어보지도 않고 막내딸인 나의 이름을 붙였다.


엄마는 참 용감했다. 딱히 밑천도 없이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혼자 힘으로 거침없이 사업을 시작하다니! 엄마는 열심히 발품을 팔아 냉동 창고를 오가며 좋은 생선을 고르고 화물차를 배차해서 지방으로 물건을 실어 보냈다.


끝내 아버지에게서 물건값을 받지 못하고 진 빚을 갚지 못한 채 서울로 올라온 엄마는 그것을 내내 마음에 걸려 했다...엄마가 돌아가시고 받은 보험금으로 그 빚을 일부 갚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야 엄마가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하실 것 같아서 우리는 그렇게 하기로 했다. 엄마는 마지막까지 자신의 목숨값으로 아버지가 진 빚을 대신 갚은 셈이다.’




듣고 싶은 말


아버지를 미워하지 말라던 엄마의 마지막 그 말. 다른 어떤 말도 아닌 고작 그 말이었다니. 처음에는 끝까지 어떻게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뿐인지 잘 이해되지 않았었다. 그런데 살다 보니 깨닫게 되었다. 엄마의 그 마지막 말은 아버지에 대한 당부가 아니라, 남은 삶을 ‘미워하며’ 살지 말라는, 우리의 삶을 미움과 원망으로만 채우며 살지 말라는 의미였다는 것을.


흔히들 말한다. 진정한 복수는 다 잊고 보란 듯이 잘 사는 거라고! 그런 의미에서 복수에 조금은 성공한 것 같다. 다행히 지금 나는 미움이 아닌 사랑으로 살고 있고, 하루하루 실컷 사랑하며 살기에도 짧은 인생이니 말이다. 매 순간 언제가 마지막이 될지 모르니 그 마지막 순간에 하고 싶은 말, 듣고 싶은 말을 지금 이 순간 미리 자주자주 나누며 살고 싶다. 오늘 이 말이 나와 당신의 마지막 말이 될 수도 있으니.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


엄마를 떠나보내면서 배운 습관이 하나 있다면, 우리 자신에게는 각각 앞으로의 시간이 얼마나 남아 있을까? 한 번씩 떠올려 본다는 거예요. 당장 내일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죠. 삶은 정말로 나중이란 없다고, '지금, 이 순간' 뿐이라는 것을요.


사랑하는 우리 명자 씨, 멀리에서도 항상 자유롭고 평안하기를 빌며


당신의 막내딸 올림.




봄날, 돌봄의 나날들


오늘이 입추란다. 절기란 참 신기하다. 분명 바람이 달라졌다. 오늘은 여기저기 창문을 활짝 열어두니 이 무더위도 견딜 만하다.     


새벽에 일어나 글을 한 편 쓰고, 아침을 먹고 남편 출근시키고 설거지를 마친 후 화분들에 물을 준다. 날이 더우니 식물들도 다른 때보다 더 자주 목이 말라 보인다. 태풍이 올라온다고 하니 친구들에게 안부도 챙긴다. 친구들의 부모님은 아직도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신다. 귀농해서 농사를 지으며 손수 기르고 수확한 농산물을 택배를 보내주는 친구도 있다. 나이를 먹을수록 오랜 벗이 최고다. 비록 거리도 멀고, 서로 먹고 사느라 바빠 자주 얼굴은 못 보더라도 어릴 적부터 변함없이 함께하며 날마다 소소한 일상의 소식을 나누는 친구들이 있어 참 감사하고 행복하다. 나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이들이다.


몇 년째 매일 루틴으로 하고 있는 독서와 필사도 이제 제법 오래되었다. 혼자 읽고 쓰는 것도 좋고, 독서모임을 다니며 함께 읽고 쓰는 것도 좋다. 일과를 다 마치고 나면 종종 남편과 함께 밤 산책을 나간다. 나가기까지는 매번 마음을 먹어야 하지만, 막상 나가서 걸으면 역시나 참 좋다.     


‘일을 잠시 쉬면서 갖게 된 이 여유로운 일상들이 나에게는 정말 꿀이다. 꿈인가? 하루하루가 참 소중하고 감사하다. 예전에는 여유가 생기면 오히려 불안했다. 아무 일도 생기지 않으면 곧 또 무슨 일이 생기려나 조마조마했었고, 행복하다 싶으면 곧 또 어떤 불행이 닥치려나 두려웠다. 늘 쫓기며 한순간도 온전히 마음 편히 즐기지 못했다. 지금 이 행복이 나의 것이 맞나 늘 의심하며 곧 또 빼앗아 가겠지 하고 믿지 않았다.


솔직히 그게 나였다. 지금도 그런 구석이 전혀 없다고는 못 하겠다. 대신에 나는 날마다 감사하기로 했다. 불안하면 불안한 만큼 무사하면 무사한 만큼 진심으로 살아있음에 매일매일 감사하다. 종교는 없지만 ‘범사에 감사하라’라는 그 말이 어쩌면 나의 신앙일지도 모르겠다.


나를 돌보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돌보고, 주변과 일상을 챙기는 지금의 이 나날들이 나에게는 봄날이라고 말하고 싶다. 언제가 가장 좋았느냐고 누군가 내게 물으면 나는 언제나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좋다고 답할 것이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의 균형을 잘 유지해 나가는 것이 ‘생활’이겠지. 그런 의미에서 글은 이제 그만! 이불 빨래 하기에 참 좋은 날이다.’




4. 서평


한(恨)의 정서는 헤아릴 수 없는 깊은 곳으로부터 오는 곡성(哭聲)이다. 명자明子는 실존 인물이었으며, 이 저서에 기록된 그녀의 삶 또한 실제였다.


명자明子는 당차게 삶을 살아낸 여장부였으며, 동시에 아름다운 마음을 지닌 여인이었다. 그녀는 막내 딸 '여운'을 예뻐했으며, 막내 딸의 이름으로 '여운 상회'를 열었고 지방으로 물건을 보내는 사업을 시작했다. 한(恨)의 정서와 곡성(哭聲)을 언급했으니, 그녀의 삶에 대해서는 작품 스스로가 목소리를 낼 것이다.


명자明子는 세상에

그녀의 막내딸 '여운'을 남겼다.

그리고 막내딸 '여운'은 작가가 되어

<명자꽃은 폭력에 지지 않는다>을 세상에 남긴다.


작가는 세상에 용기를 전한다.


그 용기는

그 용기가 절실히 필요한

누군가의 마음에 닿아 울릴 것이다.




5. 작가님에 대한 생각


"이 책은 또한 나의 시작이기도 하다."

-여운-


"사람은 가도 사랑은 남는다."

-여운-


"그 흔적...사랑의 자국..."

-여운-




6. 예술에 대한 생각


생각과 글을 멈추고. 따스히 응시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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